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드리는 말*
이 리뷰글은 연재가 다 끝나지 않은 시점(2026.7.24)에 작성한 것이니, 나중에 나올 내용이 포함되고 있지 않으며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같은 장면에서 따로따로 배치된 대사를 합쳤으며 전반적으로 주관적인 생각이 담겨 있는 점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1. (4회 참조)
‘…누가 보낸 거야.’
의문의 문자들. 그 중 방금 받은 문자는..
[48번째는 실패하지 마.]
이어지는 하린의 대답.
‘너. 정확히는. 미래의 너.’
유진은 이제 놀라지 않았습니다. 되려 머리는 차갑게 식었습니다. 지금 필요한 건, 정보. 가장 핵심적이면서도 확실한 정보입니다.
‘루프의 시작은 항상 같아. 월요일 아침. 첫 번째 편지를 받지. 그리고 7일 뒤, 민호가 죽어.’
유진은 자신이 죽인다는 걸 믿지 못합니다. 왜인지 묻지만, 하린도 대답하지 못합니다.
‘중요한 순간마다 네 기억이 끊겨. 그래서 너도, 나도 핵심을 완전히 알지 못해.’
기억 공백은 지금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방해물이지만, 유진은 생각합니다. 자신의 방을 확인해야겠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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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은 하린과 같이 집으로 와서 이곳저곳을 뒤져 봅니다. 자신이 남긴 흔적을 찾아. 그리고 30분쯤 지났을까. 하린이 책상 아래쪽을 가리킵니다. 작은 USB. 연결해 보았습니다. 한 문장이 뜹니다.
DON’T OPEN
하지만 유진은 망설임 없이 파일을 엽니다. 영상 파일 하나, 파일명은..
IF YOU’RE WATCHING THIS, IT’S TOO LATE.
카메라가 흔들리고 영상이 시작됩니다. 눈 밑이 새카맣고, 얼굴은 핏기 없이 창백하며 입술은 메말라 있는 유진이 카메라 앞에 서 있었습니다.
‘……한유진. 이 영상을 보고 있다면. 넌 또 실패한 거다. 잘 들어. 시간이 없다. 민호를 믿지 마. 절대. 절대로 민호를 믿으면 안 돼. 민호는 위험해. 그는 널 죽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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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호를 죽여.’
하지만 유진은 이상함을 발견합니다. 프레임. 배경. 벽. 배경 벽에 빨간색 글자로 무언가가 비칩니다.
DON’T TRUST ME
그때, 현관문에서 소리가 들립니다. 철컥. 누군가가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 발소리는 방문 앞에 멈췄습니다. 똑똑.
‘유진.’
강민호.
‘문 좀 열어.’
2.
상당히 매끄럽게 흘러갑니다. 술술 읽히는 장점과 대반전이 일어나는 회차였네요. 작가님 특유의 긴박감 표현과 문장 표현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단점이란 단점은 생각해 보았지만,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로 완성도가 훌륭하고, 흠잡을 곳 없는 회차였다고 생각합니다.
3.(5회 참조)
‘유진, 안에 있지? 불 켜져 있잖아. 문 열어.’
문 밖에서 민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하린은 창백한 얼굴로 열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유진은 그 다음 이어지는 민호의 말에 놀라게 됩니다.
‘하린도 안에 있지? 둘 다 들어. 지금부터 3분 안에 문 안 열면. 내가 부수고 들어간다.’
동시에 금속 부딪히는 소리가 울립니다. 겁에 질린 순간, 문자가 옵니다. 또, 발신자 없음.
[절대 문 열지 마.]
유진은 문 밖의 민호와 문자 중 누구를 믿어야 할지 갈등합니다. 문 밖의 민호는 30초의 카운트다운을 시작하고, 하린이 문을 열면 안 된다고 조언하는 중, 민호의 한 마디가 유진을 뒤흔듭니다.
‘유진. 네가 지금 문자 받은 것도 알아. 미래의 네가 보냈지? 제발. 이번엔 내 말 들어.’
유진은 심경의 변화를 느끼게 됩니다. 이번엔? 민호도 루프를 알고 있다는 증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유진은 하린이 말리는 것을 뿌리치고 문을 엽니다.
문 밖엔, 민호가 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소의 민호가 아니었습니다. 숨은 거칠고, 옷은 흙먼지로 더러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의 손엔 검은 권총이 들려 있었습니다.
