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 어린이날 단편제에 뒤늦게 참여한 작품인줄 모르고-가 포인트입니다-리뷰 응모글 중에서 하나를 골라 읽다가 덥석 홀렸습니다.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봄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어느 할아버지와 은영이라는 꼬마의 이야기입니다. 자신을 할부지라 칭하는 할아버지가가 있기 때문에, 그리고 은영이의 말투가 꼭 사랑손님과 어머니에 나오는 것 같은 철부지 아이의 말투이기 때문에 어린이날의 이야기로도 잘 어울립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밝은 이야기만은 아닙니다. 은영이가 말하는 것은 항상 발랄하고 희망에 차 있지만 아이가 건네주는 할부지의 이야기는 희망을 갖고 하염없이 기다리는 판도라의 상자 같은 분위기입니다.
은영이는 할아버지와 둘이 삽니다. 할아버지는 구름을 피워내고 은영이는 고철을 주워 할아버지에게 갖다줍니다. 할아버지 외에도 구름장이는 여럿 있는 모양이지만 은영이는 할아버지가 만든 구름을 가장 좋아해서 할아버지에게 갖다 준답니다. 할아버지는 은영이에게 자주 말을 건네고 옛 이야기들을 들려 줍니다. 학생이라든지, 학교라든지, 편의점이라든지, 사람들의 이야기라든지. 지금은 전혀 없는 옛것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언젠가 봄이 오면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그 봄은 온도계가 0도 가까이에 오면 그 때야 오는 것이라고요.
은영이는 내내 봄을 기다리지만 올 것 같은 봄은 오지 않고 폭설이 찾아옵니다.
그 뒷 이야기는 적으면 너무 내용을 많이 폭로하는 것 같아 살짝 접어둡니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키워드 하나는 슬쩍 빼놓았지요. 앞부터 등장하는 이야기라 할아버지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는 대강 짐작이 갑니다.
장르나 관련 키워드를 보지 않고 읽기 시작했지만 이게 SF라는 것은 초반부터 어렵지 않게 짐작했습니다. 먼 미래가 아닐까 생각하는 그 때의, 『투모로우』의 눈밭 같은 분위기는 맨 마지막에서 절정에 달합니다. 그리고 마지막 부분을 보고는 울컥했습니다. 은영이와 할부지의 정체는 짐작만 할 수 있을 따름입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앞서 적은 것처럼 판도라의 상자에 남은 마지막 무엇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꺾이더라도 꺾이지 않는, 그런 것이지요. 거기에 마지막 부분에서 어린이날에 이어 있는 어버이날을 상징하는 무언가를 언급하는 은영이가, 그리고 그것을 듣고 아무말 못하는 할아버지에게 지나치게 감정이입을 해서 울컥할 수밖에 없었씁니다.
은영이나 할부지의 대화체, 그리고 마지막 문단의 코드 때문인지 20세기 초반의 한국 단편소설 작가들이 SF를 쓴다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동화 같지만 희망을 땅에 묻고 겨울 나기만을 기다리는 그런 소설이었고요. 부디 겨울이 끝나고 봄이 찾아와 모두들 겨울잠을 끝내고 나오는 그 날을, 할아버지가 무사히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소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