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의 고통에 무뎌지는 법 의뢰(비평)

대상작품: 카나엘 디아즈의 하루 (작가: BornWriter, 작품정보)
리뷰어: , 17년 10월, 조회 89

언뜻 보면 제목처럼 한 사람의 평범한 하루에 대한 기록으로 보입니다. 저의 첫 인상도 ‘평범한 현대인에 대한 짧은 관찰 일기’ 였습니다. 누군가는 “뭔가 더 있을 거 같은데 애매한 곳에서 끊겼다!”라고 불평할 수도 있고, 또 누군가는 “너무 단조롭다. 그래서 어쩌란 것이냐!”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요. 그러나 저는 작가님의 서술 방식이 주인공의 내면과 그가 처한 상황을 표현하는데 가장 걸맞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카나엘 디아즈의 하루는 평범합니다. 여동생이 죽었다는 사실도 그리 특이한 점은 아니지요. 세상에 가족을 잃은 사람은 그 혼자만이 아니니까요. 그는 슬픔을 겉으로 표현하지 않습니다. 여동생을 추모하는 일조차 기계적으로 하는 일과 중 하나로 느껴집니다. 동생을 위한 꽃을 바치고 나서, 그는 평범하게 출근하여 언제나 비슷한 일과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많은 현대인들이 그렇듯 피곤에 묻혀 잠을 잡니다. 그렇게 그의 하루가 끝나지요.

이 소설에는 감정을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단어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슬픔을 잊은 상태가 아니라는 걸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처럼 사람은 시간이 지나면 고통스러운 감정에 무뎌지기 마련입니다. 어떤 사람은 그걸 극복하지만 어떤 사람은 그저 무뎌지기만 할 뿐입니다. 카나엘 디아즈는 후자인 것 같아요. 그는 여동생의 죽음을 잊지 않았지만 극복하지도 못했습니다. 극복할 의지는 있을까요? 그조차 명료하게 판단할 수 없네요. 확실한 건 그는 그저 익숙한 고통 속에 그대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일을 하여 피곤해지는 게 그가 찾은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지만, 그도 그게 온전한 극복 방식은 아니라는 걸 어렴풋이 알고 있지 않을까요?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작가님의 코멘트까지가 소설의 일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코멘트로 인해 조금 더 와닿는 소설이 된 거 같아요.

그래서 카나엘 디아즈는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까요? 지금처럼 그저 견디며 살아갈까요, 아니면 언젠가 예기치 못한 계기를 통해 슬픔을 극복하는 법을 알게 될까요? 저는 잘 모르겠어요. 후자였으면 하는 희망이 있지만, 삶은 녹록지 않으니까요. 제가 카나엘 디아즈라면 어떻게 살아갈까요?

직접적인 감정 묘사 없이도 한 사람의 내면을 짐작할 수 있게 잘 표현한 글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독자들에게 좋은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라고도 생각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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