재밌게 읽었습니다.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세상은 이렇게 끝난다 (작가: 이산화, 작품정보)
리뷰어: , 18년 9월, 조회 121

제가 처음으로 읽은 이산화 작가님의 글은 「햄스터는 천천히 쳇바퀴를 돌린다」였습니다. 그때 그 글을 읽고 받은 충격이란. 세상에는 본질적으로 확연히 다른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좀 과장되게 말한 것 같지만 사실입니다. 속된말로 ‘클라스가 다른’ 글이죠.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작가님의 다른 글들도 다 읽었습니다. 그리고 어째서 「증명된 사실」이 출판계약을 맺게 됐는지도 단번에 이해했죠. 아. 이게 글이구나. 재미있는 소설이란 건 이런 걸 두고 부르는 말이구나. 저는 솔직히 마지막 활동 날짜를 보고 별 기대를 가지지 않았습니다. 설마 새로운 글이 올라오겠어? 하지만 제 예상은 유쾌한 방식으로 깨졌습니다. 제가 「세상은 이렇게 끝난다」를 보며 얼마나 기뻤을지 아마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세상은 이렇게 끝난다」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추리/스릴러 소설입니다. 작품 소개처럼 학교 연못에 나트륨을 던지고 싶어 하는 아이가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나트륨 투척 사건을 일으켰는지 추리하며 학교라는 작은 사회 내에 일어나는 일들을 조금씩 독자에게 보여줍니다. 아마 학교를 졸업하신 분들이라면 학창시절의 향수를 느꼈을법한 대목이었습니다.

 

소설의 핵심은 판타지와 리얼리티 사이 아슬아슬한 줄타기입니다. 소설은 일어나기 어려운 일을 일어남직한 이야기로 바꿔놓습니다. 작은 소란을 일으킨 주범과 주인공은 현실에서 존재한다면 대단히 친구로 두고 싶지 않은 인물들입니다. 이들의 존재와 행동은 다분히 판타지적이죠. 하지만 판타지적인 행위에 현실감을 입히기 위해 여러 장치들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어떤 화학 공식이며 심리적으로 불안정한 인물들, 의외로 구체적인 학교 내 공간 등이 그것입니다. 때문에 현실이라고 보기에는 망상에 가깝지만 단순한 상상이라고 보기에는 언젠가 일어남직한 분위기가 탄생한 것이죠. 이것이 독자를 매혹시킵니다. 정말. 꼭 누군가 이런 일을 해낼 것 같으니까요.

 

저는 「세상은 이렇게 끝난다」를 읽고 굉장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변함없이 재미있었으니까요. 세상에 믿고 볼만한 작가가 있다는 건 굉장한 축복입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산화 작가님을 속칭 가둬놓고 글만 쓰게 만들고 싶습니다. 만일 이산화 작가님이 과일 농사라도 짓고 있다면 불을 지르러 가고 싶은 기분일지도 모릅니다.

 

혹시나 제가 이런 기분을 느끼는 까닭은 어딘가 있을 법한 오싹한 일탈에 대한 글을 읽고 난 뒤이기 때문은 아닐지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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