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정원 평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신의 정원 (작가: 이아시하누, 작품정보)
리뷰어: 뚜근남, 18년 8월, 조회 253

1. 서문

브릿 g 리뷰단이 되어서 처음으로 리뷰하는 작품입니다. 사실. 이렇게 해도 되나 망설여지긴 해요. 각 사이트마다 풍토가 다르잖아요. 하지만 이건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고요. 누군가는 해야 할 이야기고. 평가에서 중요한 건 다양한 관점과 솔직한 생각이라고 느끼기에 이렇게 적습니다.

 

2. 개괄적인 평가

제가 평생 봐온 작품이 그런 고로. 저는 철저하게 웹소설 독자의 관점에서 연재작들을 보고 싶어요. 더 자세히 말하면 이야기의 흡입력과 지속력이죠. 그리고 이 작품은 둘 다 나쁩니다. 별로 재밌지도 않은 전개를 반복하는데. 심지어 이야기가 나아갈수록 떨어집니다.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초반입니다. 당연하지만 책을 중간부터 펴서 읽는 사람은 없어요. 누구라도 1권 1챕터 1페이지부터 읽죠. 이 작품은 그 부분에서 굉장히 실수했고요. 전 리뷰어로써 처음 리뷰하는 작품을 초반만 읽고 접어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 6화(6챕터, 총 26화)까지 읽었지만, 글을 더 읽을 이유도 동력도 찾지 못했습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지루했습니다. 재미없었어요. 작품을 끝까지 읽는 책임감을 발휘하기보다는 일찍 접은 이유를 성실히 작성하는 책임감을 발휘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니 하나하나 살펴보죠.

 

3. 이야기 밀도가 낮다.

대략 13만자 분량의 이야기를 읽었지만 실제로 머릿속에 들어온 분량은 더 적습니다. 왜냐면, 작품이 내용이 없어요. 13만자나 읽었는데 말이에요. 이걸 웹소설이라고 생각하고 작업하셨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웹소설의 빠른 템포를 생각하지 않아도 이만큼이나 되는 분량을 읽었는데 머릿속에 남는 내용이 정말로 거의 없습니다. 비교 대상이 너무 거대하긴 합니다만, 오버 더 초이스는 13만자 분량 동안 독자의 머릿속에 무슨 마법을 부렸습니까?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한 화를 한 문장으로 축약하는 게 굉장히 힘들다고요. 그런데 이 작품은 한 화가 아니라 한 챕터가 한 문장으로 축약되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한 챕터에서 필요한 장면만 남겨서 한두 화 정도로 줄였으면 어땠을까요. 예를 들자면.

 

1화-로난이라는 소년과 유니란이라는 소녀가 있다.

2화-로난은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하고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3화-떠나는 로난을 유니란이 따라온다.

의 3화로, 지금의 6화나 되는 2챕터를 반으로 줄일 수 있었을 겁니다. 1화도 빼고요. 그게 중요하죠. 1화의 복잡해서 이름도 제대로 기억 안 나는 신들 이야기는 보여줄 필요가 없습니다.

소설이라는 건 보여주는 것보다 보여주지 않는 것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줄 때가 있거든요. 설명하기에 분량이 부족하면 한 화인 5000자 분량이 아니라 500자 정도를 덧붙이면 되는 일입니다. 이 작품은 화수에 비해 이야기 전개가 심각하게 느려요.

그 이유를 생각해보자면, 일단 묘사 많은 문체에 문제가 있을까요. 하지만 문체가 속도감이 떨어진 근본적인 이유는 아닙니다. 아무리 웹소설이라도 속도감이 가장 중요한 게 아니니까요. 그러면 뭐가 문제냐면 그렇게 세심한 문체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게 문제입니다. 어딜 집중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나뭇잎 하나하나까지 세세하게 그린 풍경화처럼 말이에요. 중요한 건 전체인데 부분에 주목하게 됩니다. 보는 사람 입장에서 피로하고, 지루하고, 의미불명이에요. 중요하지 않은 부분은 그냥 쳐내버리면 안 될까요?

