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인가 논픽션인가? 비평

대상작품: Black Company (작가: ZeroDevice, 작품정보)
리뷰어: stelo, 17년 2월, 조회 190

소설보다는 논픽션을 읽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0화는 가상의 인터뷰지요. 출처도 달려 있습니다. 1화도 음성 기록으로 시작합니다. 사실감을 주기위해 쓰이는 기법이기도 하지요. 주석까지 달아가며 등장하는 용어들과, 사건들을 보고 있으면 설정이 어디까지 되어 있는지 궁금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 방대한 정보들은 독이기도 합니다. 일단 [Black company]의 문단들은 깁니다. 한 문단이 600자 가까이 됩니다. 원고지 3매 정도죠. 저는 5~700페이지 책을 일상적으로 읽는데도 읽기가 버거웠습니다. 우유 없이 빵을 몇 덩이씩 삼키는 느낌이었죠. 게다가 브릿G는 인터넷 플랫폼이지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읽기는 더 어려울 겁니다.

이야기들은 추상적으로 이어집니다. 구체적으로 머릿 속에 그려볼 수 있는 묘사보다는, 정보가 더 많습니다. 작중 인물의 말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습니다.

너희에겐 종이 속 글씨로 밖에 보이지 않겠지…

이따금 “폐에 물이 들어차 익사해가는 동안”이라던가 “우유 빚던 청년”같은 묘사가 나오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 사람들도 이름 없는 숫자가 됩니다. 저를 포함한 독자들에게 테러나 전쟁은 피상적인 이미지입니다. “사람이 죽었다.”고 해도 아무렇지 않죠. “5만 명의 사람이 죽었다”고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4만명의 시위대도 그렇습니다.

인물이 말을 한 마디 하면 다시 수 백자의 설명문이 따라 붙습니다. 계속해서 세계가 얼마나 위기에 빠졌는지 수치들을 나열합니다. 이걸 모두 외우고 있는 게 더 신기할 정도로요. 아니면 자료를 준비해놓고 읽는 걸까요?

여기 나오는 인물들은 자기에게 벌어진 ‘테러’라는 현실을 마치 책이나 뉴스에서 본 것처럼 말합니다. 전쟁터에서 사람이 죽는 걸 본 적이 없는 사람처럼요. 그 누구도 이 끔찍한 세상에 분노하거나, 두려워하거나, 좌절감을 느끼거나, 슬퍼하지 않습니다. 냉철하게 분석하거나, 추상적인 철학만 남죠.

“수 많은 사람들을 잃어야 했던 프랑스 사람들의 분노를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그들 스스로가 이성을 잃고 군국주의 경향으로 흘러간 걸 안타까워 할 뿐이죠.”

“자본은 곧 권력이었고 이들은 그런 생리를 이해하고 활용하는데 매우 탁월했다.”

“모든 살아있는 것이 태어나 준비된 역활을 위해 삶을 살아가고 거두어지는 이 거대한 신의 안배 속에서 내가 수행해야 할 역활은 땅을 일구고 기름지게 하여 그 보상으로 얻어지는 약간의 보상으로 삶을 영위하고 그릇된 욕심과 더러운 삶을 살지 않으며 감사할 줄 알고 공경하고 경배하는 것.”

결국 처음으로 돌아옵니다. 이건 소설이라기보다에는 설정집에 가깝습니다. 초반에 너무 많은 정보를 독자에게 주지요. 정말 끔찍한 세상인데도, 독자는 눈물이 나지 않습니다.

 

다행히도 똑같은 문제를 이미 많은 작가들이 겪었고 고민했습니다. 특히 역사 소설가나 SF나 미스터리 작가들이 그랬습니다. 해결책도 나와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말하지말고 보여주라는 조언을 되새길만 합니다. 가난한 자, 농부, 젊은이 같은 단어는 기자나 학자들이 씁니다. 원인을 분석하는 것도 학자나 기자들이죠.  저라면 이 장면을 시위대 중 구체적인 인물 중 하나의 시점으로도 묘사했을 것 같습니다. 시위대를 보여주는 것이죠.

시위대는 군인과 달리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에 가깝습니다. 공감하기 쉽죠. 평범한 사람은 “억울함과 고통”이라고 말하지 않을 겁니다. 구체적인 이름이 있는 회사에 다녔겠죠. 실직자일 수도 있고요. 친구와 가족이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겠죠. 그리고 티비를 틀면 정치인의 부패 기사가 나오고요. 시위에 나가기 까지 많은 고민을 했을 겁니다. 그 과정을 감각적이고 감정적으로 그려내면 됩니다.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야기는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보여주는 방법은 많습니다. 직접 생각해보시면 제 예시보다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걸 보여 줄 수도 없습니다. 이야기가 너무 길어지겠죠. 그래서 두번째 방법입니다.

    “이야기의 핵심과 관련 없는 정보는 다 삭제하세요.”

아, 하나 더 있습니다. “관련이 있어도 독자에게 당장 필요한 만큼만 남기고 삭제하세요.”

사령관이 어떤 사람인지, 이 부대는 어떤 곳인지, 파레스가 누구인지 하나하나 이력서를 읊어줄 필요는 없습니다. 이야기를 하다가 필요할 때 설명해도 괜찮습니다. 조금씩 드러내는 게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고요. 지금은 정보가 너무 많습니다. 딱 절반만 지워보세요. 문단을 더 짧게 만들어 보세요. 더 많은 독자들이 소설을 읽어줄 겁니다.

 

 

  세번째는 왓슨역을 쓰는 겁니다. 사령관과 페체니크는 독자와 비교했을 때 아는 게 너무 많습니다. 평범한 대화도 일반인은 이해할 수가 없으니 계속 지루한 설명을 해야 하죠. 독자가 공감하기도 어렵습니다.

셜록 홈즈 역시 천재입니다. 여러 과학적인 지식으로 범인을 잡죠. 반면에 왓슨은 평범한 의사입니다. 질문을 하거나 문제가 되는 행동을 하면서, 홈즈가 나서서 설명할 자리를 만들어주죠. 지금은 수 많은 작품에서 왓슨 역을 쓰고 있습니다.

Black company에도 왓슨 역을 넣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시위대 중에 수상한 사람을 신문하는 장면으로 시작했다면 어떨까요? 앞에서 말씀드렸듯이, 시위대는 우리가 공감할만한 일반인입니다. 파레스에 대해서도 잘 모르죠. 페체니크는 신문을 하면서 질문을 하고, 설명을 합니다. 일반인은 자기가 테러리스트로 몰리는 위기 상황이니 하나하나 꼼꼼히 듣고 대답하겠죠. 이야기가 살아납니다.

이건 예시일 뿐입니다. 갓 들어온 신참 병사도 좋은 왓슨 역이죠. 다른 왓슨 역도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역시 작가님의 선택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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