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본격적이지 않아 아쉬운 감상

대상작품: 꿈꾸는 여행자 (작가: 꿀벅스라이프, 작품정보)
리뷰어: bridge, 18년 2월, 조회 76

달변가- 그 부러운 이름!

말을 잘하는 편이 아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말을 들어주는 게 더 편안하게 느껴질 때가 많다

책 읽는 것도 어떻게 보면 일종의 대화이고 좀 더 의미를 확장하자면 내가 상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속으로 맞장구도 치고, 고개를 끄덕이거나 동의하기도 하고 때론 무언가를 궁금해하기도 하면서 그 과정을 즐기는 것- 그게 내 독서타입이 아닌가 싶다

다시 한번 ‘이야기’를 사람으로, 친구로 치환해보면 다음과 같은 내용도 적어볼 수 있겠다

누구는 수다스럽고 굉장히 가볍게 이야기를 하는가 하면, 누구는 말하는 주제도 무겁고 호흡도 느리고 한 번 대화를 마치려면 시간을 한참이고 잡아먹는다

누군가는 아주 불편한 주제를 가지고 자꾸만 이야기를 꺼내고, 누군가는 그러한 주제를 다른 식으로 돌려서 조금 더 유연하게 제시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은 크게 관심없어하는 분야의 전문가지만 유달리 나는 재미있어하는 친구가 있고, 반대로 남들은 정말 좋아하지만 나는 데면데면한 사이를 유지하는 친구가 있다

그래서 재미있는 것 같다

표지를 열고 페이지를 넘기고 한참이고 글자와 문장과 문단이 내뱉는 숨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이 친구의 진가를 제대로 알기가 어렵고, 그렇게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르기전까진 이 친구를 완벽히 알 수가 없다

애초에 그 이전 단계부터도 너무나 어렵다

서점엔 매주 신작들이 고운 옷을 입고 모습을 드러내고 강력한 이름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를 이겨내기란 쉽지가 않다

사람들은 그것이 ‘좋은’ 글이라서 읽는 게 아니라 ‘알려진’ 글이기 때문에 읽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이라고 다를 게 없다

껍데기를 까보기 전까지는 누가 좋은 글인지 재미있는 글인지 괜찮은 글인지 매력있는 글인지 알 방법이 없다

그러다 가끔, 내 스타일의 글이나 정갈하게 잘 차려놓은 밥상처럼 예쁜 글을 발견할 때가 있다

<꿈꾸는 여행자>가 그러했다

단순한 이름과 자극적이지 않은 소제목 덕에 그렇게 눈에 띄는 편은 아니었다

라울에는 사흘이나 연달아 비가 내렸다.

하지만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아니 처음 클릭하고 얌전하게 자리잡은 문단의 모양새를 보는 순간 어째 구미가 당겼다

첫 문장을 읽으니 이미 몇분후의 나는 이 글을 마음에 들어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첫 문단만 읽어도 느낌이 온다

좋지 않은 문장은 정체성을 잃은 듯 니나라도 내나라도 아닌 어딘가의 국적을 내세운다

그 가벼움에 치를 떨어본 기억이 한참 지난 지금에도 선명하다

그렇다고 무거운 것이 능사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진지한 태그를 달고 있는 것에 비해 이야기는 적당한 밸런스를 유지한다

다만, 가볍게 읽기엔 호흡이 느린 편이라 조금 답답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신화와 어릴 적 플레이하던 RPG게임같은 설정을 버무린 조화스러움은 매력적이다

제목과 느긋한 글의 흐름, 덤덤한 말투 때문인지 여행자가 적어내린 모험담같다는 인상도 받는다

보통 이야기를 읽을 때 습관처럼 만화나 애니메이션, 영화 등의 프레임에 이야기의 장면 장면을 대입해 보곤 하는데 이 글은 묘하게도 어딘가가 게임스럽다

아쉬운 점은, 주인공인 허크의 매력이 아직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과 꽤나 회차가 진행되었음에도 본격적인 몰입을 하기엔 어딘가 조금 부족함이 있다는 것

이야기의 볼륨이 커지는 만큼 인물이 늘어나고 화자의 수가 많아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만 방금 지나간 NPC들 이름도 헷갈려 하는 나로서는 산만하다는 느낌도 받았고 조금 더 타이트한 조이기가 필요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튼

꿈꾸는 여행자

강한 용병 주인공과 난세의 만남… 이 흥미로운 설정을 잘 살려 꾸준히 연재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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