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에서 이야기로 감상

대상작품: 잠자는 여왕의 종이 궁전 아래에서 (작가: 전견, 작품정보)
리뷰어: 페돌, 18년 2월, 조회 23

한 남자가 있습니다.

남자는 끊임없이 이야기해야하는 이야기꾼입니다.

지금까지 다른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끊임없이 조잘대는 바람에 모두 잘려버렸습니다. 그런 그에게 헌책방이라는 새로운 아르바이트 장소가 생겼습니다.

헌책방에는 이야기를 듣지 못하면 잠을 잘 수 없는 불치병에 걸린 한 여왕이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이야기를 해야하는 남자에게 이 여왕은 최고의 관객일지 모릅니다. 그녀가 이야기에서 재미를 느낀다면요.

이 단편 속 남자 주인공을 보면서 떠오른 것은 ‘번역가’였습니다. 다른 사람의 글을 단순히 언어적으로만 가져오는 것이 아닌, 작가가 작품속에서 독자에게 말하고 싶은 바를 정확히 찾아내 그대로 옮겨내야 하는 그런 사람. 자신의 이야기 보다는 타인의 이야기를 더 재미있고, 최대한 완벽하게 번역해내는 그런 느낌이 남자 주인공에게서 느껴졌습니다.

여자 주인공에게서는 끊임없이 새로운 이야기를 작가들에게 갈구하는 대중들의 모습이 느껴졌습니다. 처음엔 참신하고 재미를 느낄지 몰라도, 계속해서 읽는다면 금새 지루해져 계속해서 참신한 작품을 원하는 대중을요.

물론 이 둘이 이야기의 전부는 아닙니다.

수염을 기른 전집성애자. 잠깐 나오는 부잣집 부부. 특히 전집성애자는 매력적인 인물입니다. 이 글이 단편이란게 아쉬울 정도로. 물론 비슷한 인물이 나오는 [미저리]라는 작품이 있지만, 그 캐릭터와는 꽤나 다르지만요.

전집성애자는 단순히 자신의 생각을 토로합니다. “진정으로 좋은 작가는 죽은 작가 뿐이지.” 그가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죽어야만 그 작가의 전집이 나오니까.

여러모로 변태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입니다. 아마 작가님이 글에 가장 잘 나타낸 생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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