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만 행복해질 흰곰 이야기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우울한 흰곰 이야기 (작가: 도화선, 작품정보)
리뷰어: 별해무, 18년 7월, 조회 30

자신의 내면처럼 어둡고 캄캄한 동굴에 스스로를 가두고 살아가는 흰곰이 있습니다. 눈을 뜨고 하늘을 바라봐도

보이는 것은 차갑고 축축한 동굴의 천장뿐입니다. 몸은 나른하고, 무기력합니다. 오늘 하루를 또 살아내려면 힘을

내어 몸을 일으켜 사냥을 나가야 하는데, 맘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이런 나 자신에게 할 수 있는 소리란 그저 자책

뿐이지요. 그런데 그거 아세요? 자책하면 할수록, 스스로를 비관하면 할수록 점점 더 깊은 나락으로 함몰된다는 것

을요. 정말 그 말이 씨가 될 것처럼 까맣고 어둡고 공허한 어둠의 늪 속으로 빠져들 때쯤… 쿵쿵쿵!~

 

누군가의 발소리가 흰곰의 마음과 생각을 깨웁니다. 발소리의 주인공은 매일 먹을 것을 가져다주는 고마운 친구

검은 곰이었습니다. 이런 자신을 찾아와 주는 검은 곰이 너무나 고마운 흰곰. 그러면서도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데요. 언제까지 친구에게 의지만 할 수는 없으니까요. 결국 흰곰은 용기를 내어 동굴 밖을 나가보려 합니다.

무엇이든 항상 첫 발을 내딛는 것이 어렵지요. 그 첫 발만 내디디면 그다음은 보다 수월할 테니까요…

첫 발을 내딛기까지는 정말 큰 용기가 필요하지요. 다행히 흰곰은 성공합니다! 오랜만에 나와보는 동굴 밖은 따뜻

하고 숲의 향기가 진동합니다. 흰곰은 검은 곰에게 줄 선물을 마련합니다. 나뭇가지를 엮어 바구니를 만들고

바구니를 채울 버섯과 열매와 약초들을 채집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강가 앞에서 강인하면서도 힘차게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붉은 곰의 뒷모습을 보게 됩니다. 그 모습을 보고 어떤 알 수 없는 전율과 충격을 받게 되는 흰곰…

 

그럴 때 있죠? 난 정말 열심히 했는데, 그래서 갖게 된 어떤 성취감에 뿌듯해 있는데… 나 아닌 타인의 성취감이

더 크게 보일 때 어느 순간 내 손에 든 것들이 보잘 것 없고, 형편없어 보일 때 말이에요. 그럴 때 느끼는 감정이

바로 상대적 박탈감이겠지요? 나 자신과 누군가를 비교하지 않고, 어제의 나와 지금의 나를 비교한다면 상처는

덜 할 텐데 말이죠. 흰곰도 분명 어제의 자신, 즉 동굴 속에 처박혀 있던 자신과 동굴 밖에 나와있는 지금 자신의

모습을 좀 더 냉철하게 바라보았더라면…. 붉은 곰의 모습을 보고 뭔가 다른 마음을 갖지 않았을까요?

 

흰곰은 옛날 생각이 납니다. 자신에게 드리웠던 먹구름. 하지만 아무도 보려 하지 않고 외면했던 먹구름. 지긋지긋한

먹구름이 드리우기 전엔 그 자신도 분명 훌륭한 사냥꾼이었는데… 어쩌다 이렇게까지 된 것일까. 한숨과 함께 붉은

곰의 늠름한 모습만 눈에 밟힙니다. 또다시 어둡고 축축한 동굴로 몸과 마음을 가둬버리는 흰곰.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유일한 친구였던 검은 곰이 붉은 곰과 함께 흰곰의 동굴로 찾아옵니다. 그리고 흰곰은 붉은 곰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 이야기를 듣고, 흰곰은 다가올 겨울잠을 푹 잘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작품의 제목은 우울한 흰곰

이야기이지만, 결국엔 행복해질 흰곰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보통은 타인의 눈부신 결과만을 바라보고 질투, 상대적 박탈감, 무력감, 자괴감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저 또한 그렇

고요. 그런데 가만히~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픔 없이 (일부 타고난 금수저들 빼고) 먹구름 없이 눈부신 성공과 결과물

을 만들어내지 않은 사람들은 없더라고요.

 

우울한 흰곰 이야기는 작가님께서 걱정하신 것처럼 곰의 생태를 더 자세히 공부한 후에 다시 쓰겠다고 하셨지만,

이 자체로도 참 많은 것들을 시사하는 훌륭한 이야기란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우울함을 동굴 속 흰곰에 빗대어 얘기를 해주셨고, 주변의 도움 (검은 곰과 붉은 곰)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삶의 원동력을 그려주셨고, 또 살아가면서 나 아닌 다른 누군가와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고뇌하고

번뇌하는 보통 사람들의 감정을 잘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을 아우르는 것은 결국 자신의 선택

과 의지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흰곰이 물고기를 잡아서 검은 곰과 붉은 곰의 집 앞에 놓아주었던 것처럼 말이죠.

충분히 겨울잠을 푹~ 자고 다가올 봄에는 흰곰에게도 꽃길만 있길 바라며 리뷰를 마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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