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안 받습니다. 책만 받아요.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도서관 사서 에밀리 힐덴베르크의 우울 (작가: BornWriter, 작품정보)
리뷰어: 리체르카, 17년 10월, 조회 104

과격한 단어로 시작하는 소설이에요. 그러나 그 심정에 공감이 갑니다. 평범한 도서관이 아니거든요. 사서분 역시도 평범하지 않답니다. 이런 마법이 발달한 시대라니, 책 찾는 것 정도는 추적 마법 같은 거로 빰! 하면 될 것 같은데 그게 또 가능한 게 아닌가 봐요. 보호 마법 때문일까요? 확실히 보호가 필요한 책들이니 수작업으로 사서를 갈아 넣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는 윗분들의 생각을 어느 정도는 추측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 매일 생고생하며 보내는 에밀리 힐덴부르크 양의 고충은 아무도 고려하지 않았을 테지만요.

서가가 일주일은 헤매야 할 만큼 큰 규모라면 건물을 도대체 어떻게 지었을까를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다행히 이 건물은 마법적인 방법으로만 들어올 수 있어요. 어딘가에 분명 지어지기는 했을 텐데, 누군가 그 외관을 보는 것이 불가능한 외지일 것 같다는 추측을 해봅니다. 그래도 도서관에 들어가는 건 어렵지 않아요. 못 하시겠다고요? 그러면 몬스터보다 못한 것이니 저기 구석에서 자책하셔야 할 것 같군요. 우리 에밀리양이 미노타우르스와 함께 이리 뛰고 저리 뛰는 도서관에는 들어가실 수 없을 테니까요. 이렇게 보니 다행스러운 일 같기도 합니다.

다행히 사서분은 힘겹게 몬스터와 싸우며 그 뱃속으로 들어가도 살아 돌아올 수 있을 만큼 엄청납니다. 그러지 않고서야 이 도서관을 관리할 수 없을 것이 분명해요. 하지만 그 드넓은 도서관을 홀로 헤매야 한다니, 우울증에 걸리지 않고는 못 배기겠군요. 이 제목은 그런 의미로는 정말로 적절합니다. 게다가 찾아온 책을 주문한 손님은 사서 양을 보고 달아나버리기까지 했다니까요. 정말 보람 없는 일주일이 되어 버린 셈이에요. 그래도 다행스럽게 에밀리 양이 큰 위험에 빠지기 전에 구해주는 도우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 그녀가 앞으로 만날 괴물들에 관한 걱정도 조금 접어둘 수 있겠군요.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 중 한 분이 책을 찾으러 가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부디 며칠이나 걸리는 거리에 있는 책만은 찾지 말아 주십사, 하고 에밀리 양이 간절히 바라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물론, 아무도 안 오는 것이 베스트겠지만요.

어쩐지 함께 억울해지고, 에밀리 양이 걱정되면서도 그녀가 침입자를 신나게 깨부수리라는 것을 기대하게 되는 글이랍니다. 재미있게 읽었어요.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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