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이 리뷰 공모의 보상금은 1억 골드가 아니었던가 비평

대상작품: 브릿G 1억 골드 리뷰 공모 사태 – 프롤로그: 편집부의 말 (작가: 아침은삼겹살, 작품정보)
리뷰어: 뿡아, 2시간 전, 조회 14

이 소설은 브릿G에서 엽편 소설 리뷰 하나에 1억 골드의 보상금이 걸리게 되자, 이를 둘러싼 과열 참여가 발생하는 현상을 문학 계간지의 시선에서 그려내고 있습니다. (*본 리뷰는 5부까지를 다룹니다.)

 


 

1. 브릿G를 ‘본격’ 소재로 한 소설

이 작품은 브릿G라는 실명의 온라인 소설창작 플랫폼을 주요 소재로 하고 있습니다. 브릿G 내에서 브릿G 자체를 소재로 다룬 소설은 이전에도 시도된 적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인쇄물로도 제작된 <브릿G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라는 단편을 들 수 있죠.) 이 작품 또한 그와 같은 계보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본 작품은 기존의 ‘브릿G 소재 소설’과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우선 이 소설은 브릿G의 시스템 자체를 정면으로 다룹니다. 종래의 소설들은 브릿G라는 소재를 쓰긴 했지만, 그 환경을 차용한 일종의 엔터테인먼트적인 성격이 강한 작품들이었습니다. (브릿G를 다룬 모든 작품을 읽었는지는 모르겠으나, 제가 접한 기존 작품들은 그러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브릿G 리뷰 시스템 자체를 직접적으로 다루며 이를 둘러싼 사회적 현상을 고찰합니다. 말하자면 더욱 진지한 태도로 브릿G를 다루고 있는 셈입니다. 문학이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이라는 말이 있었던가요.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이 소설은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서 꽤 용감한 시도를 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두 번째는 이 소설이 브릿G의 ‘바깥 시선’에서 쓰여진 기사문 형식 소설이라는 점입니다. 특정 플랫폼 내에서 그 플랫폼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면 ‘아는 사람만 아는 이야기’에 머무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해당 플랫폼과는 한 발 멀리 떨어져, 문학 계간지라는 제 3자 입장에서 브릿G를 바라봅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브릿G의 시스템을 독자에게 소개합니다. 이런 거리두기 방식은 ‘브릿G를 모르고 읽어도 좋지만, 알고 읽으면 더 재밌는’ 작품이 되게 합니다. 모든 문학이 그렇듯, 독자층이 넓다고 해서 무조건 그게 좋은 작품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려울 겁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특정 플랫폼을 소재로 다루면서도 해당 플랫폼 내부에서 소비되는 컨텐츠에 그치지 않고, 누구나 탐구해 볼만한 보편적인 주제를 이끌어내며 독자층을 확대한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합니다.

 

2. 기사문 형식

이 소설은 문학 계간지의 특집 기사 형식으로 쓰여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리뷰를 둘러싼 갖가지 사건이 편집부의 시선을 통해 전개됩니다.

소설 창작이라는 판에는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라는 격언이 있죠. 그런데 이 소설은 보여주고, 설명하고, 또 비평까지 합니다. 영상으로 치자면, 본 영화와 코멘터리가 동시에 상영되는 식이라 볼 수 있겠죠. 이런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말이 아닙니다. 하지만 장단점이 있습니다. 단점은 사건에 대한 화자의 해석을 독자가 그대로 전달받을 가능성을 감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장점 역시 같은 지점에서 발생합니다. 작가의 날카로운 분석이 화자의 발언을 통해 그대로 전달될 수도 있는 거죠. 즉, 화자의 비평적 태도가 양날의 칼로 작용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봅니다. 그러면 이 비평적 태도는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을까요?

인상적인 구절 몇 개만 살펴봅시다.

문학작품은 대개 공개해도 읽히지 않아서 문제다. 그러나 이 작품은 읽히기 전에 열리지 않아서 문제가 되었다.

“서버가 문학을 견디지 못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문장은 농담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농담은 사태를 이상하게 정확히 설명했다.

한 편의 짧은 글 위에 1억 골드가 놓였을 때, 사람들은 작품을 다르게 읽기 시작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작품을 읽기도 전에 다르게 보기 시작했다.

이런 웃지 못할 촌철살인의 문장들은, 작가의 아포리즘적 사유가 직접 드러나도록 하는 방식이 아니었다면 도출되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것은 비평의 형식만이 취할 수 있는 블랙코미디이며, 기사문의 형식과 논평적 태도를 취한 것은 충분히 기능적으로 잘 작동한다고 보여집니다.

다른 쪽으로도 한번 살펴볼까요. 거액이 걸린 이벤트인만큼, 이 사건에 대한 관심사는 사방에서 쏟아질 것이며 이 사건에 대해 궁금한 점도 많이 생길 것입니다. 그 중에는 이 소설이 어떤 내용이며 제목이 무엇인지에 대한 내용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핵심적인 내용은 감추어져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소설의 내용이 무엇인가’가, 오히려 리뷰 공모자의 요청 메시지인 ‘온점’보다 더 많이 거론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온점이라는 게 리뷰 참여자에게 보내는 메시지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작품이나 공모 자체만큼 의미를 부여할 대상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리뷰는 메시지 없이도 얼마든지 열 수 있으며, 공모 자체가 충분히 사건으로 성립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부재시 경비실에 맡겨주세요’라는 별도 요청사항 없이, 주소만으로도 배송이 가능한 것처럼요.

