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리에리는 과연 불행했을까요? 공모 브릿G추천 공모채택

대상작품: 만국어 번역기 (작가: Qaz, 작품정보)
리뷰어: 루주아, 18년 8월, 조회 82

일단 대답부터. 아니요. 설령 불행했다 해도 최소한 천재에 대한 시기심은 아니었을 거에요.

살리에리와 모짜르트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지만, 일단 리뷰에 대한 변명을 좀 하고자 해요. 제 취향은 아니라는게 글에 대한 펌하는 아니에요.

다만 반도님의 소설 쓰는 이야기를 읽고 오니 이 글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리뷰를 작성합니다.

사람들은 모짜르트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그는 진정한 천재였다고. 그리고 살리에리에 대한 이야기도 하죠. 옆에 모짜르트라는 천재가 있었기에 살리에리는 불행했을 거라고. 심지어 그 열등감 때문에 모짜르트를 살해했을 거라고, 최소한 그 죽음에 관여했을 거라고.

실제로 살리에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당대와 후대의 사람들은 그걸 믿지 않았죠. 그는 성공한 음악가로 빈의 궁정악장이었으며, 후진 양성에 힘써 가난한 음악가들에게 무료 교육을 배풀었고, 매년 자선 콘서트를 개최했지만, 우리는 클래식 음악계가 아닌 증후군 목록에서 그의 이름을 찾습니다.

살리에리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뭘까요? 자신이 지닌 재능보다 더 압도적인 재능을 만나면 사람은 멈출 것이라는, 혹은 압도적인 재능을 부수려 할 거라는 생각이에요.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는 여기서 기인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나 최고가 되고 싶어할 것인데, 인공지능은 뛰어넘을수 없잖아요? 그렇다면 인공지능 같은건 없는게 더 행복하지 않을까? 이미 완벽한 것이 존재한다면, 인간은 자신이 살아갈 가치를 잃고 멈춰서지 않을까?

정말 그럴까요?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어요. 글쓰기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작업이에요. 제가 쓴 글은 제가 떠올린 논리를 얼마나 구현하고 있을까요? 잘 된 글쓰기에는 좋은 착안이 필요하지만, 그와 동시에 그 착안을 잘 옮기는 기술이 필요하죠. 그 착안을 옮기는 기술은 어쩌면 번역에 닿아 있을지도 몰라요. 번역은 작가의 표현을 다른 언어로 옮기는 작업이니까요. 머릿속에 있는 자신만의 이미지를 독자를 위한 언어로 옮기는게 창작이라면 그렇게 기술된 언어를 다시 작가가 착안했을 이미지로 옮겨 다른 언어로 옮기는게 번역이겠죠. 그러니 번역과 창작은 정말 종이 한 장 차이일 거에요.

그렇다면 만국어 번역기는 기실 뛰어난 작가-인공지능 이라고 해도 무방하겠죠. 그래서 살리에리가 떠올랐어요.

그렇게 보면 이 소설은 완벽 앞에 무릎꿇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되겠죠. 세상에 인공지능은 없지만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정말 많으니까요. 리뷰 서두에 써 뒀지만 취향이 아니란 까닭은, 좌절 다음이 없기 때문이에요. 편견속의 살리에리 조차 좌절 다음에 가지지 못할 재능을 부셔버릴 거라 이야기 했느데 말이죠, 아 글쓰기 못해먹겠다는게 주인공의 마지막 말이라면, 그런 이야기를 어떤 표정을 지으며 대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물론 다분히 취향의 문제일 순 있지만, 인간이 정말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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