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작. 공모 브릿G추천

대상작품: 졸업식 (작가: 김태연, 작품정보)
리뷰어: 네임리스 원, 18년 6월, 조회 62

(본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평범한 두 학생의 애틋한 관계를 그리고 있다. 성별과 무관하게, 학창 시절에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보았을 만한 일을 소재를 다루고 있는 글이라 쉽게 공감이 된다. 화자가 민주에게 빠져드는 과정, 좋아하면서도 영영 멀어질까봐 좋아한다는 말을 자신만의 금기로 두고 홀로 앓는 모습들을 풋풋하고도 마음 아리게 표현하고 있다. 짤막한 문장들로 이루어진 잔잔하고 담담한 분위기가 두 사람과 너무도 잘 어울린다.

화자가 민주에게 마음을 품고도 고백하지 못하고, 돈키호테와 산초에 서로를 빗대어 마음을 돌려 말하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남학생과 여학생의 사랑 이야기였다면, 그 장면에서 충분히 고백을 말하는 대사가 나왔을 법 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성별이 같다는 것이 그 대사를 묶어둔다. 물론 이건 성별에 국한된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화자가 조금 더 적극적이고,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는 성격이었더라면 또 다른 이야기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 소설에선, 두 사람의 성별이 같다는 사실이 그런 특이점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그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흔히 말하는 남녀관계에서도 좋아한다는 말을 상대방에게 전하기는 쉽지가 않다. 나는 상대를 좋아하는데 상대는 자신에게 그런 마음을 품고 있는 것이 아닐까봐, 이대로 어색한 사이가 되어 영영 멀어지게 될까봐. 이 밖에도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세상이 평범하다고 말하는 보통의 관계에서도 그런데, 화자와 민주에게 고백이란 얼마나 무거운 말이었을까. 어쩌면 평소에 생각조차 하지 않고 지냈을 수도 있다. 같은 성의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우리는 남성과 여성이 만나 결혼을 하여 가정을 꾸리는 것이 아주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교육을 받아왔기에. 그 당연한 세상에 어설프게나마 맞서본 두 학생의 마음이 갸륵했고, 응원을 해주고 싶었다.

주인공 두 사람의 이야기와 별개로, 기숙사가 불타고 있을 때, 학생들을 구해내면서 자신이 죽은줄도 모르는 사감 선생님의 모습에 코 끝이 찡해졌다. 사감 선생님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전개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 간절한 마음이 전해져왔다. 오히려 제 3자의 입장에서 보았기 때문에 사감 선생님의 희생이 보다 아프게 빛났다. 연애 소설 속에 최근 많이 이슈가 된 안전 사고가 자연스레 녹아있는 것이 좋았다. 조금은 뜬금없는 사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현실에서도 사고란 예기치 않을 때 일어나기에. 처음 읽을 때는 의아했지만, 리뷰를 쓰기 위해 글의 내용을 되새겨보니 지극히 현실적인 묘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화자와 민주에게만 일어난 비극이 아니었기에 더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철저히 화자의 1인칭 시점에서 전개가 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는 화자와 대비되는 성격을 지닌 민주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번외편이 나왔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있다. 꽤나 소심한 성격을 지니고 있던 화자가 자신을 통해 점차 변해가는 모습을 보던 민주는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하다. 글을 읽으며 개인적으로는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는 마음을 가졌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하지만 서로를 향한 시선의 느낌은 분명히 달랐을 것 같다. 화자가 민주를 동경하는 마음을 담아 바라보았다면, 민주는 자신보다 유약한 화자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을 품고 있지 않았을까? 아니, 어쩌면 민주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에 외롭게 맞서야 하는 시점에서 화자를 유일한 탈출구로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뭐, 서로에 대한 마음은 이야기 속 두 사람만이 알고 있으리라.

필자의 인생에서 졸업식이란 매번 아쉬움의 연속이었다. 좋아하는 친구들, 선생님들과의 이별, 그리고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시절과 영영 안녕이라는 사실이 슬픈 감정을 불러왔다. 하지만 새로운 시작이 있기에 설렘과 떨림이 있는 행사이기도 했다. 화자와 민주의 졸업식도 그랬길 바란다. 비록 두 사람은 졸업식 날을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없게 되었지만, 다른 곳에서는 더 행복하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행복하게 그들만의 사랑을 품고 지내길. 그렇게 새로운 시작을 하게 된 두 사람이 나의 영원한 바람을 대신 이루어주길, 진심으로 바란다.

(작가님께 : 비판적인 리뷰를 원하신다고 적어놓으셨던데, 너무 좋은 말만을 쓴 것 같아 작가님께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화자와 민주처럼 여고 시절을 보냈던 저에게 이 글 자체는 내용을 떠나서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렇기에 잠시나마 추억에 잠기게 해주신 작가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꼭 표현하고 싶습니다. 작가님의 글을 비평할만큼의 글 솜씨가 되지 못해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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