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 리뷰는 작품을 읽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니,
원래 리뷰 대상 작품은 읽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냥 제 이야기만 읽으셔도 됩니다.
왜냐하면 저는 저 던전을 실제로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슬픈거북이 작가님의 「Dragon Mountain」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웃었습니다.
조금 지나서는 기억을 더듬고 있었습니다.
작가님.
저기 진짜 있었습니다.
용은 없었습니다.
던전은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동생과 함께 상당히 자주 거기에 들어갔습니다.
연년생 형제입니다..
우리 집은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겨우 가졌던 게임기도 대우 재믹스였습니다.
게임 팩은 비쌌습니다.
그러다 보니 당시 인간관계에는 꽤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 녀석에게 내가 없는 팩이 있다.?
무조건 친하게 지내야 했습니다.
우정은 소중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 이야기는 짧게 하겠습니다.
진짜 시작은 그다음이니까요.
메가드라이브와 슈퍼패미콤이 날뛰던 시대가 왔습니다.
저와 동생은 PC파가 아니었습니다.
콘솔에 미친 형제였습니다.
원래 둘이 오락실도 열심히 돌아다녔습니다.
「스트리트 파이터 2」는 위대했습니다.
새로운 대전격투게임이 들어왔다는 소문이 들리면 찾아갔습니다.
동생은 캡콤의 「후크」를 앉은자리에서 두 바퀴 돌 수 있는 인간이었고,
「뱀파이어 세이버」를 하다가 형들에게 체어샷을 맨날 맞고 다녔습니다.
왜 게임하다 의자를 맞았는지는 묻지 마십시오.
그 이야기도 시작하면 장르가 바뀝니다.
저는 중학생 때 우리의 위대 미래를 보았습니다.
「버추어 파이터」였습니다.
오락실 한 군데에서 기슴을 울린는 기타리프 소리가 들리고
그 신성한 화면을 쳐다 봤을때
인류가 여기까지 왔구나.
저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얼마 후
플레이스테이션, 세가 새턴, 닌텐도가 서로 목을 물어뜯던 3파전이 시작됐습니다.
저는 버추어 파이터에 영혼을 팔았으므로 세가 새턴 진영이었습니다.
플레이스테이션에게 밀리는 부분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상관없었습니다.
팬은 원래 그렇게 합리적으로 움직이는 생물이 아닙니다.
하룻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이 적용된 게임이 나왔습니다.
어제 신기했던 게 오늘은 낡았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 게임잡지는 잡지가 아니었습니다.
백과사전이었고, 신문이었고, 달력이었고, 이정표였고 성서였습니다..
어떤 회사에서 어떤 게임을 개발 중이고
몇 월 몇째 주에 무슨 게임이 나온다는 일정이 줄줄이 적혀 있었죠.
위대한 원정의 숭고한 명분과 목표!!
그걸 읽고 있으면 다음 행동이 정해졌습니다.
용산을 탐험해야 합니다.
인터넷 검색?
그런 거 없습니다.
우리는 몸으로 검색했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당시는 일본문화가 지금처럼 개방된 시절도 아니었고, 게임 유통도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그리고 저작권 의식은……
음.
여기서는 시대의 안개라고 해두겠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용산은 온갖 흑마법의 세계와 유물들이 깃들어있는
복제 CD의 거대한 시장이기도 했습니다.
기기를 개조해서 복제 CD가 돌아가게 만들었고, 저와 동생은 새턴에 이어 개조한 플스도 한 대 마련했습니다.
그런데 복제 CD라고 공짜처럼 굴러다닌 건 아닙니다.
오래된 게임도 한 장에 대략 5천 원은 했습니다.
신작과 인기작에는 프리미엄이 붙었습니다.
CD가 여러 장이면 가격도 올라갔고 구하기 어려워도 올랐습니다.
스퀘어에서 CD 세 장짜리 대작이라도 나오면 학생 둘에게는 국가재정급 사안이었습니다.
저와 동생이 일주일 동안 악착같이 모아도
각자 1만 원 만들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둘이 가진 돈을 다 합쳐도 5만 원이 안 되는 날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용산에 가기 전에 준비를 했습니다.
그냥 가지 않습니다.
작전회의를 합니다.
이번 원정에서 반드시 가지고 돌아올 최우선 타이틀을 정합니다.
성배죠
그리고 허용 가능한 금액을 정합니다.
우리가 가진 게임 가운데 무엇을 팔거나 교환할지도 정합니다.
당시 게임샵마다 중고 타이틀 매입가가 나름대로 있었습니다.
우리가 가진 게임을 넘기고 신작을 산다면 결국 차액 싸움입니다.
몇 천 원.
정말 몇 천 원 차이입니다.
그 몇 천 원을 깎으려고 학생 두 명이 첩보전을 벌였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희는 역할도 정했습니다.
제가 코를 풀면 협상 결렬 신호였습니다.
둘만 알아듣는 말과 제스처도 정했습니다.
게임 하나 사러 가는데 왜 암호가 필요했냐구요?
그때는 필요했습니다.
돈도 나눠서 보관했습니다.
각자가 한 주머니에는 5천 원.
다른 주머니에는 만 원.
저는 주로 조건을 붙여 흥정했습니다.
“이것까지 주면요?”
“이거랑 같이 하면요?”
“그 가격이면 하나 더 끼워주시면 안 돼요?”
동생에게는 별도의 임무가 있었습니다.
최후의 순간.
주머니를 뒤집습니다.
“이게 전부예요.”
“저희 차비도 없습니다.”
비장합니다.
정말 가진 것이라고는 젊음과 거짓말뿐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차비는 있었습니다.
없으면 못 돌아갑니다.
용산역에 내렸다고 바로
Dragon Mountain에 입장한 것도 아닙니다.
