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남아서, 세계가 무너진 이야기 공모(감상)

대상작품: 《영일이와 영원이》 (작가: VONN, 작품정보)
리뷰어: 도맛도, 4시간 전, 조회 8

이 작품을 다 읽고 나서 가장 오래 남은 건 설정도, 세계관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끝까지 남는 건 하나, ‘사랑’이라는 감정이에요.

영일과 영원이라는 이름부터가 상징적입니다. 0과 1, 가장 단순한 단위로 이루어진 세계 속에서 태어난 존재들이죠. 그런 두 존재가 서로를 알아보고, 결국 서로에게 닿는다는 설정은 단순한데 묘하게 설득력이 있습니다. 이 세계에서는 복잡한 논리보다 감정이 먼저 움직이는 느낌이에요.

다른 리뷰들에서도 언급되지만, 이 작품은 세계관 자체보다는 그 안에서 발생하는 감정에 더 집중합니다. 시스템의 오류, 신의 불완전성, 반복되는 멸망 같은 설정들은 분명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그것들이 깊게 파고들기보다는 배경으로 남고, 대신 영일과 영원의 관계가 중심에 놓입니다!

저는 이 부분이 장점이면서 동시에 아쉬움이라고 느꼈습니다.

세계는 무너지고 있는데, 인물들의 감정은 꽤 빠르게 깊어집니다. 그래서 독자로서 그 감정에 완전히 올라타기 전에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있었어요. 조금만 더 쌓였더라면 훨씬 더 크게 와닿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상하게 끝까지 읽히는 힘이 있습니다.

설정이 치밀해서라기보다는, 감정이 너무 직선적이라서요.

우리는 한 번쯤 ‘영원한 것’을 상상해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그 질문을 살짝 비틀어요. 영원한 삶이 아니라, 영원한 감정이라면 어떨까. 그리고 그 감정이 결국 세계를 무너뜨리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건 비극일까요, 아니면 완성일까요.

마지막에 이르러 세계는 무너집니다. 시스템도, 질서도 결국 한계를 드러냅니다. 그런데 그 안에서 두 존재는 서로를 확인합니다. 모든 것이 끝났기 때문에, 오히려 감정은 완성되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래서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이라고 하기도, 비극이라고 하기도 애매합니다.

다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이건 세계에 대한 이야기라기보다,

끝까지 남아버린 하나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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