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제목 어그로에 사과의 말씀 올리겠습니다. 브릿 G를 만난 후로 예전보다 훨씬 더 다양한 장르와 형식을 가진 작품을 접하다 보니 제 나름의 평가로는 소설을 보는 시야각이 조금은 넓어졌다고 생각하는데, 전공이 아니어도, 오롯이 삶을 글 쓰는데 쏟아붓지 않아도 작가의 꿈에 도전할 수 있다는 것이 최근 소설 문학의 중요한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설에 도전하시고 그래서 독특한 형식이나 예전에 없던 흐름이 보이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웹 소설에서 문학성이나 독창성 같은 여러 요소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꼽으라면 역시나 가독성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바일에 적합하고 눈에 잘 들어오는 작품의 모양새를 갖추어야 사람이 가득 들어찬 지하철이나 점심 식사 후 별로 편하지 않은 의자에 몸을 기대고서도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을 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이 작품 [노플리우스] 는 중단편 치고는 분량이 적지 않아서 독자 분들이 쉽게 손이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면 제가 생각하는 웹 소설의 성공 요건이 잘 들어있는 괜찮은 작품이라 어렵지 않게 완독하게 됩니다.
새아와 도윤은 가공 후 남은 새우의 껍질을 여러 화학 제품의 원료로 재활용하는 기술을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합니다. 그러나 돈도 빽도 없는 두 사람은 투자를 받기 위한 기술 시연회에서 번번이 퇴짜를 맞게 되고, 구석까지 몰린 그들은 최후의 수단으로 은사인 김 철수 교수에게 도움을 청하게 됩니다. 그러나 새아를 물심양면으로 도와줄 것처럼 보였던 김 철수는 교수는 사실 업계 거대 기업인 S 화학의 재정적 지원을 받으면서 그들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악인이었고, 김 교수에게 속은 새아와 도윤은 여러 언론사가 모여든 거대한 발표회에서 큰 사고를 내고 환경 단체에게 공격까지 받게 됩니다.
새아와 도윤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 무슨 짓이든 벌이는 악한 자들을 상대로 자신들의 기술을 지키고 더러운 재벌의 음모를 밝혀낼 수 있을까요?
이 작품은 장점이 많은데 많은 장점 만큼이나 좋은 건 그 장점을 명료하게 드러내 보인다는 겁니다.
일단 가독성이 아주 훌륭합니다. 화학 기술에 관한 이야기인 만큼 자칫 설명이 길어질 수도 있는데, 이 작품은 이야기가 어려워지거나 지루해지는 구간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한없이 가벼워지지도 않습니다. 결국 이 작품은 필요한 것들을 필요한 부분만 설명을 잘 해놓았다는 겁니다. 저는 이런 부분이 이 작품의 최고 좋았던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야기의 분량이 절묘합니다. 분명 이 작품의 분량이 적은 편이 아닙니다. 하지만, 작품의 전체적인 완성도를 생각하면 오히려 짧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대충 흐지부지 마무리되거나 여기저기 구멍이 송송 뚫려있는 것도 아닙니다. 챕터의 맺고 끊음도 너무 좋습니다. 왜 여기서 한 챕터가 끝났는지 분명히 알 수 있도록 이야기의 흐름이 뚜렷합니다.
이런 명료한 색깔을 가진 작품의 단점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면 예상이 가능한 이야기가 된다는 겁니다. 중반 이후부터 긴장이 느슨해질 수 있다는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이런 작품을 수도 없이 읽어 본 웹 소설 독자분들이라면 이미 중반부에서 작품의 결말까지 웬만큼 예측하셨을 겁니다. 하지만 웹 소설은 그런 결말을 알고서 보는 장르 문학이죠. 얼마나 개연성 있게 그리고 뚜렷하고 작가만의 개성이 잘 드러나게 보여주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품은 그런 관점에서 보면 성공이라고 봅니다.
저도 출퇴근 시간이나 잠깐 틈이 날 때 웹소설을 주로 읽습니다. 이 작가님의 작품이라면 어디서든 부담 없이 한 편 읽어볼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 될 것 같네요. 개인적으로는 중편 이상의 긴 호흡으로 쓰시는 작품에 대한 기대도 많이 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