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자에게 바치는 글의 춤 비평

대상작품: 불, 타오르네 (작가: 박윤윤, 작품정보)
리뷰어: 노르바, 5시간 전, 조회 9

이런 표현이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이 소설은 춤을 글로 쓴 게 아니라, 글로 춤을 춘다.

 

독자는 소설의 시작에서, 화자와 동일한 위치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게 된다. 처음에 “혀로 입천장을 톡, 토도독, 톡, 톡 두드린다”라는 부분은 일견, 화자의 버릇(또는 죽은 지아의 버릇)처럼 보일 수 있다. 또는 앙 뿌앙뜨 상태로 빠르게 걸어가는 춤을 추는 무용수처럼 보일 수도 있다. 아니면 공연이 시작되며 나오는 음악의 도입부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바로 다음에 “지아가 나타나길 기다린다”에서 이 리듬은 동시에, 지아라는, 이미 죽은 자를 소리로 불러내는 주술처럼 작동한다는 걸 알게 된다. 주술사 또는 무속인은 반복적인 박자를 통해 트랜스 상태에 들어가고, 거기에서 죽은 자와 소통을 하게 된다. 때문에 혀로 입천장을 두드리는 장면은 무속인이 북을 두드리는 것과 동일시 된다.

그래서, 왜 제목이 [불타오르네]인지는 알겠지만, 사실 개인적으로는 좀 많이 아쉬움이 남는 제목이다. 이 소설에는 딱 맞는 제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지금 딱 떨어지는 적당한 제목이 떠오르지도 않는 게 사실이다. 글쎄, 식상하더라도 [불의 춤]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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