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 날에 뜬금없이 할로윈을 부르짖습니다. 이 더운 날, 할로윈이 3개월 남았고 크리스마스도 그보다 조금 더 버티면 된다고 생각해보지요. 하지만 그런 변명 없어도 보기 좋습니다. 소재가 으스스해서 여름날에 좋거든요. 가장 아쉬운 점은 이게 단편이고, 뒷 이야기가 없다는 점이고요.
초반에는 이름모를 그 주인공은 직장인입니다. 출근해야 하니 충분한 잠이 필요하지만 잠을 자려고 하면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고, 나가서 맞아보면 분장한 꼬마들이 ‘Trick of Treat!’을 외칩니다. 잠이 부족한데다 준비한 것도 없어 대강 쫓아 보내기를 여러 번. 그리하여 출근하자며 쫓아온 동료도 하마터면 베어 넘길 뻔 합니다.
..잘못 적은 것 아닙니다. 잘 벼린 검을 도로 집어 넣었다는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소설의 주인공, 김성태는 한국 지부 중부 퇴마 협회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업무시간이 다른 사람과 달라 밤낮이 바뀐 근무를 합니다.
할로윈은 원래 만성절에서 유래했다고 들었습니다. 11월 1일은 모든 성인들의 날, 만성절(滿聖節)이기 때문에 그 전날인 10월 31일에는 모든 유령들이 나와 날 뜁니다. 그리고 소설 속에서도 이 상황은 다르지 않아서,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려는 삿된 것들이 인간을 홀리기 위해 판을 엽니다. 하지만 지금은 21세기니 옛날과는 벌이는 판이 다릅니다. 거기에 한국의 할로윈도 최근에는 크리스마스처럼 신나게 놀아 제끼는 날로 자리 잡았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놈들은 클럽을 엽니다. 클럽을 열어 사람들을 끌어 들이고 신나게 털려 합니다.
퇴마 협회가 이를 두고 볼리 없지요. 그리하여 할로윈을 맞아 여러 팀들의 조인트 소탕 작전을 펼칩니다. 팀원들은 다들 할로윈 분장을 하고 문제가 되는 클럽에 잠입합니다. 뭐, 이것이 잠입일지 아닐지는 모릅니다. 노는 것을 좋아하는 몇몇은 아예 초반부터 들어가 신나게 놀고 있으니까요.
성태는 팀원과 함께 클럽에 입장하며 소탕작전을 점검하며 진행합니다. 초반에는 피로와 잠에 찌들어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던 성태는 출근하면서 조금 자세를 가다듬더니, 클럽에서 진압하는 과정에서는 한 마리 물찬 제비(…)가 되었습니다. 절대 비하하는 것이 아니라 날아다니며 귀신들 처치하는 모습이 정말 그러합니다. 음, 제비보다는 매가 나았을까요. 하여간 성태가 화려하게 액션을 선보이지만, 페이크입니다. 퇴치 과정은 직접 읽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 일어난 직장인의 애환도.
성태를 중심으로 한 할로윈의 작은 에피소드는 그 뒷 이야기도 기대하게 만듭니다. 평소의 퇴마사건 해결이라든지, 다른 이벤트와 관련된 일이라든지. 뒷 이야기가 더 보고 싶지만 슬프게도 단편입니다. 태그를 보면 작년 할로윈에 올라온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중단편란을 역주행하며 찾다가 발견한 소설이라 덥석 물어 읽고 보니 그렇네요.
판타지 요소가 많고, 가능하면 달달하면서도 일상적인 이야기를 선호하는 저다보니 취향의 소설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나중에 저와 취향이 비슷한 분들을 위해 따로 리뷰 큐레이션 정리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