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분이 글씨 자체로 표현할 때, 저는 그림을 생각해봤습니다. 조선시대 혁필화를 떠올리고, 그런 식으로 해볼까 하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그렇게 표현하면 아무래도 난잡해질 것 같더군요. 걍 관두고 내 할일에나 집중해? 하는 순간, 깨달았습니다. 저 묵호라는 글자가 갓 쓴 사람처럼 보인다는 사실을요.
갓 쓴 저승사자와, 동물과 말하는 소녀.
이 버전을 얻기 위해 머리 진짜 많이 굴려봤네요.
재미있는 기회 만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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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래는 과정샷입니다.
1. 처음
: 갓쓴 사람의 이미지화엔 성공했는데, ㅊ이 꽃처럼 보인다는 것을 알아냈다는 것 외엔 마음에 드는 게 없었던 버전.
앞이 사람이면 뒤도 사람이어야 하지 않나, 그날부터 고민이 시작됩니다
2. 중간
: 뒤도 사람처럼 보이게 하는 데엔 성공했긴 한데… 너무 묵호 중심적인 거죠. 주인공이 남주 하나만 있지는 않을텐데?
그래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여자를 꽃으로 표현하는 건 너무 식상하고, 손끝에 새를 앉혀보려고 했는데 딱 마음에 드는 조형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꽃이니까 나비가 앉는 것도 괜찮지 않겠냐에 생각이 미쳤고, 최종 완성형은 저렇게 되었네요. 꽃처럼 보이게도 나비처럼 보이게도. 손을 뻗어 닿게.
크으… 두 번 다시 못할 짓이었다…!
연습장 반권 동안 붓펜 하나 들고 진짜 별 걸 다 해 본 것 같습니다. 자신을 시험하며 능력을 발굴하는 기분이기도 했고요. 결론은, 버터칼님 파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