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가옥”에서 주최하는 “작가살롱”에 참석해서 작가분을 보고 호기심이 갔는데, 주말에 시간이 나서 “사이코메트리 스토커”(이하 ‘사스’)를 완결까지 읽었습니다. “짐승”보다 “사스”를 읽은 건 개인적으로 “사이코메트리”를 소재로 한 뭔가를 구상하고 있기 때문이었는데, 다행인 것은 구상하고 있는 내용과 방향이 다른 것이었고, 아쉬운 것은 구상하고 있는 내용에 1퍼센트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
(중략)
리뷰어님의 감상에 도움이 되고자 아래와 같이 부연설명 드립니다.
1) 본 소설은 ‘다가올 페미니즘의 시대, 스릴러작가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작품입니다.
2) 여성독자 입장에서 불편하거나 의아한 부분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3) 남성독자 입장에서 느끼신 전체적인 인상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4) 스릴러로써 본 작품의 가치/재미 여부가 궁금합니다.
– ‘리뷰 공모에 부쳐’ 발췌.
전체적으로 소설의 톤 혹은 일관성이 없어 보이는 게 당황스러웠는데, “리뷰공모에 부쳐”를 읽고 나니 약간 도움이 됐습니다. 채희정만 너무 감싸고 도는 듯해서 작가 분과 연관된 과거의 어떤 특정인인가 싶었는데, 작가분이 “페미니즘”이라고 생각하는 요소를 드러내려는 전개였던 것 같고, 코미디, 초능력물, 하드보일드(?)같은 것들이 뒤섞였던 건 작가 개인의 실험정신이나 퇴고과정에 나온 부산물로 보입니다. “리뷰공모에 부쳐”에 등장하는 첫번째 질문으로 이 소설의 톤이 결정된 것 같습니다.
소설제목과 연관지어 보자면 여성에게 과거를 읽을 수 있는 스토커가 있다면 아주 무시무시한 악당 캐릭터가 구축될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 김지훈은 하찮은 존재로 소설에 기록(?)된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무시무시한 캐릭터를 정신적, 신체적 잠재력으로 극복해 나가는 주인공이 묘사된다면 더 “페미니즘”적인 스릴러 소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미 다른 리뷰들이 “사스”에 대한 충분히 애정어린 조언과 감상을 보여주셨다고 생각되기에 전 “리뷰 공모에 부쳐”에 나온 질문들을 중심으로 적어보겠습니다.
1) 본 소설은 ‘다가올 페미니즘의 시대, 스릴러작가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작품입니다.
“사스”에서 아쉽다고 생각하는 부분들 중 하나가 클리셰가 두드러지는 문장들인데, 이 질문 역시 너무 전형적인 문장으로 보입니다. 단답형으로 말씀드리자면 “신중해야 한다”입니다.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편이라고 생각되지만, (쓰고보니 잘못 표현되서 수정합니다. 작가분이 아니라 리뷰어가 “페미니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쓰고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페미니즘”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는 편입니다만, “페미니즘”이 남자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있고, 아직 여러 주장이 분분한 것 같고, 남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고 보여집니다. “페미니즘”에 정말 관심이 많고, 사회를 올바르게 변혁할만한 훌륭한 사회운동이라고 생각하는 스릴러 작가가 있다면 그런 작품을 써도 무방하겠지만, 스릴러작가는 대개 인간의 본성 중 전율이 주는 쾌감이나 만족을 어떻게 하면 더 극대화시키고 독자들과 공유하며 즐길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더 기본적인 자세라고 보기 때문에 굳이 아직 진행중인 사회운동을 스릴러작가가 어떤 태도를 가져야할지 가늠해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본의아니게 사회적 이슈에 편승하려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사거나 유치하게는 여성에게 잘 보이려는 속내가 있는게 아니냐는 편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봅니다.
3) 남성독자 입장에서 느끼신 전체적인 인상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여성독자들은 다를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남성, 여성의 문제를 떠나 캐릭터들이 너무 약하다고 생각됩니다. 채희정은 영리하다고 묘사했지만 소설 안에서는 이수연이 상대적으로 더 영리하다는 표현에 어울렸습니다. 이수연은 채희정에게 많은 도움을 주지만 이 둘의 관계는 그리 깊지 않아보였습니다. 김지훈이나 공진우는 그냥 깜냥도 되지 못해 보였습니다.
4) 스릴러로써 본 작품의 가치/재미 여부가 궁금합니다.
“11장 미행”에서 공진우는 채희정의 까페 “블로썸”의 까페 맞은편 이층에서 김지훈이 가져온 스케치북의 깨알같은 글씨를 읽는 부분에 대해 부연설명이 더 필요해 보입니다. 채희정이 스마트폰으로 보기에도 글씨를 알아보기 어렵다고 한 부분이 혼란스럽게 만듭니다. 추측으로는 김지훈이 똑같은 스케치북을 2번 가져왔고, 처음 가져왔을 때 잘 알아보지 못해 확대해서 천천히 다시 봤다는 내용이 있거나, 채희정이 “글씨가 작아서 하나도 안 보여. 내 폰 화면이 작아서 그런가?”하는 부분과 연관해서 공진우의 폰 화면이 꽤 크다는 걸 확연하게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22장 수레바퀴”에서 김지훈이 공진우를 차로 공격하는 장면은 좀 어설퍼 보입니다.
전체적으로 스릴러 장르의 쾌감이나 재미는 별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작가의 습작 중 좀 더 본격적으로 퇴고하기 직전의 작품을 본 기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