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을 읽고나니 전에 니그라토 님이 자유게시판에 올렸던 글이 떠올랐다. 이야기란 무엇인가. 아마 그 비슷한 주제로 몇 문단을 질문하셨던 거로 기억한다.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를 먼저 해두자면, 그 게시물이 이 작품보다 훨씬 길었다. 작품의 길이가 길다고 더 좋은 작품이라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렇게는 아닐 것이다.
자, 이야기란 무엇일까. 내가 정의내리기에는 내가 너무 멍청하기에, 교양 수업 때 들었던 교수님의 정의를 빌려올까 한다. 이야기는 변화하는 것이다. 우선 변화해야 이야기는 성립된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변화’는 올챙이가 개구리 되는 것 만은 아니다. 요컨데 과정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에 올리셨던 게시글에서 변화하는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하였고, 나는 1984를 예로 들었다. 조지 오웰의 작품 1984에서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는 변화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변화하고자 무던히 노력하지만, 결국에는 당국의 손에 떨어져 모진 고문을 당하고 세뇌 당한다. 그렇지만 이것을 이야기가 아니라고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윈스턴 스미스가 겪는 과정들이 이야기다. 그리고 과정을 겪기 위해서는 반드시 변화가 필요하다.
‘뱀이 길다’ 는 이야기가 아니다.
‘뱀이 길어졌다’ 는 이야기다.
‘뱀이 길어지지 못했다’ 역시 이야기가 된다.
이것이 이야기에 대한 그 교수님의 정의였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이 작품은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까? 내 생각에 이 작품은 그 교수님이 정의내린 이야기에 합당하다고 볼 수 있을 거 같다. 그러나 좋은 이야기냐 아니냐는 좀 별개의 문제로 두어야 하지 않을까.
내 생각에 이 작품은 그리 좋지 못하다. 우선 서사가 얄팍하다. 장면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하고자 한다. 함축적인 것은 좋지만, 너무 함축적이라서 해석의 여지가 너무 버라이어티하다. 하나의 작품이 다양한 방면으로 해석되는 것은 언제나 지향해야 하는 바지만, 이 작품은 해석 자체에서 곤란함을 겪게 한다.
작가는 자신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보다 선명하게 만들기 위해 문장을 쌓고 서사를 이어간다. 이 작품에서는 그런 수고로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니그라토 님은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고민하시기 전에, 내가 전하고자 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은유할 수 있을 지를 고민하시는 게 어떠실련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