유진과 민호는 잠시 대치하지만, 민호는 낮게 말합니다.
‘난 널 죽이러 온 게 아니야. 오히려 반대야. 널 살리러 왔어.’
하린이 거짓말이라 차갑게 쏘아붙입니다. 민호는 하린을 적대하며 바라보더니 말합니다.
‘넌 아직도 같은 짓을 반복하네.’
민호는 다시 유진을 바라보며 말합니다.
‘네가 본 영상. 그거 함정이야. 미래의 네가 남긴 게 아니야.’
유진은 거짓말이라 부정하지만 민호는 깔끔하게 부정을 뒤엎습니다.
‘정말 미래의 네가 남긴 거였다면. 왜 배경에 ‘날 믿지 마’라고 적혀 있었겠어? 생각해 봐. 미래의 네가 직접 경고를 남겼다면, 그런 모순된 메시지를 남길 이유가 없어. 누군가 조작한 거야.’
누구냐는 유진의 물음에 민호의 시선이 천천히 하린에게 옮겨 갑니다.
‘저 애. 유진. 루프를 유지하는 건 하린이야.’
하린은 차갑게 부정하지만 민호는 계속해서 이야기합니다.
‘네가 왜 기억을 잃는 줄 알아? 누가 지우고 있으니까. 하린이.’
하린은 조용히 입을 엽니다.
‘그래. 이쯤 되면 말해도 되겠네.’
하린은 소름 끼치는 미소를 머금은 채 이어 말합니다.
‘응. 네 기억. 내가 지웠어.’
4.
중요한 전환이 될 회차라고 생각합니다. 유진의 루프를 유지하고 기억을 지운 장본인이 등장하는 회차였기 때문입니다. 하린의 심경 변화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지만, 그녀가 한 행동의 묘사는 소름 끼치도록 생생히 표현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서윤 작가님의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묘사’가 잘 드러난 회차였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민호는 이 회차에서 검은 권총을 들고 있었습니다. 사람마다 이해하는 관점에 따라 ‘문을 부수고 들어가려고’ 또는 ‘하린이 범인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혹시 몰라서.’라고 해석할 수 있겠지만, 명쾌한 해석은 나타나지 않아 약간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하린의 심경 또는 행동 변화가 뚜렷이 나타났으면 더욱 좋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저라는 사람 개인의 취향일 수 있지만, 하린은 계속해서 민호의 말을 거짓이라고 부정하다가 자신이 기억을 지웠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당시 모든 진실이 밝혀져서 하린의 행동이 급격하게 변했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하린의 행동 변화를 명확히 표현하셨다면 이해가 더 빨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5. (6회 참조)
유진은 평온하게 사실을 밝히는 하린을 보고 울분을 참지 못하며 왜 그랬냐고 소리칩니다. 그 순간, 민호는 천장을 향해 총알을 발사했고, 그는 하린에게 전부 말하라고 요구합니다. 하린은 민호에게 ‘넌 여전히 성격 급하네’라며 말하지만 민호가 총구를 겨누자 한숨을 내쉬며 천천히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난 인간이 아니야. 정확히 말하면. 관측자야. 시간은 원래 한 방향으로 흐르지 않아. 수많은 가능성이 동시에 존재해. 나는 그 갈래들을 모든 존재야. 네가 처음 시간을 되돌린 순간. 비정상적인 루프가 발생했어.’
‘네가 죽어야 끝나는 루프였어. 7일 뒤. 민호가 널 죽여. 첫 번째 루프에서. 넌 죽었어. 그리고 죽기 직전 시간을 되돌렸지. 그게 모든 시작이야.’
유진이 민호가 자신을 죽이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묻자, 민호가 먼저 입을 엽니다.
‘네가 인간이 아니니까. 나도 처음엔 몰랐어. 그냥 평범한 친구인 줄 알았지. 하지만 아니었어. 넌 루프가 반복될수록 변하고 있어. 인간이 아닌 무언가로. 기억 공백. 이상 행동. 미래의 너. 전부 이유가 있어. 루프가 반복될수록. 네 안의 다른 놈이 깨어나.’
민호의 설명이 끝나자 유진에게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악몽에서. 폐건물에서 들었던 목소리.
이제 기억나?
두통이 폭발하듯 밀려오며 기억이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가장 깊은 곳. 검은 어둠 속에서. 인간의 것이 아닌 붉은 눈동자가 떠졌습니다.