만약 리뷰 요청 메시지가 없었다면, 편집부는 이를 ‘1억 골드짜리 침묵’이라고 표현했을 듯합니다. 그런데 이런 표현은 현상을 가감없이 기술했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해석이 관여한 것으로 보입니다. 편집부가 사건을 중요한 부분과 중요하지 않은 부분으로 ‘편집된’ 시선으로 전달해준다는 인상이 드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는 화자의 입장에 있는 편집부를 작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스피커로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이 또한 어떤 비평의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취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3. 대체 어떤 소설이길래 1억을 태우나?

읽으며 줄곧 궁금했던 점 중 하나는, 그래서 공모 대상이 되는 그 엽편소설이 무슨 내용이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부분은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냥 평범한 엽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조금 까칠하게 따져본다면, 과연 평범한 게 무엇이며, 세상에 ‘평범한 글’의 표본 같은 게 정말로 존재할 수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집필 방향에 따라, 소설 자체의 내용을 중심소재로 삼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수수께끼 같은 엽편의 내용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과 반박이 제시되며,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이 나올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해석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철저히 공모에 대한 과열 현상 자체만 다룹니다. 연작으로 이루어진 첫 편에서부터, 그 작품에 대한 내용과 비평은 일절 언급하지 않겠다고 편집부의 입장을 내세우며 못을 박아버립니다. 이 또한 과감한 시도로 볼 수 있습니다. 마치 계란의 노른자는 쓰지 않고 흰자로만 요리하겠다는 철학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저는 작가님의 예술적 선택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그것과 별개로, 소설을 읽는 동안, 내용에 대한 궁금증은 잠재울 수 없었습니다. 도대체 그 소설이 어떤 내용이길래 그랬을까요? 소설의 내용을 밝히는 게 좋았을지 그 반대가 더 좋을지에 대해서 아직도 왔다갔다 합니다. 어쩌면 소설 내용을 함께 담아내면서 과열 현상을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요. 한편으로는 과감하게 어떤 내용인지 밝히지 않은 편이 역시 신의 한 수였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왜냐하면 ‘어떤 무언가’를 공란으로 내버려두지 않고 언급한 순간, 시선은 그 쪽으로 쏠려버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무엇이냐’라는 식의 다른 문제가 나타나면, 본래 이야기하고 싶었던 ‘거기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냐’에 집중하기 어렵게 분위기를 산만하게 만들 겁니다. 그러지 않아도 좋은 리뷰를 정하는 자격과 기준은 무엇이며, 누가 그것을 판단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까지 이미 충분히 많은 질문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여러 가지로 계속 의문이 남아 있다는 건, 작가가 독자에게 설정을 납득시키는 데까지 성공했단 말이기도 할 겁니다.

 

4. 문단의 모양에 대해

이 소설은 사건의 전개와 비평의 형식을 동시에 취하고 있는 만큼, 정보량과 사유의 밀도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일부 구간에서는 문단이 촘촘하게 배치되어, 독자가 호흡을 고를 틈이 부족할 수도 있겠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문단 모양을 통해 과열양상을 시각적으로 연출하려는 의도였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조금 더 구획화가 된다면 독자에게 메시지가 더 선명하게 다가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5. 골드 코인

이제 이 소설에서 느낀 가장 아쉬운 점에 대해 얘기하려 합니다. 약 두 달 전, 이 소설은 리뷰에 공모된 적이 있었습니다. 안타깝게도 해당 공모는 응모자 없이 불발되어버리고 말았지요. 그 당시 소설과 현실의 가장 큰 차이는, 리뷰 공모 금액이 1억 골드(한화 100억)가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이 점은 다소 유감스러웠습니다.)

물론 제가 당시에 리뷰에 응모하지 않은 이유는 픽션과 너무 차이나는 공모 보상금에 실망했기 때문은 아닙니다. 그 증거가 바로 공모 금액과 상관없이 쓰는 이 리뷰입니다. 물론 작가님께서 이 리뷰에 대한 보상으로 진짜로 1억 골드를 주신다면 못 이긴 척 받을 수밖에 없겠죠.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이 리뷰 또한 좀 다른 방식으로 읽히게 될 겁니다.

생각해봤습니다. 당시 왜 이 공모에는 1억 골드가 걸리지 않았던 걸까? 작가님이 1억 골드가 없어서가 아닐 겁니다. 만약 해당 공모가 정말로 1억 골드였다면, 정말로 응모 리뷰 하나 없이 불발로 끝났을까요. 어쩌면 소설 내용처럼 브릿G 서버에 심각한 무리를 일으켰을 수도 있습니다.

많은 소설은 일종의 사고 실험으로 가정만 해볼 뿐, 현실을 증명하기는 어렵습니다. 예컨대 소행성 충돌로 인한 지구 멸망 같은 시나리오를 아무리 상상해도, 그게 현실에 어떻게 나타날지를 테스트하기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소설은 실제로 열린 리뷰 공모를 통해, 소설 속 가정과 현실의 차이를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보여주고 말았습니다.

비평이나 예술을 어떻게 돈으로 환산할 수 있냐고 하더라도, 정말로 이 리뷰의 공모 금액이 1억 골드였다면, (작가님의 설정대로 소설 내용이 무엇이었던 간에) 사람들이 리뷰 공모를 가만히 내버려 뒀을까요?

따라서 바로 이 지점에, 이 소설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즉, 1억 골드와는 한참 차이 나는 다소 소박한 리뷰 공모 금액이 만들어낸 결과를 통해, 현실이 얼마나 차갑고 냉정한지를 역설적으로 드러낸 셈입니다.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혹시 작품의 의도와 다르게 읽은 부분이 있다면, 작가님의 너그러운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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