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은 조용히 꿈을 꾼다 감상

대상작품: 성냥 플러스 알파를 파는 소년 (작가: 구름사탕, 작품정보)
리뷰어: 도련, 18년 6월, 조회 46

* 작품을 읽고 와 주세요. *

 

1.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동주는 학대 받는 아이입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도 아버지에게 뺨을 맞을 정도로요.

그런 동주에게 크리스마스 이브 밤 친구 영화가 찾아봅니다. 원하는 것을 보여주는 마법이 깃든 성냥과 함께요.

이야기 <성냥팔이 소녀>에서 나오는 것처럼, 동주는 친구 영화와 함께 자신이 바라는 세계로 떠나기 시작합니다.

모든 성냥이 다 타버렸을 때, 동주의 앞에는 과연 어떠한 결말이 기다리고 있을까요?

 

2.

<성냥팔이 소녀>와 <크리스마스 캐럴>이 생각나는 이야기였습니다. 결말은 결코 교훈적이지 않지만요.

작품에 하나 불만 아닌 불만이 있다면 작품에 비치는 작가님의 사상 부분인데요.

물론 이것은 “작가님의 사상은 너무나 반사회적입니다.”라는 저급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또한 “작가님의 사상은 너무나 깊이가 얕습니다.”라는, 정말 심각한 이야기도 아니지요.

동주가 꿈꾸는 세계들은 충분히 깊이가 있습니다. 어느 면에서는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가 진정으로 꿈꿀 곳이기도 하지요.

평화를 사랑하는, 폭력이 없는 여성의 세계.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르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먼 미래의 세계.

그리고 폭력에 시달리는 아이라면 한 번이라도 꿈꾸었을, ‘왜?’라는 질문에 대답을 주는 세계.

저는 이러한 세계를 상상하는 작가님의 생각에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제가 불만을 품은 것은 전혀 다른 쪽이에요.

이 작품은 기본적으로, 환상의 세계 속에서 사는 아이의 서투른 습작과도 같은 세계를 그려내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작품이 서툴러요! 습작 같네요! 이런 소리는 당연히 아니고요.

리뷰의 제목에도 썼듯, 이 소설은 한 아이의 꿈과도 같은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매우 환상적이고, 동화적이고, 차분할 정도로 아름답지요. 저는 이러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그런지 등장인물의 입을 빌려 노골적으로 사상을 드러내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다른 소설을 읽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굳이 등장인물의 직설적인 대사로 동주가 꿈꾸는 세계를 드러낼 필요가 있었을까요?

우화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아름다움을 남기면서도 작가님이 생각하는 바를 드러낼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은 없었을까요?

두 번째 세계가 군더더기 없이 아름다웠던 만큼, 아쉬움이 컸습니다. 작가님이 그럴 만한 역량이 없어 뵈면 그냥 그런가보다… 역량이 없는가 보다 하면서 “작가님은 아직 이런 세계를 쓰실 만큼 성숙하지 못해 보입니다. 혹시 이런 이런 작품을 참고하시면 어떠실까요?” 이런 말을 최대한 정중하고 예의바르게 하며 사정 없이 난도질을 했겠지요. 그렇지 않으니까 마음이 아픈 것입니다.

 

3.

그럼에도 저는 역시 이 작품을 좋아할 수밖에 없습니다.

환상적인 색채, 잔혹하나 동화에 가까운 분위기, 시로 시작해 시로 끝나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결말.

제가 안 좋아하고 배기겠습니까?

저는 짧은 분량의 단편 소설일수록 이미지와 아이디어가 더 돋보인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잘 쓴 단편소설은 확고한 이미지와 기발한 아이디어를 탄탄하게 뒷받침해서 더욱 아름답게 보이도록 조직한 것이라고 믿고요. 그런 점에서 <성냥 플러스 알파를 파는 소년>은 정말 준수한 단편입니다. 아이디어 자체는 크리스마스 이야기에서 흔히 나오는 것이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을 두고 얼마나 훌륭한 작품으로 완성시키느냐, 바로 이 점이 아니겠습니까.

제가 특히 좋아하는 부분은 친구 영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영화는 사실 현실에 속해있는지 환상에 속해있는지 구분할 수 없는 인물이지요. 동주가 서술하는 바에 따르면 영화는 현실 속에서 실제로 존재한다기보다 동주의 환상에 속하는 인물에 더 가까울 것입니다. 왜, 우리는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어린 시절에 아이들이 환상 속에서 나오는 가짜 친구와 함께 논다고 하지 않습니까. <인사이드 아웃> 같은 작품에 나오는 것처럼요.

하나의 장치입니다만, 이런 장치를 세세하게 설정해 놓는 것이야말로 작품의 완성도를 판가름한다고 봅니다.

 

4.

이 작품의 결말을 어떻게 해석하면 좋을까요?

어쩌면 동주는 더 이상 평화를 사랑하는 여성의 나라로 갈 수 없게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소설은 비극이 되겠지요.

다른 사람을 가해한 흔적이 별로 없어 폭력이 없는 세계로 초대받을 수 있던 소년이, 다른 사람을 가해할 수 있는 남자가 되어 더 이상 결백할 수 없는 사람이 된 날일지도 모릅니다. 조금 더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자면, 성냥을 모두 불태워버렸다는 이야기는 동주가 꿈꿀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불태운 날이라는 의미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러니 더욱 좋은 꿈을 꿀 수 있을지도 몰라요.

저는 여러 해석을 가능하게 만드는 소설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본 작품은 정말 여러 해석을 할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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