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기 좋은 소재, 앞으로 지켜보고 싶은 글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타임리퍼(Time-reaper) (작가: 진유, 작품정보)
리뷰어: bridge, 18년 2월, 조회 55

Reaper

리퍼는 관련된 이야기를 구성하기에 매력있는 소재이다

어딘가 으시시하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무언가를 초월한 듯한 이미지가 있어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런 점에서 타임리퍼 Time-reaper 의 소재선정은 괜찮은 편이었다

더군다나 ‘주인공’이 ‘리퍼’가 되는 입장이라니 흥미를 더해주기에 아쉬움이 없다

‘나’는 불의의 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것도 모자라 막대한 비용을 필요로 하게 된 부모님을 위해 우여곡절 끝에 돈을 구할 방법을 찾아낸다

사고를 당한 후 달았던 인공심장으로 돈을 마련하기로 한 것

근 몇년간 인터넷에 연재되는 글 중 주인공의 압도적인 능력이나 운, 힘 혹은 이 모두를 합한 기예를 보여주는 글들이 굉장한 인기를 얻었다

개인적으론 먼치킨류의 글을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다

입맛에 맞으면 읽고, 재미있다고 생각되면 읽는다

혹은 뒷 이야기가 어떻게 될까 궁금할 때도 읽는다

보통은 주인공에게 굉장한 시련이 닥치고, 그 시련을 이겨내는 과정은 주인공이기에 생각보다 쉬우며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주는 통쾌함을 통해 읽는 이에게 대리만족을 준다고 하더라

‘나’의 일도 잘 풀려간다

돈이 필요해 인공심장을 떼러 갔는데, 정작 떼는 과정에서 갑자기 심경의 변화가 생겼는지 상대가 자신을 찌르기 전에 상대를 찔러 버린다

그 결과 ‘나’는 남의 인공장기를 떼오는 ‘리퍼’로 승격이 된다

장기 떼일 입장에서 남의 장기를 떼오는 ‘갑’의 입장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이 엄청난 전환점이 감흥있게 표현되질 않았따

어쩌면 정말 치밀한 상황과 심리묘사를 통해 ‘이 놈 이거 크게 한 건 할 놈이네’라는 느낌을 받고 수긍할 수 있었겠지만 어딘가 어설픈 문장력 덕에 설득되지 못한 채 이 ‘굉장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하다못해 책임감 있는, 기술력 좋은 리퍼가 되기 위하여 관리를 받거나 교육 받는 내용도 없다

그런 상태로 ‘예전에 알던’ 동창 의안을 떼러 가서 마음이 아파 어쩔 줄 몰라하는 ‘나’를 마주하게 되자 상투적인 전개에 다소 실망하게 된다

이야기가 예측가능하다는 것은 절대 나쁜 게 아니다

다만, 그 과정과 과정을 어떤 식으로 이어붙여서 이야기의 호흡을 살려내느냐가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하는데 전반적으로 전개하는 힘이 약하다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을 가져다 조각조각 기워낸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더욱이, 설득력이 없다

죽어가는 부모님을 위해 심장까지 내어주겠다고 마음먹었던 사내가, 오래전 친구 덕에 감상적이 되어선 무려 돈으로 환산 가능한 720시간을 얻어 놓고선 기쁘지가 않단다

그러더니 잔뜩 화가 나서는 ‘제발 살려달라’고 빌던 것을 싸그리 잊어버린 채 자신에게 재기의 기회를 준 이에게 죽일 듯이 달려든다

겨우 몇마디 말에 도발당해서는 말이다

사용기한이 만료된 제품을 회수하러 가는 쪽이 나쁜 것일까

이미 사용기한이 지난 제품을 찾아갈 때까지 제출하지 않는 쪽이 나쁜 것일까

누군가의 시간(목숨)이나 소중한 것(시각)을 빼앗는 존재를 좀 더 깊이 있게 그려낼 순 없었던 걸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 일련의 과정이 인간성에 대한 고찰을 유도하는 것이란 건 알겠지만 상황만 있고 몰입이 없는 상태이니 순순히 글의 속도를 따라가기란 쉽지가 않다

다행인 것은, 회차가 더해질 수록 문장이 조금씩 안정되어갔다는 점이다

혹 특정 회차 이후에 어느 정도 단련의 시간이 있었던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문장력이 확 좋아져서 초반의 불편함을 어느 정도 지울 수 있었다

여전히 모 사이트 스타일의 어투나 전개스타일은 그대로이다

어쨌든 빠른 전개와 ‘운 좋은’ 주인공의 성장기라는 요소를 좋아하는 이들은 많으니……^^

평소 액션과 디스토피아 요소를 좋아하는 편인데 여기에 SF 적 요소도 더해져서 나름 상상하는 재미도 나쁘지 않은 듯

완벽하게 내 스타일이다- 라고 말하기는 좀 어렵겠으나 구독해두고 가볍게 읽기엔 나쁘지 않을 거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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