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라고 하기보다는 장문 응원에 가깝습니다. 감상 글입니다.
제가 이 글을 읽기 시작한 것은 1화를 누른 뒤로부터 103화를 읽은 뒤에 다음 화 버튼이 없어진 날이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하루 안에 글을 다 읽어버렸다는 말이 되겠네요. 사실 앞에 몇 화를 그 전날 읽었으니 이틀이라고 봐도 무방하기는 하겠습니다만, 대여섯 편 정도이므로 기실 하루라고 칭해도 부족함이 없지 않나 주장해봅니다.
장점이 아주 많은 글이지만, 단점 위주로 적습니다.
독자분들 모두가 공감하는 분명한 단점이 호칭의 문제겠네요. 이건 많이들 언급하셨으니 이게 어려웠습니다, 하고 넘어가겠지만 이게 분명히 매력이 되기도 하니 어떻게 더 말씀은 드릴 수가……. 부르는 자에 따라 칭호가 달라진다는 것은, 그 칭호로 두 사람의 관계를 유추할 수 있는 힌트가 되기에 좋은 도구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익숙해지기까지는 다소 많은 시간이 소요됩니다.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의 두 번째를 남겨 보자면, 초반부가 다소 어수선하게 느껴집니다. 과거와 현재가 번갈아 가며 나오는데 구분이 불분명하여 저와 같은 집중 하지 못하는 독자에게는 이게 뭐야, 싶은 부분이 더러 있어요. 서술에 종종 함정이 있습니다. 웹툰과 같이 과거는 까만 배경 현재는 흰 배경 이렇게 나눌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구분이 어렵다는 걸 알기는 하겠는데, 그런데 구분이 되면 훨씬 더 깔끔할 것 같다고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요. 약간 두서없이 튀어나오는 옛이야기들이 순서조차 뒤엉켜서 머리를 혼란하게 만듭니다. 익숙해지기까지 마찬가지로 시간이 소요됩니다.
이러한 단점들은 사실 장점으로 치환되기 충분한 요소들이라 우선으로 거론했는데요. 두 번 읽어 맛깔스러운 글이라는 다른 리뷰어님의 의견에 공감하였습니다. 두 번 읽을 때는 그런 장벽에 구애받지 않으므로 더욱 세심하게 작가님의 세계를 즐길 수 있게 되거든요.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남자를 밝히고 수시로 끌어들였다던 이진원의 기본 속성은 막 연기처럼 사라지고 글자만 남았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약간쯤은 망나니 황녀가 정말 망나니 같은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기는 하였는데, 그보다 백만 배쯤 멋지고 엄청난 모습은 보여주었지만, 사실은 망나니도 아니었고! 나타나는 사람마다 황녀에게 나타나 자기 할 말만 하고 가버리고! 황녀는 다 들어주고 참아주고 멍해지고 그러려니 하고! 하여 저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갔다는 사실을 작가님은 아십니까 책임지십시오!
몇몇 인물이 귀엽고 멋집니다. 인물 하나하나에 개별적으로 집중하기에는 조명되는 사람이 한정적이며, 이야기가 다 풀리기에는 풀려야 할 이야기가 너무 많습니다! 아마도 이제 작가님이 취사선택을 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너무 중구난방으로 이리 뛰고 저리 뛸 시기가 아닌 것 같고요! 중하지 않은 이야기는 과감히 포기하거나 인물의 입으로, 혹은 이러했다는 풍문이 돌았다 등의 간략한 설명으로 정리하시고 한 줄기를 택하셔서 보여주셔야 하지 않나 싶어요. 집중하고 잡아나가야 할 줄기는 분명 있고, 또 아시는데도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으십니다. 떡밥이 많은데, 그 위에 떡밥이 자꾸 뿌려져요! 다 회수할 수 있으실지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단문응원을 달면서 사심만 가득 남길 수밖에 없도록 이야기가 매력적이고 세계가 살아있어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1000화를 찍으실지도 모릅니다……? 진원과 선우가 만나지 않고 벌써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흐른 건지 모르겠는데, 이것이 정녕 로맨스가 맞는 것입니까! 어서 둘이 합방시켜주세요! 하고 떼를 쓰곤 있는데 너무 동시다발적으로 여기저기서 사건이 터지는데 힌트 없이 팡팡 터지고 어리둥절한 채 끌려가게 되는 전개가 자꾸만 나타나다 보니 정신없고 그래서 도대체 뭐야 사정설명은 왜 안 해! 하고 가슴 두드리게 되는 상황입니다. 처음에는 뭘까 궁금했는데, 여태까지 뭘까 궁금해요. 약간 기만당한 기분이에요! 이쯤 되면 알려줘야지 싶은 과거 이야기도 너무 찔끔찔끔 나와서 갈증이 나 죽을 것 같습니다. 흑흑 누가 신기로 저를 갈증에 빠트린 게 아닐까요? 스포일러라서 한탄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아직도 베일에 싸여 조금씩 얼굴을 내밀고만 있고요. 그게 까보니 머리 두 개인 도깨비일지 천상의 여신일지 알고 싶은데 알아보려면 일단 모습을 드러내 줘야 하지 않을는지! 온갖 곳에서 주연들을 이용하기 위하여 검은 손길을 뻗치는 와중이며, 독자는 이게 이거였구나! 하지 못하고 함께 따라가며 발자취만 쫓고 있습니다. 조금쯤 퍼즐이 맞춰지는 즐거움을 느끼고 싶어요. 뒤따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인 세계지만, 소설적 즐거움으로는 약간 아쉽다는 게 저의 감상의 가장 큰 줄기입니다.
막 읽자마자 두드리는 글이라 너무도 두서없습니다. 굳이 감상 카테고리를 선택한 점을 이해해 주시기를.
흐름이 끊김이 없이 매끄럽다고 느껴지는 것은 작가님의 필치가 유려한 덕이라고 느낍니다. 제목이 낙원과의 이별이며, 진원이 작중 내내 그곳을 떠나고자 노력하는 까닭에 낙원이 대한제국임을 짐작합니다. 하지만 과연 낙원일는지는. 진원이 황위에 욕심내지 않았기에 그녀에게만은 낙원일 수 있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떠나고 난 뒤에 그곳이 그래도 낙원이었다고 말할 수 있었던 걸까요? 아니면 사라져 간 무엇이 먼 미래에 미화되어 낙원이었다고 기억되는 걸까요. 아직도 제목의 의미는 정확히 유추하지 못하겠습니다. 어떤 선택을 할는지도 모르겠어요. 인물들이 너무도 강직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는 나머지 이야기가 아주 느리게 진행되는 까닭입니다. 글이 아직 중반도 채 오지 않았다고 느꼈습니다. 조금 더 속도가 붙으면 좋겠어요. 하지만 읽을 때는 분명히 폭주 기관차처럼 따라 읽게 되는 놀라운 글이기도 합니다. 더욱 편수가 쌓이면, 분명 브릿G 로맨스 간판작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소소한 기대와 예측입니다.
어쩐지 단점과 불만을 너무 늘어놓은 것 같아 죄송스럽습니다. 이미 다른 분들이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시고 감상이 크게 다르지 않아 덧붙이지 않았지만,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일하면서 걸으면서 시간이 아까워서 혼났어요! 다음 편이 빨리 나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는 독자가 있음을 기억해주십사 하고 말씀드리며.
일독을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