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주목받아야 할 날에 소외당하는 것만큼 외로운 느낌이 또 있을까요. 특히 다른 친구들은 모두 주인공이 되는 어린이날에 홀로 남은 아이의 기분이 어떨런지요. 사실은 그렇게 특별한 날은 아닌데, 그저 이름이 붙었고 빨간날이란 이유만으로 뭔가 특별한 일을 해야할 것만 같은 그런 날이잖아요. 선물을 받으면 더 좋고. 어린이날을 어떻게 보냈는지 가물가물해진 어른 입장에선 더더욱 타인의 시선으로 보게 되는 글이었답니다. 주인공은 소미라는 여학생이어요.
소미는 어린이날에도 일하러 나간 부모님 때문에 혼자 남겨진답니다. 제가 이야기에서 이질적인 느낌을 받은 부분이 하나 있어요. 엄마는 일하러 나가셨지요. 그런데 아빠는? 작중에 아빠라는 단어는 딱 한 번 나옵니다. 소미도 내내 엄마가 자길 혼자 두고 갔으니 자기도 엄마 연락을 받지 않아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빨간 날에도 일하러 가야하면서 말미에서는 슬퍼 보이기까지 한다고 했던 엄마의 모습을 보며 어쩌면 소미네는 한부모 가정일까 지레짐작을 해보았답니다.
받은 용돈으로 소미가 할 수 있는 일은 한정적이었는데, 소미는 아무도 만나지 않고 누구에게도 연락하지 않더라고요. 다들 즐거울 거야. 나만 빼고.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면서 낯선 사람과 만날 때까지 얼마나 조마조마했는지요. 다행히 불손함 가득한 저의 상상을 배신하면서, 피에로 아저씨는 나쁜 사람이 아니었답니다. 휴우. 그래도 그 전 만화방 대학생이나 담배를 피워본 소미나 조금 엇나가기 쉬운 위태로운 모습들에 불안한 정경들이라 타당한 의심이었다고 생각해요.
외롭다고 해서 모두가 잘못된 길로 빠지지는 않지요. 소미는 결국 휘청휘청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답니다. 그리고 엄마의 슬픔을 느껴요.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여 자기 욕심을 접는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우리는 철이 들었다고 표현합니다. 소미는 철이 든걸까요? 이런 방식으로 어른이 되는 것을 저는 슬프게 생각합니다. 아이들은 아이일 때만큼은 아이답게 살아가는 게 좋다고 느껴요. 그럴 수 없던 것이 소미의 불행이고, 이 가족에게도 나름의 이야기가 있겠지마는요.
횡설수설 중언부언 조잡한 감상이 되었습니다만, 차후 맞이할 어린이날은 더 이상 소미에게 특별한 날이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소미는 피에로의 구슬에서 무엇을 보았을까요? 가슴에 품은 비밀이 하나 둘 늘어가면서 아이는 어른이 되겠지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