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일상 추리에서 이어지는 로맨틱한 해결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막대과자는 톡 하고 부러진다. (작가: 천가을, 작품정보)
리뷰어: stelo, 17년 2월, 조회 404

기대 이상의 작품이었습니다. 독특한 문제, 단순하지만 개연성있는 동기, 의외의 진상, 논리적 해결을 모두 만족시켰으니까요.

사실 배경이나 인물 묘사는 그렇게 뛰어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조연들은 전형적이고 단순하지요. 바가지 머리의 안경을 쓴 상위권이라던가요. 흔히 일상추리물하면 떠오르는 [고전부 시리즈]와 비교해보면 간단한 단편조차도 장면을 충실하게 그려냅니다. 분량도 이 작품은 요네자와 호노부의 단편에 비해 매우 짧습니다.

하지만 이 부분은 군더더기가 없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인물이나 배경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사건이 핵심이고, 전부입니다. 시작부터 사건과 단서를 제시하고, 그 뒤에 나오는 내용도 단서들입니다. 그리고 필요한 단서가 주어지자 마자 탐정은 결론을 내리죠. 작가는 여기서 이야기를 간단하게 뒤집어 의외의 범인을 제시합니다.(그 분!) 논리적 추론을 키스로 연결시켜서 마무리짓습니다. 빼빼로 데이에 걸맞는 결말입니다.

제가 눈여겨 본 점은 동기입니다. 일상 추리물에서 기이한 사건을 일으킬 때 동기가 말썽을 일으킵니다. 특히 사소한 범죄사건이 그렇습니다. 경찰과 과학 수사가 아니라 탐정이 범인을 잡는 건 그렇다 칩시다. 사소한 일이니까요. 그런데 범인은 왜 휘황찬란하게 기이한 사건을 벌이고 단서도 남겼을까요?

이 작품은 동기 문제를 해결하는 한 가지 방식을 보여줍니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니까 생략하겠지만, 읽어보신 독자분들은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주인공에게 물증은 없습니다. 동기에 기반한 정황 근거니까요. 하지만 이 정도는 많은 추리 작가들도 사용한 방식 아닌가요? 여기가 법정도 아니고요. 일상물에서 불가해한 트릭 없이도 정석적으로 “누가 범인인가?”의 이야기를 완성시켰다는 점으로도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추리 소설을 좋아하니까요.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이야기가 과도하게 아이디어에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사건을 무한히 만들어 내실 수 있다면 좋겠지요. 하지만 아이디어는 고갈되기 마련입니다. 정교한 플롯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긴 이야기를 쓰기는 어렵습니다. [13호 독방의 문제]나 [9마일은 너무 멀다]처럼 인물보다는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강조하는 고전들에서도 해결편은 짧습니다. 단서들이 제시되는 앞 부분에서도 연이어 기이한 단서를 내보이죠. 조금씩 의문이 커져가는 겁니다.

이 작품에서 2,3,4교시 부분은 약간 지루합니다. 그저 설명 속에 단서들을 숨겨서 제시할 뿐입니까요. 단편이기도 하고 짧게 지나가는 부분이라 단점이 두드러지진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길었다면 어땠을까요? 고민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이런 작품은 얼마든지 더 읽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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