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직된 구조에 갇힌 작품 공모(비평)

대상작품: 오란비말: 비가 그치지 않는 마을 (작가: 이도건, 작품정보)
리뷰어: Campfire, 2시간 전, 조회 6

작품의 줄거리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이렇다.

노인들만 사는 마을. 사람들이 차례차례 죽어 나가는 괴이한 사건이 벌어진다. 경찰인 명철은 이 사건을 조사한다.

 

개인적으론 이야기적으로 애매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작품의 세일즈 포인트를 크게 잡으면

1.장맛비가 일주일 째 내리는 시골 마을&죽을 때 입안에 흙이 가득 찬 시신들 등의 호러 요소

2.누가 저지른 짓인지 찾는 추리 요소

3.<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같은 시골 스릴러 요소

이 세 가지이다.

 

우선 호러 소설로서 애매한 이유를 말한다는 것은, 반대로 말하자면 호러 소설로서 기능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를 제시해야 함을 의미한다. 모든 점을 짚을 수 없으니 몇 가지 제안만을 할 수 있을 텐데, 당연하지만 여기서 제안하는 것이 호러 소설의 모든 것은 아니다. 호러 소설은 다양한 이유로 호러 소설일 수 있다. 여기서는 소설을 몇 차례 읽으면서 ‘이런 점이 문제일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점을 나열해 둔 것임을 밝힌다.

다시 돌아와서, 일단 시점의 문제가 있다.

3인칭이고 다른 인물로의 시점 이동도 잦다. 그러다보니 한 인물에 깊이 몰입을 할 수 없어, 이야기를 따라가기 바쁘지 공포감을 느낄 틈이 없었다. 단편에서는 적합하지 않은 형식이라고 느낀다.

두 번째는 작품의 방향 전환이다. 이 작품은 초반에는 그래도 초현실적인 존재가 저지르는 짓이라는 식으로 해석할 수 있게 전개한다. 그러나 후반부도 아니고 작품 중반부에서 시점 이동을 해서 누가 봐도 사람 짓이라는 걸 밝힘으로서 그런 신비감을 제거한다. 일반인 주인공이 사이코패스 살인마에게 쫓기는 이야기도 아니고, 멀쩡히 경찰인 주인공이 팀 단위로 수사 중이다. 일반인 살인마 한 명이 공포감을 주기엔 체급차이가 너무 크다. 아니, 애초에 주인공은 그 공포의 대상인 범인을 잡는 게 일인 사람이다. 게다가 애초에 명백히 과거의 원한으로 일어나는 사건이라 외부자인 주인공은 목숨을 위협받을 일도 없다. 3인칭이라 심리묘사도 깊게 안 나오니 읽으며 긴장감을 느낄 여지가 없었다.

 

추리 소설로서도 애매하다. 살인 사건이 있고 범인을 찾는다는 구조라는 것 말고는 추리 소설로서 장점이 없었다. 사회파 미스터리로 발전하기에는 모든 요소가 피상적으로만 다뤄졌다.

 

스릴러 소설로서는, 이 점을 말하자면 위의 두 가지에도 포함되는 것이다만, 제목에 쓴 대로 경직된 구조가 발목을 잡는다.

나는 재독을 하면서 작품의 위화감을 눈치챘다. 그것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이 작품은 모험심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작품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면 이 작품은 극도로 안전 지향적인 전개만을 밟아나간다. 이를테면 이 작품에서 죽어 나가는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차례차례 죽어 나가는 식으로 작품의 동력원이 되어주는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그러나 돌이켜보면 이 작품에서 죽는 사람은 죽어도 안전한 엑스트라들 뿐이다. 그들은 죽어도 이야기에 아무런 변화도 일으키지 않는다. 살인은 계속 일어날 것이고, 실제 심경이야 어떻든 주인공은 자기 가족이 죽은 것도 아니니 그간 하던 대로 사건을 조사할 것이며, 갑수는 여전히 사건을 덮으려 하고, 만수는 살던 대로 살고, 남은 마을 사람들은 심지어 무서워하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지금 완성된 것과 같은 형태를 취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한 “와, 이 캐릭터가 죽는다고?”라는 말을 내뱉게 하는 지점=재미가 생겨나지 않고 중요한 인물은 이야기 종반까지 절대 죽지 않는 식으로 이야기가 극도로 단조로워져버린 느낌이다.

사실 호러 소설의 특징인데 “나는 공포스럽던데?”라고 하면 반박할 말이 없긴 하다만 내가 읽었을 때는 이런 문제점들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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