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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작품: 가장 어두운 빛은 파랑 (작가: 도련, 작품정보)
리뷰어: Enlil, 18년 5월, 조회 159

이제는 가깝고 어느 주변을 둘러봐도 잘 보이는 사회문제들(성차별, 국수주의, 퀴어 등)이 이 소설을 잉태했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은 작 중 ‘치료’를 받은 어느 중학생, 정유미의 죽음으로 표현되었듯 아주 완강하다. 그러나 그 많은 사회문제에 대해 여타 설명도 없이 ─ 행복에 대한 몇 번의 메시지가 전부였다. ─ 답을 내놓는 것은,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작가가 ‘정유미의 상황이나 생각, 벌어진 일의 과정이나 뭐 그런 나머지 것들은 독자에게 맡길게요. 그러나 만약 당신이 제 글에 반대하고 의견을 같이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참 옳지 못한 사람이군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정유미를 위하던 김지선이 악한 사람인가? 나쁜 것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에게 주입된 확고한 사상 · 신념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단순히 답을 제시한 것만으로 문제들에서 도망쳐서는 안 되었다.

그래서 이 글은 고작 정유미의 죽음으로만 끝나서는 안 되었다. 조금 더 다양한 각도에서 그 죽음, 정유미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었다. 소설만으로는 작가가 내놓은 답이 납득되지 않는다. 위하는 생각으로 김지선은 정유미를 도왔다. 근데 정유미는 왜 자살했지? 행복하지 않아서? 그러니까 왜 행복하지 않았느냐고. 같은 치료를 받은 김지선은 행복하잖아. 작가는 일단 다 되었다고 올렸겠지만, 나는 이 글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글 같다. 완강하게 제시된 답에 근거가 없다.

문제를 표현한 방법은 나쁘지 않았다. 문제들이 옳은 것이 된 시대와, 옳은 것이 사실은 그릇되었다고 말하는 정유미의 죽음으로 문제가 문제임은 확실히 알려주었다.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아니면 적어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소설에서 명확한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흐릿하게나마 제시된 것이 ‘행복’이다. 이성애만 추구하는 것은 왜 잘못인가. 남성과 여성을 차별하는 것은 왜 잘못인가. 문제들이 ‘행복’ 때문에 잘못된 것인가? 김지선이 행복하게 잘만 살고 있는데 행복이 근본원인이 될 수는 없다. 작가는 다른 이유를 찾아야 한다.

자신의 신념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김지선)을 통해 여과 없이 드러내는 문제들은 독자에게 역하고 거북한 감정이 들게 한다. 그러나 그것이 또한 이야기를 읽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하지만 큰 의미 없다. 역하고 거북한 감정이 드는 사람은 이미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데 이 글은 문제를 인식하게만 할 뿐, 자체로는 깊이 있는 통찰이 없다. 물론 독자 나름의 경험들이 이 소설에 의미를 부여할 수는 있을 것이다. 과거는 몰라도 현대의 작가와 독자 간 관계는 여러모로 그런 것이니까. 그런 면에서 본다면 나쁘지 않을 소설이다. 하지만 그렇다한들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분명히 더 나아갈 수 있을 텐데 멈추어버렸다.

작가가 문제들을 더 깊이 들여다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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