 

4. 존재이유를 알 수 없는 장면

물론 작가 입장에서 의미없는 장면을 넣진 않았을 거예요. 이 장면을 투입한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요. 이해받지 못한 이유는 그냥 아무것도 아닙니다.

일단 첫째. 도대체 신들은 왜 나오는 건지 모르겠어요. 1화부터 꽤 공들여 장면을 만드는데 정작 그 이후 전개를 보면 신들이 딱히 주역도 아니고 25화까지 무슨 영향력을 크게 행사하지도 않습니다. 이야기 절반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는 존재들을 위해서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1화를 할애할 이유가 있었나요? 신이면 신답게 그냥 배경으로 미뤄버렸으면 더 나았을 겁니다. 이 이름도 복잡하고 많아서 헷갈리는 존재들, 그것도 이야기 전개에 크게 영향도 안 끼치는 존재들에게 기억력을 소모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신들 나올 때마다 얘가 누구였더라 나오긴 했던가 앞쪽을 뒤적거리면서 읽어야 하는데. 그렇게 열심히 뒤적거려서 읽어도 헛수고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아요.

둘째. 유니란은 뭡니까? 도대체 한 챕터 뒤에 이야기에서 빠질 캐릭터를 위해서 도대체 왜 한 챕터를 할애해 이야기를 쓰는 거죠. 전 얘가 이후 여행도 계속 같이 다닐 줄 알았어요. 아니더라고요. 그, 마을에서 기다리면서 주인공의 돌아갈 자리를 만들어주는 캐릭터면 그냥 마을에서 떠나지 않게 하는 게 나았을 겁니다. 어정쩡하게 따라갔다가 어정쩡하게 돌아가고. 그 이후로도 계속 이야기 나오는데 도대체 이 이야기가 왜 나오는 건지 모르겠어요!

도중에 유니란과 초성도 똑같아서 헷갈리는 유네라 이야기 같은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정말 무의미하게 느껴져요. 하나도 많은데 무의미한 캐릭터들이 벌이는 무의미한 장면이 무려 세 종류입니다. 과거 회상 같은 걸 포함하면 넷이겠네요. 이것들이 메인 플롯에 끼어들어서 몰입을 방해하고 있다고요.

정말로 이게 중간중간 시점이 바뀌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아마도 끝까지 다 읽으면 그 의미를 알 수 있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사실 나중에야, 그것도 13만자 분량을 읽었는데 의미가 생기지 않는 장면의 존재부터가 문제죠. 중간에서 얼굴에 물음표만 가득 띄우고 손을 떼버리게 되잖아요. 작품이 주는 의문이 호기심이라는 독서의 긍정적인 원동력이 아니라 독서 자체에 대한 근본적 회의감입니다. 그리고 그러면 안 됩니다.

 

5. 사건 자체가 재미가 없음.

존재 이유를 알 수 없는 장면보다는 덜한 문제입니다. 그냥 지루하고 재미없는 건 그냥 끝까지 읽을 수 있거든요. 음. 그러니까 솔직히 말해서 작중의 사건들이 정말, 재미가 없습니다.

일단 독자를 확 사로잡을 소재가 없습니다.  1화의 신들이 문제가 생겼다고 토론하는 건 독자를 확 사로잡는 소재가 아니에요. 사실 그건 그 시점부터 재미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후에 25화 분량동안 아무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는 걸 안 직후 재미없는 정도에서 형편없는 소재의 영역으로 떨어졌죠.

작품 태그가 분명 신화에, 정통판타지인데 신화는 신들 가끔 나와서 웅얼거리는 거 말고는 정말 신화를 소재로 했는지조차 의심스럽습니다. 다른 부분에서 신들의 이야기가 나오지 않아요. 아니면 강력한 괴물. 마법적 조력자. 전설의 무구. 엄청난 혈통. 엄청난 예언 등등. 신화라면 생각할 것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요. 떡밥을 던지는 것 같긴 한데 굳이 태그에 신화를 붙이고 작품 소개를 ‘어머니를 잃은 소년, 위기에 빠진 신계를 구하다.’ 라고 했다면 좀 더 과감하게 해도 됐을 겁니다. 사실 신들 이야기만 빼고 주인공 이야기만 보면, 아니 지금의 중간중간 신들 나오는 걸 감안하더라도 로난이 진짜로 신계를 구할 건지조차도 의심스럽단 말이에요.

