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열린 문 공모 공모채택

대상작품: 단화개문(丹花開門) (작가: 엄성용, 작품정보)
리뷰어: BornWriter, 18년 5월, 조회 45

매우매우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매우매우 스포일러 함유합니다.

매우매우 매우매우 매우합니다(?)

 

오래간만에 스포 가득한 리뷰로 돌아왔습니다. 브릿G의 파파파 파워 리뷰어 본롸이터입니다.

리뷰를 시작하기에 앞서, 이미 여러번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저는 무협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을 언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는 무협의 ㅁ자도 몰라요. 이거 口인가요? 하하하, 하여튼 저는 무협에 대해 잘 모릅니다. 여러분의 평균적인 무협에 대한 이해보다 떨어질 거예요. 그래서 언제나 무협 작품을 리뷰하는 것은 낯설고도 어렵습니다.

 

1. 무협과 문법

이 작품은 무협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통상적인 무협과는 약간 다릅니다. 어느 지점이 다르냐고 묻는다면 명확하게 설명하기는 힘들 거 같습니다. 다만, 무협이라는 장르의 문법을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사칭’을 하고 있달까요. 정파와 사파라는 기본적인 개념은 동일합니다. 그러나 구파일방이니 오대쌀이니 이런 애들은 나오지 않고, 새롭고 특이하고 낯선 이름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천지회 ∙ 명강방 ∙ 삼합회(는 안나옵니다) 등. 이러한 시도가 잘 먹힐지, 아니면 역효과를 낼 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저같은 무협의 口자도 모르는 사람에게는 구파일방이니 오대쌀이니 하는 것들도 똑같이 낯선 개념이고, 무협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이단이다!’같은 반응이 나오지 않을까 싶네요.

 

 

2. 무협과 무언의 약속

무협이라는 게 어느정도 독자와 작가 사이에 약속된 장르라고 생각합니다. 중국 대륙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고, 송나란지 당나란지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죠. 이게 무협이 무협일 수 있는 최대한의 리미트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 작품에서는 무려 영어가 나옵니다! 앞에서 천공이 ‘신조가 뭐임’하고 물었는데 (아베 신조입니다, 라고 대답하는 대신) 장군방은 ‘모토라….’ 하고 대답합니다. 이게 母土는 아닐테고 (모토롤라도 아닐테고) motto를 말하는 거겠죠 아마. 저는 이 부분에서 몰입이 확 깨져버렸어요.

 

 

3. 전투 장면

사실 초반의 전투 장면이 제일 어려웠습니다. 복잡한 동작을 무슨 소린지 모를 설명으로 덮어씌우는 듯한 느낌이었거든요.

“검의 고정된 움직임을 해방하기 위해, 단지 한 곳에 내공을 집중해서 더 자유롭게 풀어주는 거야. 이러면 검 그 자체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미친듯이 날뛰거든.”

이 대사도 읽을 때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한 곳은 어디고 자유롭게 풀어준다는 건 또 무슨 뜻이지??? 하고 말이죠.

여인의 왼손이 움직였다. 분명 여인은 검을 쥐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바짝 붙어 떨어지지 않는 검은 여인의 손바닥 바로 밑에서, 파르르 날을 떨며 복면인들을 겨냥하고 있었다. 여인이 손바닥을 비스듬히 틀었다. 검 날 또한, 비스듬히 꺾여 사선을 찔렀다. 더는 입을 열지 않고 여인도 고개를 비스듬히 틀어 날이 선 검의 끝으로 향했다. 시선이 천천히 방향을 틀었다.

공중에 떠있었다는 검이 여기서는 바싹 붙어 떨어지지 않는다고 되어있습니다. 손바닥에 검이 붙어있는 상태로 쥐고만 있지 않은 건지, 아니면 그대로 공중에 떠있는 건지 저는 햇갈리기 시작했습니다.

왼팔을 올리고 양 다리를 찢으며 몸을 아래로 내렸다. 쭉 뻗어올린 왼손바닥 위에 걸친 검이 살짝 흔들리더니, 그대로 풍차처럼 빙글빙글 돌며 전방위 회전을 시작했다.

독자는 보통 순서대로 묘사를 처리합니다. 제 경우는 [ 왼팔을 올리고 ➠ 양다리를 찢고 ➠ 몸을 아래로 내렸다 ➠ ???? ] 이었습니다. 왼팔을 올린 상태로 몸을 아래로 내리면 팔은 아래를 향하지 않나요? 그런데 쭉 뻗어올린 왼손바닥이라니…. (펄쩍 뛰어올라) 양다리를 찢고 ➠ 몸을 아래로 내린 상태로 ➠ 왼팔을 천장을 향하게 한 거겠죠 아마. 이런 식으로 묘사들이 조금씩 제 이해를 방해하더군요.

그나저나 단순히 대나무헬리콥터 칼날버전이 필요했던 거라면 몸을 아래로 내리고 이럴 필요 없지 않나요? 잠깐 생각을 해봤는데 굳이 그렇게 뛰고 뒤집고 다리벌리고 할 필요가 있나 싶네요. 그 동작이 초식을 발동하는 데 꼭 필요한 걸까요. 하지만 독자는 알 수 없죠.

“대단하군. 검을 쥔 상태의 공격은 전방에 한정되나, 검을 놓아주면 그 범위는 모든 게 된다.”

검을 놓은 건가요, 검을 걸친건가요, 아니면 검을 손바닥에 붙인건가요. 혹은 순간순간 쥐고있는 방법이 달라진 걸까요?

 

전체적으로 전투 장면의 묘사가 복잡하고 난해하고 일관성이 없게 느껴졌습니다. 전투 장면을 아예 전부 들어내던가, 상당히 단순하게 적으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4. 작품의 제목과 핵심

작품의 제목은 본문에서 그 내용과 이유가 드러납니다. 다만, 좀 애매했어요. 첫눈에 반하는 게 애매하다는 게 아닙니다. 그냥 첫눈에 반한 것 뿐이었다면 저는 더 할 말이 없었을 거예요. 그런데 여기서는 첫눈에 반했다는 걸 강조하기 위해 개문을 실어증 환자로 만듭니다. 첫눈에 반해서 말을 한다! 마음을 열었다! 하고요.

실어증이라는 단어가 그 시대에 없었다는 건 둘째치더라고, 실어증은 단순히 말이 안나오는 증상이 아닙니다. 실어증에도 종류가 여러가지이며, 한 마디도 못하는 실어증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저는 알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말은 알아듣지만 내가 논리정연하게 문장을 구사하지 못하는 실어증도 있고, 상대방의 말도 이상하게 알아듣는 실어증이 있고, 심각한 실어증은 신경계의 마비와 감각이상 등을 동반하기도 합니다. 실어증이라는 설정 없이 그냥 진행되었다면 훨씬 좋았을 거 같아요.

 

 

 

개인적으로 천공의 야욕에 초점을 정조준하는 편이 더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개문이 첫눈에 반한 것도 사실은 천공이 내공을 사용해서 첫눈에 반하게 만들었다던가(내공은 마법이랑 다른가요? 이렇게 안되나…)! 지금은 뭐랄까 비중이 분산되어있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거든요.

잘 읽었습니다.

 

+ 리뷰 제목이 왜 이런지는 작품을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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