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감상 위주의 리뷰입니다.)
이건 소설입니다. 가해자가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평생 참회하며 살기를 바라는 처절한 바람이 담긴 소설이요. 진짜로 가해자가 뉘우치고 있는가, 하면 그건 좀 회의적으로 생각되네요. 그랬으면 좋겠지만요. 적어도 저는 그렇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 소설과 같은 상상을 많이 했습니다. 저를 괴롭혔던 아이들, 친척들, 가족들이 진심으로 참회하고 있으리라 하는 상상이요. 그러나 10여 년이 지나니 제 상상과 바람은 헛된 망상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는 가족들에게 매번 실망하고 거부당하면서도 제 속마음을 터놓으며 이해해달라고 하소연했습니다. 돌아온 건 “내가 언제 그랬니?”라는 허무한 말뿐이었어요. 그런 일이 반복되니 저절로 체념하게 되더라구요.
학창 시절에 오해 혹은 단순한 재미로 저를 괴롭혔던 아이들이 어떻게 사는진 모르겠어요. 아마 저를 기억도 못하지 않을까요?
제 푸념은 이 정도로 하고 다시 소설로 돌아가 봅시다. 제가 처음 이 소설을 읽고 느낀 감상은 거북함이었습니다. 소설 속 가해자의 가해 사실과 점잖은 뉘우침에서 나오는 괴리감이 거북하더라구요. 쉽게 말하자면 “이미 죄는 다 저질러 놓고 이제 와서?”, “그냥 니 마음이 편하고 싶은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가 피해자라면, 이 편지를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요? 여전히 사죄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했을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 뿐이지 그 사람과 마주치고 싶지도, 그 사람을 용서하고 싶지도 않을 거 같아요. 진심을 담은 사죄라고 해도, 내가 그를 용서하고 사과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 사람의 마음만 편하게 해줄 뿐 저에게는 남는 게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많은 사람들도, 과거의 기억에 때때로 괴로워하면서, 자신의 삶을 굳건히 살아갈 것입니다. 그런 거에 내 인생을 할애하기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요. 그러나 그것과는 별개로 가해자는 평생 괴로워하면서 평생 저에게 사죄하면서 살기를 바라요. 제 용서가 면죄부가 될까 싶어 용서는 하지 못할 거예요. 성격이 못되먹었다고 해도 어쩔 수 없어요.
헛된 거라 해도 가해자가 진심으로 괴로워하며, 당시의 저보다 더 힘겨워 하며 사죄를 하고 있다는 상상은 도움이 됩니다. 내심 그러기를 바라고 있기도 하고요. 그렇다 해도 용서는 안 해줄 거지만. 일종의 자기 만족일 수도 있겠죠.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 나를 괴롭게 했던, 울게 했던 사람들이 어떤 사죄의 편지를 쓰기를 바라시나요? 그렇다면 용서할 수 있으신가요?
사담이 길었습니다.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소설이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