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키기 어려운 기이한 이야기 비평

대상작품: 미스터리 까페 (작가: 권준형, 작품정보)
리뷰어: stelo, 17년 2월, 조회 94

1문장 요약 : 확실한 긴장과 기이한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계속되는 장문들은 읽기 어렵습니다.

이야기는 시작부터 긴장된 문제를 던집니다. 주식중개인으로 바쁜 삶을 보내던 주인공의 휴대폰에 기이한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미스터리 카페에 초대를 받은 것이죠. 사실 중개인의 아내는 사고로 죽었습니다. 카페에 도착한 주인공은 운명을 바꿀 기회를 얻게 됩니다…

“내 삶을 바꿀 수 있다면?”이라는 질문은 많은 작품들이 던졌습니다. 공감하기 쉬운 소재니까요. 과거를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하지만 클리셰이니 만큼 진부해질 위험도 있습니다.

작품의 장점은 명확합니다. 끝 없는 디테일들이죠. 많은 습작가들이 빈약한 묘사로 고민하지만, 이 작품은 풍성합니다. 시각에만 의존하지 않고 청각이나 촉각등 다양한 감각을 씁니다. 주인공의 물건 하나에도 철저하게 과거사가 따라 붙습니다. 담배, 라이터, 시계 ,핸드폰 같은 소지품들이 반복해서 등장하면서 과거와 현재, 어쩌면 미래를 이어줍니다.

하지만 긴 문장들은 독자를 지치게도 합니다.

여기서부터는 독자분들보다는, 작가님께 보내는 피드백입니다.

  저는 글을 읽기 시작하자마자 숨이 막혔습니다. 한 문단이 문장 하나로 되어 있었으니까요. 주식 중개인의 숨가쁜 삶을 묘사하려는 게 아닐까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더 읽어나가니 긴 문장이 작가님의 특징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 밖에도 여러 문제들이 보이더군요. 하나씩 설명해보겠습니다.

1. 장문을 단문들로 쪼개보세요

예를 하나 가져오겠습니다.

  눈이 올 것 같은 하늘은 그의 마음처럼 잔뜩 흐려 있었고 어두운 거리에는 추운 날씨 탓인지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담뱃불이 전해주는 온기 속에 긴장되었던 몸과 마음이 녹는 것을 느끼며 그는 회사 로비 앞에서 담배와 함께 달콤한 시간을 보낸 뒤 외투의 깃을 세워 추운 바람을 막은 다음 약속 장소가 있는 교외에 있는 장소로 가기 위해 지나가는 차량이 별로 보이지 않는 도로가로 가 택시를 기다렸다. 살을 에는 차가운 바람 속에 한적한 도로가에서 택시를 기다리던 그는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택시로 인해 약속 시간에 늦을 것만 같은 마음에 초조해 지기 시작했다.

  이 예시는 그래도 양호한 편입니다. 전체적으로 100자를 넘어가는 문장이 많습니다. 단어 하나하나마다 수식어가 붙어 있죠. 비교적 심한 편입니다.

  여러 연구들이 독자들은 단문을 더 잘 이해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다른 작품들의 리뷰를 보시면 알겠지만 단문이 읽기 좋다는 분이 많습니다. 문체를 보완하시면 더 많은 독자들이 읽어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위 문단을 다음처럼 고쳐보면 어떨까요?

  눈이 올 것 같았다. 하늘은 그의 마음처럼 흐렸다. 거리도 어두웠다. 추운 날씨탓인지 지나가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담뱃불이 온기를 전해주었다. 긴장된 몸과 마음이 녹아내렸다. 그는 회사 로비 앞에서 담배와 함께 달콤한 시간을 보냈다.
외투의 깃을 세워 추운 바람을 막았다. 도로가로 가서 택시를 기다렸다. 교외에 있는 약속 장소로 가기 위해서였다. 지나가는 차는 별로 없었다. 기다렸지만 택시는 오지 않았다.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아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2. 뻔한 건 생략해보세요.

역시 예시로 시작해보죠.

  ‘가만 있어봐. 휴대폰이 있었지. 운전석에서 운전을 하는 저 사람 몰래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면 될 거야. 그래 그렇게 하자.’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그는 덜덜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을 시킨 채 운전석에서 말 없이 운전을 하고 있는 기사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조심하면서 천천히 이 모든 일의 시발점이 된 휴대폰을 꺼냈다. 그가 휴대폰을 천천히 열고서 경찰에 전화를 하려고 할때 운전석에서 음침한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손님. 이곳에선 전화가 되지 않습니다. 좀 있으면 목적지에 도착을 하니까 전화를 하고 싶으시면 목적지에 도착을 한 다음에 하시기 바랍니다.”

  의도를 하나하나 설명할 필요는 없습니다. 현실에 그런 식으로 말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어차피 나올 내용도 미리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지루하니까요.

 독자가 뻔하게 추론할 수 있는 부분은 생략해보세요. 독자가 직접 주인공의 마음을 상상하게 해주세요. 여백을 채워넣어가면서 몰입감이 커집니다. 문장이 간결해지는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직접 비교해보시죠.

어디로 가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는 떨리는 손을 애써 진정시켰다. 기사는 말 없이 운전 중이었다. 들키지 않으려 조심하면서 휴대폰을 천천히 꺼냈다. 휴대폰은 모든 일의 시발점이기도 했다. 경찰에 전화하려는 순간, 운전석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손님 이곳에서는 전화가 되지 않습니다. 조금 있으면 목적지에 도착하니, 그 뒤에 전화하시기 바랍니다.”

   3. 상투적인 비유
“자신을 감금했던 감옥과 같았던 을씨년스러운 붉은 공간을 떠났다.”
“그는 나침반 없이 폭풍이 불어오는 바다를 항해하는 선장이 된 듯한 심정이 되었다.”
“아기가 걸음마를 배우듯이 한 걸음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것처럼 그에게 구원의 메시지를 보내주는”

거의 2~3문단마다 나오는 비유는 의도와 달리 코미디로 읽혔습니다. 전형적인 비유여서도 있지만, 무엇보다 주인공의 심리에 맞지 않게 장황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순간에 아기나 사막의 오아시스를 떠올리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까요.

비유를 심리에 맞게 개성적으로 다듬으시면 좋겠습니다. 저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작품이 떠오르네요. 많은 작가들이 챈들러를 통해 문체를 공부했습니다. 호러킹 스티븐 킹이라던가요.

4. ~을 한

마지막은 사소합니다.

기절을 한 것처럼 행동을 한 -> 기절한 것처럼 행동한

도착을 한 -> 도착한
오픈을 한 뒤 -> 오픈한 뒤
합격을 한 뒤 -> 합격한 뒤
사망을 한 -> 사망한

위 예문들에서도 제가 이 부분은 고쳤습니다. 큰 문제는 아니지만, 이런 사소한 부분도 독자의 호흡을 늘어지게 합니다.

 

이 문제들은 고치기 어렵지 않습니다. 쪼개고 다듬으면 되는 일이니까요. 잘 정련된 문체는 이 작품의 장점을 더 돋보이게 해주리라고 생각합니다. 연재분이 더 올라오면 2차 리뷰로 찾아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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