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 : 빨간색입니다.
총에 맞아 최소 1㎞ 이상을 걸었지요.
살아서 도망친 것도 대단하지만 그 정도면 새빨갛게 물들었겠죠.
선배, 그 문제 봤어요?
당혹스럽기 그지없네요. 아시다시피 우리는 오랫동안 믿을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들을 모아왔죠. 잊으셨을까 봐 말씀드리자면, 핏빛으로 물든 새빨간 곰은 프로젝트 B-330이에요. 며칠 전 탈출한 그 곰 말이에요.
간밤에 탈출한 330은 한참을 서성인 모양입니다. 그걸 세 시간이 넘어서야 알게 되었죠. 보안팀을 작살내야겠네요. 헌데 북쪽에서 온 사냥꾼의 총탄을 맞은 330은, 하필이면 동쪽으로 도망쳐야만 했습니다. 왜였을까요?
우리는 다리 건너 마을에 살잖아요.
곰의 바로 남쪽으로 넓고 깊은 강이 흐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예. 우리가 얼마 전 다리를 폐쇄했던 그 강 말이에요.
길이 막혀 동쪽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던 330은 천신만고 끝에 목숨을 건졌습니다. 덕분에 우리가 다시 회수하긴 했어요. 그런데 어떡하죠? 우리가 초자연적인 현상을 모은다는 사실이 밝혀질 처지에 놓였습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다리 건넛마을에 사는 차원 도깨비라는 인물은 사냥꾼입니다. 혹은 사냥꾼과 아주 가까운 사람일 수도 있겠죠. 그 관계가 어떻든, 우리가 데리고 있던 곰을 공격했습니다. 그리고 곰을 놓친 뒤, 공개적인 자리에 저 문제를 내걸었죠.
이건 저희에 대한 도전이 틀림없습니다.
일단 답을 제출했습니다. 혹자는 북극곰이라는 이유로 흰색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북극점에 사냥꾼이 사는 집이 있다니, 초자연적인 현상을 모으는 우리 눈으로도 말도 안 되는 일이죠. 그렇다고 330의 존재에 대해 밝힌다면 우리의 정체가 드러날 수도 있고요. 다행히도 330이 피를 많이 흘렸기에 적당한 핑계를 대고 답을 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일단 그럴듯한 답을 내면서 쫓아가겠습니다. 그래서 차원 도깨비라는 작자가 뭐 하는 사람인지, 무슨 꿍꿍이를 가졌는지 꼭 찾아내겠습니다.
혼자서는 어렵습니다. 선배. 어서 긴 휴가를 마치고 돌아와 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친애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