정통 판타지는 진짜 솔직히 말해서 세계관을 안일하게 짜고 면죄부를 받겠다는 태그로 보이고요. 사실, 그닥 정통 판타지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통 판타지면 보통 영웅과 신과 용이 나오고 그것이 삶의 모든 부분에 영향을 끼치는 하이 판타지를 보통 말하지 않나요? 이건 ‘의미없는 신들이 웅얼거리는 것’만 빼면 그냥 로우 판타지인데요. 그 신들이 영향력을 딱히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까지 감안하면 진짜 로우 맞고요.

하지만 이 두 가지 태그보다도 절 실망케 하는 건 ‘여행물’이라는 태그입니다. 모험물이라는 의미로 생각했는데, 진짜 여행만 하더라고요. 별로 재미도 없고 궁상맞은데다가 독자에게 이유도 알려주지 않는 여행이요. 일어나는 사건들도 지루하기 짝이 없습니다. 뱃삯을 못 내는 별 것도 아닌 위기는 바로 해소되었죠. 혹시 그렇게 주인공 일행을 불러낸 신전에서 엄청난 음모가! 아니요. 딱히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냥 얘기 좀 하다가 얌전히 돌려보냈죠. 유니란이라는 피보호자를 지켜야 하는 건가? 는 무슨. 뭐 하지도 않았는데 바로 헤어졌습니다. 그럼 이제 혼자서 모든 고난과 역경을 헤치고 나가는가! 아니요!!! 작중에서도 흔하지 않은 화염 마법 쓰는 마법사가 우연히 합류합니다!!! 대체 이게 뭐냐고요. 왜 고난이 없어요? 왜 역경이 없습니까? 왜 주인공의 여행은 이리도 순조롭고 지루하고 평범한가요.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닙니까? 여행물이든 모험물이든 하는 도중에 엄청난 난관을 겪고 그걸 이겨내는 과정에서 성립하는 장르 아니냐고요.

이야기의 힘이 너무 약합니다. 소개엔 분명 위기에 빠진 신계를 구하러 간다지만 실제로는 궁상맞게 여행비나 걱정하면서 곰한테 쩔쩔맵니다. 신화를 소재로 한 정통 판타지 답게 머리 50개 팔 100개가 달린 미친 헤카톤케이레스나 불로 산과 들을 불태우는 용이 아니라. 곰이요. 어떤 무기도 통하지 않아서 1달동안 목을 졸라 죽여야만 하는 곰도 아니고요. 그냥 곰입니다. 기대치와 너무 다른 것도 있지만 기대를 전혀 안 하고 봤어도 실망했을 것 같습니다.

 

6. 그냥 모르겠는 장면

왜 2화(4)에서는 로난의 어머니가 죽은 게 7년 전인데 2(6)에서는 10년 전 축제에서 죽었다고 나오나요? 이런 사소한 실수도 몰입감을 떨어트리죠. 사실 로난 어머니의 사연은 그 자체로 이해가 직관적으로 안 되서 몰입감이 떨어지지만요.

 

7. 총평

좋지 않은 점은 이렇게 많이 말할 수 있었습니다만. 솔직히 좋았던 점은 꼽지 못할 것 같습니다. 1화 첫문장 첫단락부터 쭉 몰입감 없이 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시도를 많이 하지만 잘 쓰기는 어려운 스타일을 시도하셨어요.

말했듯이. 글은 초반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 글은 저로 하여금 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 하필 초반부입니다. 그것도 무엇 하나가 문제인 것이 아니라 문체 인물 구성 시점 사건 단순 실수 등등 골고루 시너지를 내고 있어서 무엇이든 간에 집중력을 유지하기가 몹시 힘들었습니다. 한 화의 끝이 미묘하게 끝난다는 것까지도 더해서요.

이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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