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의 아이들과는 드물게 전 홀로 자랐습니다.. 그리고 그 여파로 지금 저에게는 많은 아이들이
있죠, 제가 못느껴보고 자란 형제,자매의 정을 아이들이 많이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 없는 살림
에 조금 신경 좀 썼다고 하면 거짓말이고 어떻게하다보니 아이들이 제법 많아져 버렸습니다..
일단은 느무 시끄럽습니다.. 예를 들어 뉴스를 보더라도 집중하기가 쉽지가 않죠, 조금은 큰 아이
들은 어린 동생을 놀리고 싸우고 비명을 지르고 고함을 치고 또 계속 엄마, 아빠에게 일러 바치기
바쁩니다.. 저녁 한끼 먹는데도 한시간씩 걸리는 일이 대수롭지 않을 일상사이죠, 엄마는 다그치고
아빠는 야구보면서 애들 조용히 하라고 엄한 소리로 윽박지리고 아이들은 잠시 숙지근해졌다가 다시
떠들어대고 밥먹고나면 숙제하라는 말에 궁시렁거리면서도 온갖 질문을 쏟아내기 바쁩니다.. 하루에
얘네들이 불러대는 엄마, 아빠라는 말은 수백번 반복이 되곤 합니다.. 큰딸은 이런 정신없음이 이제
거북한 모냥입니다.. 자기 밥만 언능 먹고 방으로 들어가버립니다.. 간혹 어린 동생들이 엄마의 말
을 듣지 않을때에는 무섭게 고함을 지르기도 합니다.. 말그대로 하루하루가 전쟁터처럼 정신없이 흘
러가곤 하지만 이런 삶이 그렇게 싫지는 않습니다.. 아내와 아이들의 행동에 대해 서로 의견이 맞지
않아 간혹 다투기도 하지만 결국 엄마가 이길 수 밖에 없죠, 그리고 그런 다툼 역시 그렇게 스트레스
가 쌓일 정도로 힘든 일상은 아닙니다.. 우린 그냥 가족이니까요, 몸도 마음도 지치고 짜증스러운 세
상에서 돌아온 집이 더 정신없을 수는 있지만 어느순간 잠들고 새근거리는 아이들과 함께 누우면 모
든 삶은 사랑으로 넘치는게 가족이니까요,
사실 외로움을 많이 느꼈던 어린시절이었습니다.. 맞벌이를 하시는 부모님이시기에 홀로 있는 시간이
많았던 저에게는 그당시 굳이(?!) 결혼을 한다면 아이는 많이 나아야지했던 다짐이 있었으나 막상 결
혼을 해보니 쉽진 않더라구요, 아이 하나 키우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깨달은 것이죠, 그런데도 살
다보니 이렇게 아이들이 많은 북적거리는 집안이 되어버렸습니다.. 결론적으로는 제가 원했던 삶이라
딱히 불평을 하면 안되는데 사실 힘든건 사실입니다.. 돈이며, 생활이며, 저의 개인적 시간이며 모든
것이 쪼달리고 힘겹고 어렵게 맞춰나가는 삶이 되어버린거죠, 어느순간 부쩍 자라버린 큰 아이와 이
제 자기 엉덩이 처리를 혼자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버린 어린 아이들이 부대끼며 사는 이 삶의 공간
이 힘들고 지치지만 또 언제나 행복하고 사람 사는 곳같아서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 삶이 나에게 주
어진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한번씩 시간날때 눈치껏 좋은 단편을 몰래몰래 인터넷을 통해서 읽게
되는데 이번에 읽은 이야기는 대단한 상상력과 아픔이 잘 스며드는 좋은 작품인 것 같아서 이렇게 독
후감을 적게 되네요, 제목은 나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의미의 영어 “Happy birthday to me”라는 작품
입니다.. 시작은 여느 가정의 식사시간과 다르지 않은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현호라는 동생을 둔 준희는 백수죠, 이제 갓 초등학교를 입학한 동생의 밥투정과 식사시간에 엄마와
아빠가 다투는 모습과 엄마의 늘 짜증섞인 소리에 준희는 이노무 집구석 정말 벗어나고 싶다라는 생
각을 아니할 수 없는 것이죠, 현호는 엄마의 타박과 아빠의 무관심에 늘 형인 준희에게 의지하고 형
의 모든 것을 배우고 따라하고 귀찮게 합니다.. 그런 현호를 보는 준희는 또래의 어린애들이 하는 행
동조차 짜증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이 집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지금 그의 백수신세에 그가 할 수 있
는 일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게다가 이런 지긋지긋한 집이지만 늘 자신이 돌아갈 곳이라는 것도 알
고 있죠, 무엇보다 귀찮은 존재같은 동생이지만 자신에게 의지하고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해주는 동생
이기에 찬바람에 머리를 식히고 돌아온 준희에게 현호는 밤늦게까지 기다리다가 책을 읽어달라고 조
릅니다.. 그래도 준희는 읽어주네요, 현호에게 읽어준 책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톨스토이의
어린이용 그림동화였던 것이죠, 그리고 마지막 사람은 사랑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답니다라는 결론이
준희의 머리속에 자꾸 떠오릅니다.. 다음날 늦잠을 잔 현호를 학교에 보내기 위해 아침마다 전쟁을 치
루는 엄마는 현호와 함께 등교하는 서연이가 와서 기다리는 것을 보고 현호를 재촉합니다.. 준희는 서
연이를 보면서 어렴풋이 음식쓰레기 냄새가 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엄마나 현호는 눈치채지 못하