바로 위험지역이 펼쳐 집니다.
역 앞에서 만나는 상가는 가급적 건너뛰었습니다.
호객도 심했고 가격은 말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구불구불 이어진 구름다리를 건너야 우리가 찾던 탐험지가 나왔습니다.
거기까지 가는 길에도 워크맨과 카메라를 파는 형들이 있었습니다.
눈만 마주쳐도 말을 걸었습니다.
정말입니다.
눈을 마주치는 순간 강제 이벤트가 발생합니다.
저와 동생은 뒤도 안 돌아보고 게임샵이 몰려 있던 2층의 기다란 건물로 직진했습니다.
도착하면 또 동선을 정합니다.
새로 생긴 가게가 우선 탐색 대상입니다.
가격 정보를 얻어야 했으니까요.
기대는 별로 없습니다.
새 가게는 대개 가격을 높게 불렀습니다.
괜찮은 가격이 나와도 바로 사지 않습니다.
나옵니다.
마음에 들어도 나옵니다.
아쉬워도 나옵니다.
저희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시세였죠.
지난번 원정에서 합리적인 가격을 불렀던 가게들을 다시 돕니다.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계속 돕니다.
그날의 시세를 직접 확인합니다.
그리고 흥정이 시작됩니다.
상대도 장난이 아닙니다.
학생 둘을 호구 잡으려는 상대는
몇 마디면 알 수 있었습니다.
가격이 터무니없었거든요.
우리가 시세를 모르는 척하는 것도 아닌데 계속 밀어붙인다?
나옵니다.
그런데 말이 통한다.
가격도 괜찮다.
그러면 진짜 협상을 시작합니다.
여기서도 원하는 신작부터 묻지 않습니다.
먼저 우리가 가진 교환 타이틀의 매입가의 파악을 위해
비슷한 급의 다른 타이틀 가격을 슬쩍 물어봅니다.
사기 치지 말라는 뜻입니다.
알아들을 사람은 알아들었습니다.
그제야 원하는 타이틀 이야기를 합니다.
가격을 밀어봅니다.
그래도 우리가 정한 목표가격까지 잘 안 내려옵니다.
더 네고가 안 될 것 같다?
또 나옵니다.
돈은 없었지만.
시간은 있었습니다.
그래서 던젼을 두세 시간 돕니다.
결국 그날 최저가를 제시한 가게가 결정됩니다.
가격 협상이 잘 끝났으면 현장에서 같이 삽니다만
대부분 결국 마지막에는 동생 혼자 갑니다.
저는 얼굴을 잘 기억당하는 편이었거든요.
최종전에는
결전병기를 투입해야 합니다.
동생이 다시 들어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돈을 꺼냅니다.
“이게 진짜 전부예요.”
최종 보스전입니다.
물론 모든 원정이 평화롭게 끝난 것은 아닙니다.
시비가 붙어 욕을 먹고 정말 맞을 뻔한 적도 있습니다.
저는 달리기가 안되서 도망조차 제대로 못 갔습니다.
결국 다른 어른을 찾아가 겨우 빠져나온 적도 있습니다.
이 이야기는 길어지면 호러나 시사고발물이 되므로 다음에 하겠습니다.
제가 그 시절을 기억하면서 정말 좋아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목표한 타이틀을 대충 목표 금액에 맞춰 손에 넣고
다시 용산역으로 돌아가는 순간입니다.
1호선 인천행을 탑니다.
가방 안에는 오늘 산 CD가 있습니다.
집까지는 한 시간 반쯤 남았습니다.
그런데 이미 행복합니다.
이 게임은 얼마나 재미있을까.
잡지에서 본 그 장면은 어떻게 움직일까.
집에 가면 바로 돌려봐야지.
일본어는 하나도 몰랐습니다.
상관없었습니다.
그림 보고 했습니다.
메뉴 외웠습니다.
모르면 눌러봤습니다.
죽으면 다시 했습니다.
그걸로 충분했습니다.
용산에 가서는 음료수도 하나도 못사먹고.
그 흔한 소시지바도 비쌌습니다.
먹으면 천 원.
이 천 원.
그 돈 때문에 게임을 못 사올 수도 있습니다.
그건 안 됩니다.
배고픔은 참을 수 있습니다.
신작은 못 참습니다.
그래서 모든 걸 참고 게임 하나 들고 돌아옵니다.
1호선 인천행에서 한 시간 반 동안 가방 속 CD를 생각합니다.
집에 도착합니다.
기계에 넣습니다.
화면이 뜹니다.
동생이 옆에 있습니다.
“우와.”
“야야야 이것 봐.”
“미쳤다.”
그랬습니다.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Dragon Mountain」을 읽으면서 저는
용산을 던전에 빗댄 발상이 재미있다는 생각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작가님.
저희는 정말 파티를 짜고 들어갔습니다.
공략 루트가 있었습니다.
역할 분담이 있었습니다.
자금 관리가 있었습니다.
시세 정보가 필요했습니다.
협상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철수 신호도 있었습니다.
가끔은 진짜 위험했습니다.
그리고 던전을 빠져나오면 보상이 있었습니다.
게임 타이틀 하나였지만 그냥 게임이 아니었을겁니다.
지금 생각하면 돈도 없었고, 일본어도 몰랐고, 몇 천 원을 아끼겠다고 몇 시간을 돌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 시절을 불행하게 기억하지 않습니다.
작가님이 Dragon Mountain이라고 이름 붙인
그곳에서 게임 하나를 품에 안고 돌아오던 인천행 1호선.
저와 동생은 정말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작품 고증을 제가 평가하기가 어렵습니다.
제가 거기 있었습니다.
이상, 던전 생존자의 증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