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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황색 없이 살아갈 수 있을까? 공모(감상)

대상작품: 주황색 (작가: Xx, 작품정보)
리뷰어: JIMOO, 12시간 전, 조회 29

색깔 하나가 영원히 없는 세상이다. 나는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어린 시절 나는 새하얀 천장등이 무서웠다. 누워서 올려다 보면 괴물의 눈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색깔을 억지로 무시하고 눈을 감아도 잔상은 길게 남는다. 낮과 불이 켜져 있는 시간에는 전혀 의식하지 못 했는데 등을 끄고 나서야 밀려드는 캄캄한 어둠과 적막한 고요가 흐릿한 흰색을 부각시켰던 것 같다. 그렇게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고 살아왔던 평범한 것들이 낯설고 불편하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다.

<주황색>은 특정 색깔에 대해 특이한 현상을 겪게 되는 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조금 불편했을 뿐인 이 증상은 선민의 일상을 무너뜨려 가고, 이야기 틈새마다 끼어드는 정체모를 일기장의 존재는 불안한 균열을 준다. 독자는 물음을 던지게 된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일기장의 주인은 누구이며, 선민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던 걸까?

극복하려고 노력할수록 자신의 세상이 온통 주황색으로 가득 차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선민은 고통스러워 한다. 여러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 세상에서 선민이 주황색을 마주치지 않고 살아가기란 너무 어려운 일이었고, 스쳐 지나가는 낯선 사람에게서, 회사에서, 집에서, 일상의 곳곳에 숨겨진 폭탄처럼 세상 어딘가에는 늘 주황색이 있다.

크기가 똑같은 다른 색깔 물건 사이에서도 주황색만 두드러지게 느껴진다는 ‘오렌지 증후군’의 완전한 대처법이 있다면, 주황색 없이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정답을 몰라서 이렇게 살아가고 있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선민은 주황색이 없는 세상도, 주황색의 의미를 모르고 당연하게 살아가고 있는 세상 사람들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 같다. 선민의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어 버렸는데, 세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에게 주황색은 어디에나 있었을 특별히 다르지 않은 색깔일 뿐이다.

비밀이 밝혀지고, 죄를 지었던 아이가 한 아이의 아빠가 될 동안 모두에게 숨기고 살아왔단 사실보다는 어쩔 수 없이 방치되었던 아이들에게 감당할 수 없는 큰 사고가 일어났다는 게 무서웠다. 조금 더 큰 아이였고, 안전 지식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자신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았을 거라는 내용이 소름 끼치도록 안타까웠다.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을 것이다. 특별한 아지트에서 어린 동생에게 생일 촛불을 불게 해주고 싶었던 기특한 아이는, 아버지를 죽게 만들고, 어머니를 미치게 만들었다. 위험과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고 싶다는 생존 본능이 끔찍한 결과를 내며 돌이킬 수 없을 비극을 만들어 버렸다니. 그게 어떻게 아이만의 잘못이었을까?

사고는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서 그러지 말았어야 할 여러 조건이 한꺼번에 성립되면서 일어났다. 관리자가 열쇠를 함부로 두지 않았다면? 쓰지 않게 된 컨테이너를 오랫동안 방치하지 않았다면? 그 안에 위험한 물건들을 치워뒀다면? 부모가 아이에게 어린 동생을 맡기지 않았더라면? 아이가 위험하게 방치된 곳에 들어가는 걸 지나가던 주변 어른들이 막을 수 있었다면? 학교나 집에서든 누군가 안전 예방 지식을 알려줬더라면? 이 중에 한 가지라도 지켜졌다면 애초에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다. <주황색>은 소설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였지만 아이들을 곁에서 지켜보는 좋은 어른이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사고가 났어도 최악까지는 가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을 떨쳐버리기가 어려웠다.

차삼동 작가님의 이야기는 호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일상에서 시작되는 소재로 정서를 건드리고 현실적인 공포로 다가왔다. 몰입과 공감, 여운이 남는 이야기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곱씹어 볼만한 주제가 있어서 좋았다. 주황색이라는 주제로 다채로운 감정을 전달하는 이야기를 쓸 수 있었다는 것이 굉장하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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