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과 기사도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괴물의 아내와 28층의 기사 (작가: 이시우, 작품정보)
리뷰어: 임시제, 18년 8월, 조회 104

사실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뭔가의 은유적 표현인 줄 알았다. 하지만 점점 이야기를 읽으면 읽어갈수록 말 그대로의 의미라는 것을 알았다. 그 외에도 본문이 시작되기 전, 처음 시작하는 문구가 꽤 인상적이었다.

인용하자면,

「증오는 나의 친구, 통증은 나의 아버지, 고통은 내게 환희를 주지.

죽음은 나의 성소, 기꺼이 찾아갈 테니 제발 나를 고독 속에 홀로 죽게 내버려 둬.」

증오, 통증, 고통, 죽음. 몇몇 눈에 띄는 단어들이 앞으로 무슨 이야기를 보여줄지 기대하게 만들었다.

 

로맨스, 판타지 장르이기에 부담 없이 볼 수 있겠다 싶었던 처음과 달리, 이야기는 조금씩 미스테리와 공포감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주인공인 28층에 사는 ‘남자’는 복도 창문으로 들어오는 담배 냄새에, 이전에도 그랬듯이 27층에 사는 노인을 떠올린다. 남자는 담배 냄새에 대한 질책을 위해 밑으로 내려가지만 예상과 달리 노인은 없었고, 27층과 26층 사이 계단참에 한 ‘여자’가 서있었다. 여자의 이마에는 깊게 가르는 듯한 상처가 보였고, 남자는 괜스레 신경이 쓰이는지 남자친구가 그랬냐고 묻는다. 하지만 여자는 남편이 그랬다는 말과 함께 멀어져 간다,

이 첫 만남이 큰 여운을 남겼는지 이후 남자는 계속 해서 여자를 찾아가고, 남편으로부터 자신이 지켜주겠다며 다가간다. 하지만 여자는 자신의 남편은 ‘괴물’이란 말과 함께 아무 소용없다며 남자를 멀리한다.

 

분명 처음 볼 때는 남자가 여자를 남편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뭔가 조치를 취하겠구나 싶었지만, 이야기는 남편이 괴물이라는 말과 함께 일변한다. 방금 전까지는 남편의 가정폭력에 대한 현실적인 느낌이었는데, 어느 순간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스멀스멀 공포감을 조성한다.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갈수록 그의 일상에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조금씩 드러나는 남편과 여자의 진실, 남자가 지인으로부터 전해 듣는 기묘한 존재의 이야기까지. 점점 남자는 심적으로 몰리기 시작하고, 남자의 시선으로 보는 독자들도 앞으로 벌어질 일들이 무서워지기 시작한다.

 

고조됨과 동시에 남자가 씁쓸한 진실을 알게 되면서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가 싶었지만, 역시 로맨스답게 포기와 절망만으로 끝나지는 않는다. 해시태그에도 있듯이 주인공만의 기사도가 뭔지 보여주고, 로맨스릴러의 느낌을 제대로 살린다. 결말의 경우 보는 사람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인상적인 결말이었기에 만족스러웠다.

평소 호러 장르를 무서워해 잘 못 봤지만, 이 작품을 통해 작가의 다른 호러 단편들에도 관심이 생겼다. 작가의 대표작인 ‘이계리 판타지아’의 출간이 기다려지는 좋은 단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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