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픈 뉴스,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고통을 받았다는 뉴스를 보면 특히나 감정이 이입되어 더 화를 내게 된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을 법한 이야기들이 이제는 그래도 두 딸의 아빠라고 더 관심 있게 지켜보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의 부모라면 나와 마찬가지로 당연히 그러할 것이다… …라고 말하고 싶지만, 부모라고 모두가 다 그런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게 되는 경우를 마주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부모에게도 자격증이 필요한 것 아닐까, 하고 말이다.
시뮬레이션 결과 부모가 되기 적합하다면, 당신은 아이를 입양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를 원하는 최찬진과 조성아 부부. 입양을 위한 과정의 하나로 <부모 체험 시뮬레이션>이라는 것을 해야 한다. 시뮬레이션 결과 상식적인 수준의 부모 역할을 한다면 아이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미 다른 조건들은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았고, 평소 아이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마지막 남은 <부모 체험 시뮬레이션>은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새벽에 우는 아이를 달래는 상황으로 부모 체험이 시작되는데, 역시나 예상대로 녹록치 않은 순간들이 펼쳐진다. 뭐 그정도는 누구나 겪는 일이니까 하는 생각으로 웃으며 읽어나갔는데, 상황이 조금씩 이상하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에는 이들 부부가 -혹은 독자들이- 예상했던 상황과는 전혀 반대의 상황이 펼쳐지게 된다.
-이 작품을 읽지 않은 이들을 생각해 최대한 내용 언급을 피하려 했으나, 결정적인 마지막을 그냥 지나칠 수 없기에 지금부터의 내용은 작품부터 읽고 보시면 좋을 듯합니다-
제목, <부모 체험 시뮬레이션>을 보면 누구나 대충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사실 내용자체는 무척 흥미롭다.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볼만한 것들을 글로 풀어낸 것이라 더더욱 그럴 것이다. 게다가 그로인해 평소에는 잘 하지 않던, 혹은 그냥 지나치면서 했던 생각들을 좀 더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들까지 전해준다. 하지만 그 이상의 뭔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타임 패러독스’ 라는 말이 나오지 전까지는 말이다.
‘타임 패러독스’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전혀 생각도 하지 않았던 충격이 전해졌다. 순간 멍해지면서도 부모의 입장으로서는 가슴이 아파왔다고나 할까?! 도대체 어땠기에 자기 존재를 지울 만큼의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도대체 어떤 아픔이 있었기에 자식에게 거절을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최찬진의 체험을 통해서 어느 정도 짐작은 가지만 아무리 그래도, 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아니라, 괜히 나도 그런 부모가 된 것 같은 괜한 감정이입으로 그 사실을 받아들이기 싫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어쨌거나 평범할 것 같던 이야기는 ‘타임 패러독스’라는 말로 큰 전환(!?)을 맞게 된다.
처음에는 갑작스러운 일격(?!)에 좀 놀랐는데, 사실 이는 이미 작품 속에 드러나 있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읽으면서 알 수 있었다. 여섯 살이 된 딸이 놀라울 정도로 조숙했다거나, 언제나 어른스러웠다거나 하는 식의 표현이나, 아내에게 아이가 인생 2회차를 사는 것은 아닐까 하는 농담을 던진다거나, 아빠는 다시 나한테 돌아올 수 없겠네, 라며 집을 떠나가던 날 남긴 딸의 말들을 통해서 말이다. 타임 리프를 통해서 미래의 딸이 타임 패러독스의 위험도 감수하며 남긴 흔적들이자, 부모에게 다시 한 번 주는 기회였다는 사실을 이미 작가는 작품 속에 슬며시 녹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더 놀랍고 재미있게 느껴진다.
<부모 체험 시뮬레이션>은 앞서 언급했듯이 한번쯤 상상해봤을 법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며 다양한 생각들을 비롯한 많은 즐거움을 주기도 했지만, 생각하지 못했던 한방으로 다시 돌아가서 읽게 만드는 또 다른 재미까지 전해주는 작품이다. 그러므로 당연히!! 많은 이들에게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라고 말 할 수 있을 것 같다. 부모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저 누군가의 자식된 입장에서라도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 …… 부모가 되겠다는 선택에는 아이를 잘 키우는 법을 배워야 하는 책임이 뒤따릅니다. 부모에게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그 자체가 보상이어야 하고, 결코 아이가 부모의 종속물이라고 느끼게 하지 마십시오. 아이에게 사랑받는 것은 세상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선물이니까요.”
그러고 보니 가장 중요한 것을 이야기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이랄까, 아니면 이런저런 생각 끝에 얻을 수 있는 결론이랄까. 결국에는 이 글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지 않나 싶은 이야기는 이미 작품의 시작에서부터 이렇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이는 결코 부모의 종속물이 아니며, 아이를 사랑하는 것 자체가 보상이며 또 그들에게 사랑받는 것 자체가 특별한 선물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 특별한 선물에 항상 웃을 수 있는, 그리고 그들도 그렇게 느껴지게끔 만들 수 있는 부모로서의 나 자신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