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의 앨범을 들춰 보는 듯 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너의 어제를 노래하며 (작가: 최참치, 작품정보)
리뷰어: 노말시티, 17년 10월, 조회 48

이미 한 번 리뷰가 올라왔던 글이고, 제가 특별히 더할 말이 없음에도 감상이라는 핑계로 글을 씁니다.

다른 사람의 일기를 보는 건 재미있죠. 브릿지에도 일기나 일상을 적은 연재물들이 자주 올라오고 순수한 픽션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기도 합니다. 그런 인기의 이유에는 글을 쓴 작가 개인에 대한 관심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한 개인을 세밀히 묘사한 글을 보며 자기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서가 아닐까요.

만일 완전한 픽션으로, 가상의 인물이 쓴 일기가 있다면 어떨까요. 전 여전히 다른 사람의 일기라는 매력을 그대로 유지하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가상의 인물이 생동감있기만 하다면요.

<너의 어제를 노래하며>는 그렇게 한 사람을 묘사하는 글입니다. 주인공이 중3 ~ 고1의 기간 동안 겪는 일들이죠. 그런데 그 묘사가 일기보다는 사진에 가깝습니다. 소설이 영화보다 뛰어난 점은 중요한 부분만 선별적으로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는 점이라고 하죠. 이 글은 그런 장점을 과감히 포기하고 한 사람이 겪은 삶의 장면들을 가감없이 나열합니다. 사진 속에 내가 찍고자 하는 피사체와 배경이 구별없이 섞여있는 것처럼요.

그 디테일이 가히 놀라울 정도입니다. 한 반 학생들의 이름이 1번부터 끝까지 차례대로 나열되고, 일주일의 시간표가 통째로 적혀 있습니다. 정보 뿐 아니라 끝없이 나열되는 대화, 묘사, 사건들은 하나같이 사소하면서도 구체적입니다. 담담한 문체로 계속 던져지는 정보들에 지칠 법도 한데, 신기하게도 부담스럽지 않게 읽힙니다. 생생하게 묘사되는 장면들의 디테일은 하나둘 제가 겪었던 학창 시절의 기억들로 치환되고, 저는 어느새 학창 시절로 돌아가 마치 제 이야기를 보는 듯, 아니면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듯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게 됩니다.

이 소설에는 아주 극적이거나 놀라운 사건들이 벌어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런 작은 사건들에도 우리의 감정은 바닥에서 하늘 끝까지 널뛰기했었지요. 차분하면서도 편안한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작가가 세심하게 쌓아올린 디테일이 가상 현실처럼 읽는 분들을 스스로의 어제로 데려다 놓게 됩니다. 그러면, 어쩌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그 시절의 감정들을 새삼 떠올리게 될 수도 있겠지요.

다른 사람의 앨범을 들춰 보다가, 나도 모르게 옛 생각에 잠겨버리게 되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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