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이 짧아서 어쩔 수 없이 리뷰도 짧아질 것 같다. 다행히 이번에는 내용이 짧아서 스포일러도 없을 거 같다.
이 작품은 모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제목도 모순 인간이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모든 인간이 어느정도의 모순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령 군대 다녀온 남자로 예시를 들어볼까. 나는 남자들끼리 모인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를 늘어놓는 걸 매우 좋아하는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재입대를 한다거나 예비군 훈련이 즐겁다거나 하지는 않다.
모든 인간이 이렇게 모순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지적하는 데에는 꽤 많은 수고가 필요하다. 대체로 모순이라는 것은 그 본인이 의도가 없는 한 무지에서 비롯되는 산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것이 모순임을 지적하는 데에는 우선 기반 지식을 상대에게 전할 필요가 있다. 헌데 가끔씩 기반 지식이 상대방의 상식과 상충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문제가 매우 복잡해진다.
나는 이런 모순을 지적하고 수정하는 것을 매우 사랑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하는 동안에는 매우 고되다. 언젠가 한 번은 토렌트 기술의 선과 악에 대해 설명하느라 다섯 시간 동안 키보드를 두드린 적도 있으니까 말이다(결론은 모든 기술은 선하게 쓰면 선하고, 악하게 쓰면 악한 거지 기술 자체가 선하거나 악하지는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모순을 지적할 때 순순히 듣고 받아들여준다면 그 이상 행복할 수가 없다. 문제는 오히려 자신이 틀리지 않았다고 바락바락 소리를 지르며 따져대는 사람이다. 여기서부터는 나아가기가 아주 힘들다. 진창 위에서 등으로 포복하는 기분이다. 서로가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하기에 논의는 진행될 수 없다. 서로가 정의라고 이야기하면 정의를 정의하는 방법부터 합의해야 하는데, 인간은 대체로 주먹질로 정의의 정의를 합의한다. 나는 이 작품이 인간의 그런 일면에 대해 소상히 적어내려간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나개싸이코임 님의 글은 언제나 짧지만, 언제나 인간을 향해있다. 그 점이 나는 매우 좋다. 앞으로도 신랄한 문장 읽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