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 열리네요, 그대가 들어왔나요? 공모(감상)

대상작품: Whatdunit (작가: 창궁, 작품정보)
리뷰어: 판뎅, 1시간 전, 조회 8

개인적으로 괴담의 매력은 ‘미지’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아닌 존재가 인세에 발을 들이며 벌어지는 비극. 애초에 존재라 정의할 수나 있을까. 그들은 개념과 관념부터 목적과 행적까지 전부 이해할 수 없다. 때로는 이해 자체가 죽음보다 못한 삶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 괴담은 마왕과 대적하는 영웅의 성공담이 아니며, 범인을 찾는 추리소설도 아니다. 괴이한 이야기다. 논리는 필요 없다. 때로는 결말도. 꼭 이 영역까지 가지 않아도 괴담의 목적은 달성되기 때문에. 쫄보에게는 상상력의 저주라 불리는 장르기도 하다. 더 상상할수록 더 무서우니까. 때로는 그 어떤 4DX보다 텍스트 한 줄이 강렬한 법이니까.

작품의 전개는 미지에 대한 인간의 본능적인 호기심을 자극한다. 퍼즐을 맞춰가는 느낌이라고도 표현할 수도 있겠다. 한 아파트 상가 밑에는 지하가 있고, 아무도 그 지하가 언제부터 생겼는지, 그 지하를 드나드는 이들이 누구인지 모른다. 광장 또는 사무실, 뭐 그런 이름을 누군가 붙인 것도 같다. 여기까지가 집사람 말에 살짝 들러본 가장의 시선. 배경은 모두 알려줬다. 광장과, 목적 불명의 모임, 그리고 어떤 사건. 녹취록은 점점 내부자의 시선으로 들어간다. 신실한 자의 무심한 가족에서 열정적인 가족, 개문집의 작명자, 공포 체험하는 고딩, 건설현장 참가자. 시선의 대상도 점차 구체적으로 변한다. 단순히 자신의 아파트에 종종 찾아오는 불청객에서 부모님이 믿는 모 사이비 종교, 그리고 개문집으로. 녹취록의 순서부터가 독자의 상상력을 고려했으니 정신없이 빠져드는 것이 당연하다.

화자에 따라 말하기 방식이 달라지는 점도 흥미로웠다. 애초에 녹취록이란 형태가 독자도 이 미스터리한 사건의 당사자로 초대하는 기분이었다. 구어체인 녹취록과 ‘헐, 진짜? 뭔 그런 일이. 뭔데, 더 말해봐. 에이, 너는 거기까지만 아는 거야? 그래서, 그래서?’ 추임새를 곳곳에 넣을 수 있었다. 화자의 상황에 따라 사건을 얼마나 깊이있게 바라보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관찰했고, 사건과 관련하여 가지고 있는 정보가 다르다. 이 특징은 특히 철없는 공포 스팟 챌린지 고딩에게서 나타났다. 이 녹취록은 매우 부산스럽다. 지들한테나 중요하지 기록자에게는 별로 상관없는 청소년들의 인간관계를 줄줄 늘어 놓는다든지, 10대들의 은어를 거리낌 없이 내뱉다가도 늙크크를 배려하여 풀어 설명해 준다든지. 재밌는 점은 이 아이들의 묘사가 가장 자세하고 또 섬세하다는 사실이다. 헛소문이 많이 가미되어 있지만. 물음표도 많고.

퍼즐은 모서리와 가장자리부터 맞추는 것이 정석이다. 가장 깊숙하고, 중앙에 놓인 피스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우리를 헷갈리게 한다. 괴담도 그렇다. 미지의 시작, 시초, 정체. 통제욕구가 강한 한국인은 특히나, 명쾌한 것들을 선호한다. 어쩌면 갈망하는 것일지도. 그렇지만 괴담은 쉽게 정답을 주지 않는다. 정답은 때로 그 매력을 빛바래게 하기에.

그러니까, 한국인 독자인 나는, 상자의 정체며 이 개문집의 정체가 매우 정말 진심으로 궁금하다!

사람들은 대체 왜 모였고, 왜 선생님을 모셨으며, 선생님은 왜 이 장소로 끌려온 걸까? 녹취록의 당사자들은 대체 무엇을 본 걸까? 녹취록을 읽으면서 이 사람들은 당연히 생존자라 생각했는데, 사망자였다니. 실로 괴담스러운 허탈함이 아닌가. 그렇다면 이 사람들은 무엇와 대화를 나눈 것이고, 무엇을 보았길래 마지막에 말이 늘어졌으며 무엇 때문에 이 녹취록을 남긴 것일까?

아, 괴담이 바로 이런 거였지, 싶은 마음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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