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괄적인 평가
일단 다 읽었습니다. 무난히 읽어서 무난히 끝났습니다. 태그에 달린 것처럼 라이트 노벨이지만, 흔히 생각하는 라이트 노벨이 아니라 노블엔진 팝에서 시도한 스타일이네요.
작품의 완성도는 높다고 생각합니다. 읽는 도중 재미없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고, 한 화를 읽고 다음화를 바로 펼치게 되는 등. 한 화에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끝내서 어떻게 잇는지 작가가 알고 있는 게 보였어요.
작가가 알고 있다는 부분이 중요한 것 같아요. 오래 쓰고 배운 듯, 작품에 기술적으로 문제는 없었습니다. 발전한 여지만 있죠. 적어도 저에겐 그렇게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글은 저에게 무난한 글로만 기억될 것 같습니다. 기술 점수는 높아도 예술 점수가 낮거든요.
2. 예상 가능한 글
이 글은 작품 소개만 보고도 작품 플롯이 보이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예상은 틀리지 않고 적중했습니다. 읽는 도중 의외의 감동이나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 문장 그런 것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열등감을 느끼는 주인공의 심리 변화조차도 예상 가능했어요. 다행히 문장과 연출 등에서 기대 이상이었지만, 솔직히 낮게 뛴 것 같아요.
이 원인이 어디에 있을까요? 일단 작중에서 설정된 상황, 인물, 전개 등이 ‘이런 전개와 결말외엔 상상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글을 몰아붙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17화 정도의 짧은 글에서, 작가의 기술적 성취를 생각해봤을 때 이런 전개가 나오지 않으면 이상하다는 거죠. 그리고 당연히 그런 이상한 건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딱딱 맞아 떨어지는 글이 감동을 줄 수는 없거든요. 그저 잘 만들어졌을 뿐이죠.
그렇다면 더 나아가서 이렇게 생각하게 됩니다. 작가 본인이 이걸 정말 몰랐을까?
3. 이 글의 목적
전 이 글을 읽으면서 계속 생각한 게 있습니다. 이 글의 주인공은 굉장히 리얼한 고민을 리얼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거죠. 왜냐면 아마추어 작가인 제가 딱 이 친구같은 고민을 하고 있거든요. 이 친구같은 이야기를 듣고요. 주인공 심리의 리얼함은 제가 증명할 수 있어요.
어쨌든. 중요한 부분은 그런 주인공이 소설적인 이야기를 겪어서 소설적인 방식으로 성장한다는 겁니다. 아름답지만, 이 글의 소재와 전하는 메시지 특성상 전 이런 의심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글 혹시 독자에게 보여줄 목적이 아니라 작가 본인이 스스로에게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인가? 그러니까 자기발전 동기부여 목적의 글인가?
그렇게 생각하면 좀 짜게 식는 점이 있습니다. 글의 완성도에 불구하고 글을 다시 한 번씩 되돌아보게 되죠. 요컨대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라던가, 상황이라던가. 소재라던가 하는 것들 말이죠. 그렇게 천천히 들여다보면, 어. 글쎄요……. 예단하는 건 좋지 않지만 적어도 작품이 작가 본인이 생각하는 이미지에 완벽히 부합해서 나온 무난한 소설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면 새 작품을 쓰기 위한 주인공의 처절한 투혼에도 감동을 받기보단 그저 연출의 일종으로밖에 생각되지 않아요. 작품 자체가 통상 작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니, 글이 온전히 글로 보이는 게 아니라 이 글을 써낸 작가의 솜씨와 의도로 보이는 거죠.
4. 총평
볼 수는 있었지만 즐길 수는 없었던 작품이었습니다. 이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