죠, 그리고 현호에게서는 달콤한 냄새가, 엄마에게서는 샴푸냄새가, 그리고 아빠에게서는 섬유냄새가
나는 것을 준희는 뭐 당연한 듯 여깁니다.. 그렇게 모두 집을 나서고 백수인 준희는 우연히 어제 보았
던 톨스토이이 작품을 보게 되죠, 잠결에 읽었던 작품의 내용은 어떠한 물건을 만들어진 인형들이 실제
인간으로 변하는 내용이었죠, 나무로 만든 아이는 톱밥 냄새가 났고 그렇게 만들어진 아이들은 본연의
냄새가 나고 그로 인해 살아남지 못한 아이들은 원래의 재료로 돌아가버리는 내용이었죠, 준희는 뭔가
기시감과 비슷한 느낌을 가지지만 께름칙한 소설을 그냥 던져버립니다.. 그리고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난 오후에 아직 동생이 집에 오지 않았음을 깨닫고 휴대폰으로 전화를 거는 준희, 동생의 휴대폰에
서 들려오는 어른의 목소리, 그리고 연이어 벌어지는 사건들, 충격적인 진실이 밝혀지면서 준희는 도저
히 상상할 수 없는 현실에,,,,,,,,,,
맞습니다..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현실에 깜짝 놀라게 되죠, 저 역시도 이후에 벌어지는 이야기에 뻥
지는 인식적 혼란속에서 이야기를 읽어나갔습니다.. 대단한 상상력의 즐거움이 가득한 작품이더군요,
인간이라는 존재적 가치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대한 상당한 철학적 고찰이 필요한 작품이라고해도
별 무리가 없어 보이는 작품임에도 이 작품을 우린 단순한 이해적 인식만으로도 작가의 의도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아무렇지도 않은 쓰레기일 뿐인 존재의 가치이지만 그런
쓰레기가 또 누군가에게는 절대 버릴 수 없는 삶의 의지적 존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아주 단순한 상
황으로 작가는 그려냅니다.. 과연 인간과 그렇지 않은 존재들과의 구분이 얼마나 적확하게 나눠지는지
우린 과연 알 수있는가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고픈 존재들이 인간들과 섞여살고 싶어 그
속에서 자신들을 숨긴다고 하더라도 그게 그렇게 인간에게 해가 되는 존재들로 치부되어버릴 수 있느냐
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인간이라는 존재의 당위성을 어떻게 구분지어야하는 지, 단순한 논리로 판
단할 수있느냐, 인간이라면 당연 시 사랑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는 존재적 기준을 가진다면 인간이
아닐지라도 사랑이 있으며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도 있는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죠,
하지만 작가는 이런 고차원적인 철학적 고찰을 너무 깊게 들어가서 표현하진 않습니다.. 단순히 가족이
라는 우리의 삶에 빗대 사랑을 논하고 있을 뿐이죠, 그리고 준희에게 업힌 현호는 마지막에 여전히 형,
계속해서 자신을 사랑해줄거냐고 묻습니다.. 그게 이 작품의 모든 것이 아니겠습니까,
초반의 단순한 이야기적 흐름이 위에서 밝힌 줄거리의 다음부터는 대단히 흥미로운 상상력과 속도감을
보여주면서 스릴넘치게 흘러갑니다.. 생각치도 못한 존재적 물음인 것이죠, 그리고 단순한 이야기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쫓고 쫓기는 상황적 설정이 독자들에게 상당한 즐거움을 줍니다.. 이 소
설은 호러적 감성이 아니라 판타지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멋진 스릴러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
로는 조금 길게 가더라도 구체적인 상황적 모색과 설정을 덧붙였더라면 더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는 것이 보건선생과의 대치와 상황적 묘미도 충분히 즐거웁게 전달될 수도 있었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거의 대부분의 상황이 준희의 가족의 근원적 모습에 치중하고 그들의 이야기에 많은 할
애를 하셔서 좋고 즐겁고 가슴이 시리기는 하지만 조금더 대중적 재미의 스릴감을 표현해주셨더라면 많
은 재미가 시너지를 올려 주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여하튼 대단히 매력적인 설정과 구성의
방법론은 충분히 독자적 재미를 만끽하게 해주셔서 저로서는 무척 행복했습니다.. 마지막 작가님의 코멘
트에 문학공모전에 제출하는 작품이라고 하셨는데 부디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개인적으로는 문
장의 대화속에서 묻어나는 인물적 감성도 무척 좋았고 상황이 주는 존재적 이중성의 가슴 짠한 설정도
나쁘지 않아서 독자적 욕심으로다가 조금만 더 이야기를 준희의 과거와 엄마,아빠의 근원적 이야기와
보건선생의 캐릭터에 힘을 추가적으로 실어주었더라면하는 아쉬움이 남긴합니다.. 마지막까지 재미지게
잘 읽었구요, 좋은 작품 좋은 내용으로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 들려주시길 바랍니다.. 건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