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에서 글을 읽기 시작하며 ‘호러’ 장르를 유달리 많이 읽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은근한 마이너 장르인데다 취향을 많이 타는 듯
여튼 생각보단 쉽게 접하기 어려운 게 바로 이 ‘호러’소설인데, 브릿지엔 이 장르를 꽤나 재미있게 풀어낸 작가들이 많다
특히나 한국적인 정서가 스며든 글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데, <할머니 이야기> 역시 제목에서부터 다분히 한국적인 느낌이 묻어났던 글이었다
제목은 할머니이지만, 막상 글을 읽기 시작하면 할머니의 이미지는 맛만 보여주고 ‘나’의 가족사가 줄줄이 이어진다
하이라이트를 선제시하고 ‘할머니’를 더욱 강조하기 위해 한 겹 한 겹 준비를 시키는 것
평이한 구성일 수 있지만 작가의 필력이 달달하면서도 정갈해 마치 깔끔한 재료로 담백하게 차려낸 상을 맛보듯 흥미롭게 읽어내려갈 수가 있다
편식을 하는 편이라 내 스타일의 글인지, 아닌지를 가려가며 읽을 때가 많은데 잘 쓴, 말그대로 그리는 솜씨가 좋은 글을 읽을 적엔 이렇게 군말없이 따라가게 된다
‘잘’ 쓴 글은 취향을 넘어서는 ‘힘’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나’의 어릴 적 일기는 덤덤한 말투로 계속된다
한때 수퍼스타처럼 각광받았던 아버지, 작았지만 쑤욱 덩치가 커진 동생, 시골촌놈만도 못하게 촌스럽고 보잘것없는 ‘나’에 대한 에피소드들…
어린 ‘나’와 친구들이 주고받는 도시괴담마저 어쩜 이리 적절할까
초등학생 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귀기울여 듣던 정체불명의 괴담, 그 순간들이 떠오르는 ‘할매괴담’ 썰은 대번에 흥미를 자아낸다
다만, 최소 고등학생같은 중학생의 말투에서 느껴지는 아쉬움은 어쩔 수가 없더라
글이 중반에 접어들면 ‘할매괴담’ 썰이 더 이상 썰이 아니게 된다
긴장감이 고조된다
여태 안정적으로 배치되던, 덩어리감 있던 문단들이 한 문장, 두 문장… 나뉘어 썰리어 짧게 치고 올라온다
속도감이 붙고 공포심이 스멀스멀 가슴에 스며든다
세상에, 길가다 할머니 만난 게 이렇게 무서울 일이야?
중단편으로 분량이 넉넉하고, 덕분에 읽는 맛이 있는 <할머니 이야기>
다만, 훌륭했던 스토리텔링이 마지막에 가면서 약간 힘을 잃은 듯해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앞으로도 눈여겨 보고 싶은 글을 써줄 작가라는 생각은 여전하니 추천해본다
“혼자 길을 걷다가 할매를 만나면 절대 그 할매 가까이로 다가가면 안 돼. 무서운 일이 벌어질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