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KI 님이 리뷰 공모에 부쳐를 상세히 써주셔서 이번 리뷰는 그에 맞게 최대한 담백하게 적겠습니다. 담백한 리뷰에 스포는 필요없습니다. 그저 제가 이 글을 읽으면서 고치면 좋을 것 같은 부분을 몇 가지를 적어볼 뿐.
1. 사실 나열의 문제 / 편집
버라이어티를 넘어서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가 도래한지도 꽤 지났습니다. 아마 강산도 한번쯤 바뀌지 않았을까요.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 이토록 오래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건 ‘전개가 예측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한 몫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만약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이 편집 없이, 가령 1박 2일이라면 24시간동안의 촬영분을 쏟아낸다면 어떨까요.
이런 예능이 재미있는 건 편집의 힘 역시 한 몫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편집이 덜 된 것처럼 느껴집니다. 분량을 늘리기 위해 굳이 넣지 않아도 좋을 장면들을 과하게 삽입하고 있다고 느껴졌어요. 그런 부분을 편집을 통해 덜어낸다면 더 읽기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2. 사실 확인의 문제 / 조사
소설은 허구의 이야기를 자아낸 것이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허구로만 되어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 작품 속 상황과 그 상황 속에서 인물들이 하는 행동을 보고 있으면 너무 현실과 괴리감이 들어요. 단적인 예로 초반에 세미나실에서 발표 준비하는 것도 너무 주먹구구예요. 진짜 그런 발표를 한다면 몇 주 전부터 준비 시작해서 반복에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고 넉넉하게 시간 잡고 리허설도 최소 한두번은 하고. 근데 이 작품에서의 발표는 당일에 엇, 엇, 물건이가?! 합니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런 일이 생기면 퀵을 부르겠죠. 다녀오라고 하는 게 아니라. 미래세계라 드론퀵도 있을 거 같은데.
후에 감각 실험하는 장면도 그랬습니다. 사실 이건 좀 다퉈볼 여지가 있겠지만, 저는 일단 자연계 잉여라 실험 해볼 일이 꽤 있거든요. 아마 그 시절 연구원들도 기본적으로는 저와 같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논문이라는 게 실험하고 쓰면 끗! 이런 게 아니라 윤리위원회랑 씨름도 해야하거든요. 그래서 실험체를 윤리적으로 다뤄야 하는 그런게 있습니다. 안그러면 아무리 엄청난 발견이라도 논문 발행하기가 어렵죠.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 할겁니다. 그런데 실험체를 부탁하는 데 공문을 그렇게 쓴다는 것도 이해가 안되고, 그렇게 실험체를 인간적으로 대우하는 묘사가 나왔다면 주먹구구식으로 동의도 안 받고 실험하는 게 아니라 착실히 실험 내용 설명하고 동의서 받고 이랬으면 좋지 않았을까요.
3. 인물 관계의 문제 / 대화와 묘사
다른 건 둘째치고 인물들이 너무 순순히 따라옵니다.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가에 의해서 조종당할 뿐인 인형처럼 느껴져요. 자기 의지는 없고 거대한 흐름에 순응하는 식으로 말이죠. 튕기는 맛이라고 하면 좀 거식하기는 하지만, 그 외에 표현할 방법이 없네요. 갈등이 없다고 해야하나. 좀 그랬습니다. 어린왕자를 예로 든다면 어린왕자가 양을 그려달라고 했을 때 파일럿은 그걸 그려주지만, 어린왕자가 퇴짜를 놓죠. 다시 그려와라!! 하고요.
심지어 인물들이 서로 대화하는 것조차 무미건조하기 짝이 없습니다. 어린왕자에서는 파일럿은 파일럿처럼, 어린왕자는 어린이처럼, 탐욕스러운 자본가는 돈밖에 모르는 것처럼 생기를 갖고 대화를 나눕니다.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그런 생기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모두가 말투가 비슷비슷하기도 하고요. 그 나이 그 성별 그 직업군의 언어법을 신경써서 적어보시면 어떨까요.
대충 이렇습니다. 저는 담백하고 깔끔하게 제가 느끼는 문제만 쇽쇽 적었습니다. 건필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