오랜만이네.
한유진.
6.
정보가 쏟아진 회차였습니다. 과거의 기억, 그리고 하린의 정체부터, 현재의 유진 안에 잠든 다른 무언가까지. 다음 회차에서는 유진의 안에서 깨어나고 있는 무언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룰 것이라 예측하는데, 과연 유진 안의 다른 무언가는 무엇일지 기대되는 회차입니다.
과거에서 민호는 유진을 죽였습니다. 유진이 인간이 아닌 무언가로 변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지만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겼는데, 47번의 루프마다 민호는 유진을 죽였습니까? 혹은 다른 방법을 시도했습니까? 민호는 처음엔 몰랐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첫 번째 루프에서 유진 안에서 깨어난 무언가를 알아챈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이 회차는 상대적으로 무난하게 흘러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초반에 하린이 너무 순순하게 모든 걸 털어놓는데, 그렇다면 하린은 유진과 민호에게 우호적인 존재인지 한 번 더 궁금해집니다.
7.(7회 참조)
유진은 ‘그 목소리’를 다시 마주합니다. 왜 이렇게 늦었냐며, 47번이나 반복했는데 아직도 모르겠냐며 조롱 혹은 농담 섞인 말을 하는 목소리에게 유진은 꺼지라는 말을 내뱉으며 버팁니다. 순간적으로 하린과 민호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웅웅대지만 곧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목소리는 유진에게 자신의 모습을 드러냅니다. 인간 형태의 자신. 하지만 달랐습니다. 눈동자는 붉게 번득였고 입엔 기괴한 미소가 번져 있었습니다. 한 마디로 왜곡된 자신이죠.
‘너는 누구야.’
유진의 물음에 목소리는 그 질문이 질린다며 웃고서 자신은 너(유진)이라고 말합니다.
‘아니. 정확히는. 너 안에 봉인된 것.’
‘봉인?’
‘기억 안 나?’
그 순간 검은 공간이 깨지고 기억이 밀려들어 왔습니다.
침대 위의 작은 소년. 어린 한유진. 정확히는 죽어가는 어린 유진. 그때 검은 형체가 어린 유진에게 다가가 살고 싶으냐고 묻고 유진은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좋아.
계약하자.
‘난 네가 죽던 날. 네 안으로 들어왔어. 난 널 살렸고. 넌 날 받아들였지. 우린 공생 관계야. 한유진. 하지만 인간의 몸은 약해. 시간이 지나면서. 네 몸은 점점 무너졌지. 그래서 난 깨어나기 시작했어. 루프가 반복될수록 더 빠르게. 그리고 47번째. 난 거의 완전히 깨어났어. 민호가 널 죽인 이유? 간단해. 널 죽여야. 나도 죽으니까. 근데 문제는. 넌 계속 죽기 싫어했어. 그래서 시간을 되돌렸지. 계속. 계속. 이제 선택해. 민호에게 죽을래? 아니면. 나를 받아들일래?’
그 순간. 바깥 세계의 소리에 들려왔습니다. 민호와 하린. 그리고 총성. 그곳은 현실. 유진의 몸이 반응하며 현실 세계로 돌아왔습니다. 마지막 순간.
‘선택해. 한유진.’
현실에서 깨어나자마자 본 것은. 하린의 손에 들린 권총. 복부에 총상을 입고 쓰러진 민호. 그리고.. 하린의 눈물.
‘미안해… 이 방법밖에 없어.’
8.
다음 회차가 궁금해집니다. 검은 그림자/그 목소리/유진 안의 무언가의 정체를 알게 된 것과 동시에 과거의 유진의 기억이 밝혀진 회차였습니다. 정확한 그림자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악마/요괴 그 정도의 존재일 것이라 짐작이 갑니다. 그리고 현실. 하린의 손에 들린 권총과 쓰러진 민호. 그리고 하린의 눈물. 이것으로 하린은 민호와 유진에게 악감정이 없다는 사실이 거의 반확정이 된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인물의 감정 묘사가 적절히 활용되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넣진 않았지만) 그림자가 모든 걸 이야기할 때의 유진의 흔들리는 감정, 또한 마지막 하린의 눈물. 또한 그림자가 이야기할 때 미묘하게 즐거워하는 듯한 디테일. 절로 박수가 나올 만큼의 감정 묘사의 퀄리티는 엄청났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