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모든 부모는 선택해서 부모가 되지요. 완벽하게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선택일 수도, 잘못된 선택에 따른 결과일 수도 있지만, 그렇더라도 그것은 하나의 선택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스스로 선택해 태어난 것이 아니에요. 그러므로 부모가 되겠다는 선택에는 아이를 잘 키우는 법을 배워야 하는 책임이 뒤따릅니다. 부모에게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그 자체가 보상이어야 하고, 결코 아이가 부모의 종속물이라고 느끼게 하지 마십시오. 아이에게 사랑받는 것은 세상 어느 것과 비교할 수 없는 특별한 선물이니까요.”
<부모 체험 시뮬레이션>의 설명을 담당하는 안내원은 벽면에 그려진 배양기의 동작 원리를 짚으며 강조했다.
“전통적인 가정의 형태가 깨지고 1인과 2인, 혹은 사람이 아닌 숫자를 포함하는 다양한 형식의 가정이 생겨나면서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걱정하는 인류학자들의 비명과 탄식을 막으며 발명된 것이 바로 이 인체 배양기입니다. 건강하고 질병에 면역력이 강한 배아들을 감별해 시설에서 일정 나이까지 관리를 담당합니다. 원하시는 분에 한해서 갓난아이부터 입양을 받으실 수도 있기는 하지만, 부모 체험 시뮬레이션으로 높은 등급을 받으신 분에게만 권리를 준답니다. 아주 중요한 테스트지요.”
“우리는 아기도 데려올 수 있지 않을까? 동물들 되게 많이 키워봤는데. 잘할 자신 있어요.”
아내가 속삭이는 소리가 자그맣게 들렸다. 안내원이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가는 가운데 호명 받아 상담실에 다녀왔던 두 남성이 기쁜 얼굴로 방을 나오는 것이 보였다.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동행하는 것조차 손가락질을 받던 동성 연인들에게 법적 제도가 마련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최찬진은 아내의 어깨를 꼭 끌어안으며 그녀의 머리에 입을 맞추었다.
“동물이랑은 많이 다를 거야. 아주 많이. 그래도 우린 괜찮을 거야. 아들이건 딸이건 공통 분모 많은 아이로 골라서 예쁘게 키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