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리뷰는 또 오랜만이네요. 제 글을 올릴 때와는 다른 긴장감과 두근거림이…
이 글은 BornWriter님의 <멋진 이세계 : Brave Another World>에 대한 리뷰입니다.
감상 위주이고, 스포일러는 되도록 나오지 않게 주의 했어요 =)
먼저, <멋진 이세계>는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사실 처음 보면, 너무 흔해서 요즘은 오히려 드물어진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용이 왕국을 습격해서, 공주를 데려가고, 용사가 공주를 구해오는 이야기 말이에요. 단지, 여기서는 용이 왕국의 수도에 눌러 앉았고, 용이 붙잡은 것이 공주가 아니라 왕자라는 점이 다르겠네요.
이 이야기를 보다보면, 그런 소소한 차이점이나 비틀기가 보여요.
왕국의 부를 보장하는 은안개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하는 것도 어느 정도는 그렇습니다. 용에게 수도를 강탈당하고도 버틸 수 있는 왕국이 흔하겠어요? 이런 비싸고 신비롭고 좋은 금속 광산으로 쌓인 부 정도는 있어야 말이 되겠지요. 그 정도에서 멈추고 만 것이 좀 아쉽긴 합니다. 흥미로운 소재인데, 딱 그 정도 역할에서 그치고 말거든요.
문장 사이사이로 엿보이는 작가님의 재치도 좋았습니다.
2화에서의 모 대령에 대한 이야기라던지, 용이 고블린 근위대들의 월급 삭감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부분 같은 것이요. 이런 소소한 재미들이 섞여 글을 계속해서 읽어나갈 만한 힘을 줘요. 저는 어떻게든 보는 사람을 이야기의 끝까지 이끌만한 것이, 이 소설에서는 이러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사실 <멋진 이세계>가 전개 자체가 흥미로운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용사는 붙잡힌 왕자를 구할 테고, 용사는 왕자와 행복하겠지요. 그 전제 자체가 뒤집히지 않는 이상에, 이 소설이 전개가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기는 어려울 겁니다. 최소한, 뒤에 어떤 전혀 기대하지 못했던 이야기가 될 지 두근거리며 읽어 나가는 류의 소설은 아닐 거예요.
제 생각에 이 글은, 전개 자체의 재미 대신에, 대립하는 인물 간에 오가는 대화나 문장 사이사이 드러나는 재치에서 오는 재미를 즐길 수 있는 글입니다. 그리고 그런 재미가, 전개 자체의 재미를 어느 정도 잘 대체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다고 전개되는 과정에서의 재미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용사가 용의 손에 들어간 수도로 잠입하는 과정에 대한 부분, 용사가 용에게 대적하는 부분 같은 것은, 제게는 충분히 흥미로운 비틀기였어요.
여기서부터는 BornWriter님께서 공지에 남기신 것에 대한 언급부터 해서, 어쩔 수 없이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언급도 있을 수 있겠어요. 혹 지금까지 제 리뷰를 보시고 <멋진 이세계>를 읽으실 마음이 생기신 분은, 주의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
아, BornWriter님의 공지도, 되도록 소설을 모두 읽고 난 뒤에 읽는 편이 좋을 것 같아요.
먼저, 왕자가 용으로부터 구출된 이후부터 마지막까지에 대해서예요. 전 이 부분이 괜찮은 마무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뜬금없는 결말은 아니었지요. 4화에서 용사가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언급하기까지 했으니까요. 애시당초 이런 이야기에서, 용사나 기사가 목숨을 걸고 용에게 맞서는 이유는 본디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세계에서 제일 유명한 배관공이 그렇듯이 말이에요.
그 과정에서 빚어진 갈등이 비교적 쉽고 짧게 넘어가는 것도, 그저 부수적인 이야기로 감안하면 용인할 만 했어요. 그래서 말씀드렸다시피, 괜찮은 마무리라고 생각했지요. 부수적인 이야기가 좀 큰 감은 있었지만요. 하지만, 그래도 제가 보기엔 여전히 좋은 이야기였어요.
네, 하지만 공지를 보고 나서는, 이 결말에 대해 어쩔 수 없이 좀 아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성애 문제가 이 이야기의 핵심이라면, 이 결말부에 비해서 앞에 나온 부분이 지나치게 흥미로웠어요. 결말부에서 이 문제가 해결되는 방식은, 용과의 대적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굉장히 쉬웠어요. 그렇게 흥미롭지 않았구요. 게다가, 어느 정도는 “당연히 해결 될 거라” 생각되기도 했습니다. 1화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거든요.
그렇다고 앞부분을 덜 흥미롭게 할 수도 없는 일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 결말부의 갈등이 해결되는 과정이 용과의 대적만큼만 흥미로웠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요. 그러면 지금껏 억눌려진 등장인물들의 성별에 대한 것까지 포함해, 좀 더 이야기하고 싶으신 것에 무게추가 실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고요.
그런 부분을 제외한다면, 저는 이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읽는 내내 지루하지 않았고, 흥미로웠어요. 저는 읽어 나가는 재미가 있는 글을 좋아해요. 제게 이 소설은 읽어 나가는 재미가 있었고, 그래서 충분히 다른 사람들에게 권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이 소설 <멋진 이세계>에 대한, 제 감상이 되겠네요.
그리고 BornWriter님께서 남기신 공지에 대한 짧은 이야기인데요.
저는 4화 결말에서 까마귀 남작이 말하기 전까지, 용사의 성별에 대해 아예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까마귀 남작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아하, 그렇구나, 하였지요.
공감 가는 부분도 있었어요. 저도 사실 최근에, 등장인물의 성별을 되도록 직접적으로 얘기하지 않으려고 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저는 제 장편에서 저는 그나 그녀 같은 대명사 대신에 되도록 직위와 이름을 쓰고 있어서…흠흠…
그리고 저는 짜놓은 플롯과 결과물이 전혀 다른 경우가 많은 사람이라…크흠흠…
음, 그럼, <멋진 이세계>에 대한 감상은 여기까지로 할게요.
부족한 감상을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감사드립니다.
BornWriter님, 재밌는 소설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소설, 재밌는 소설, 많이 써주시길 기대합니다 =)
p.s ) 마지막에 인용하신 묘비명 부분이, 처음에는 오스카 와일드의 문구인 줄 알았어요.
근데 왠지 영 확신이 없어서 확인해 봤어요. 역시나 조금 다르더라구요.
그래서 더 열심히 찾아보았어요. 미카의 Good Days란 노래의 가사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