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찮게, 이 작품을 접했다. 헌터? 뱀파이어? 웨어울프… 악마까지? 일단 소재는 흔하다. 심지어 필자도 공개하지 않은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장편을 끄적이고 있기도 하다. 그래서 좀 더 관심이 생겼다. 자, 저 진부한 소재를 어떻게 풀어내실 것인가.
(나름 시간에 쫓겨 사는 사람인지라… 지금 하려는 썰이 중구난방일 수 있는 점은 미리 양해를 구한다. 그럼에도, 평을 남기고 싶었다는 점에서, 작가님의 작품이 매력 있었음을 인정하는 바이다. 반면 칭찬을 늘어놓으려 쓰는 글이 아니라는 점 또한 미리 양해를 구해야겠다.)
초반, 준수한 필력이 돋보인다. 액자 구성으로… 흠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나오고, 다시 현재로 돌아오겠군. 뭐, 나쁘지 않다.
그는 지인의 조언으로 ‘동료’를 영입하려고 한다. 근데 웨어울프를 ‘사라’고 한다. 중고로 구매하기로 한 웨어울프 ‘소원’이 거래 자리 옆에 앉아서 그 모습을 시크하게 지켜보고 있고 거래 성사 이후엔 그 소원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한다. 그리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도 한다.
아주 살짝 긴가 민가 했던 지점
살아 있는 생물을, 특히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한 동물을 매매의 대상으로 삼는 우리네 흔한 펫 문화가 떠올랐다. 그들이 이성을 가지고 말을 할 수 있다면- 자신들이 사고 팔리는 상황에 대해 뭐라 말을 할 것인가. 어쩌면 작가님이 그들은 감정을 가진 존재들이라고, 친구이자, 사랑을 나누는 존재일 수 있다는 뜻을 의도적으로 담으신 것인가 싶기도 했다. 그러나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연결고리는 약하다.
내용 전개를 보면 소원과의 만남은 매매보다는 ‘계약’에 가깝다. 어떤 조건에 의해 계약을 맺고 쌍방은 그 계약을 준수할 의무가 있는. 그러니까- 저 중고로 ‘거래’라는 설정이 얼핏 흥미롭지만 거의 작품 내용 속에서도 기능하지는 않는, 단지 조금 자극적이며 엉뚱한 유인구에 지나지 않게 소비될 것만 같고 매매라는 개념은 매우 희미하게- 이후에 팔 수도 있다는 식으로 자극적으로 소비된다. 이게 조금 세세하게 파고들면 마치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치가 대충 섞여 있는 것 같기도 하다는 거다. 물론 과한 생각일 수 있다. 어쨌든 그래서 나름의 대안을 제시해 본다.
-계약에 대한 우선권 정도로 미팅을 통해 계약 여부가 결정되는 시스템이라면? 돈 얼마에 당장 사고파는 게 결정되는 게 아니라. 우선 미팅 자리를 가지는데 비용 얼마를 지불하고, 미팅 후 서로의 조건 등을 쌍방이 확인한 후 나랑 계약할래? 와 동의/부동의 가 이루어지는 설정이라면 위에 언급한 사소한 딴지들을 모두 걷어찰 수 있다 생각한다. (딴지 걸어 놓고 지가 답이랍시고 뭔가 떠벌리고- 가 되어버렸는데, 어디까지나 의견일 뿐이다. ^^;)
저 워런버핏 같은 투자 거물과 점심 한 끼 하는 데 (자선행사였던 걸로 기억함) 무려 50억 정도까지 낙찰가가 치솟기도 했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만남 자체가 가치를 가지며 그걸 원하는 사람들에겐 충분히 페이를 지급할 용의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중요 주인공들의 만남을 위한 매력적인 사건일 수 있지 않을까- 을 부언해 본다. (아… 문득 이제 꽤 유명한 고전이 되어버린 나가노 마모루의 <더 파이브 스타 스토리즈>에서의 비슷한 설정이 생각나 버렸다… 이 작품에서는 파티마와 기사가 일종의 상견례를 하고 ‘선택’을 한다는 이벤트가 묘사되어 있다. 물론 작가님의 작품은 약간 사이버 펑크 분위기?도 있는 듯해서 결이 다르다 싶긴 한데, 그래서 차라리 SF 배경이었다면? 싶기도 하다. 어라, 죄송하다. 엉뚱한 생각이 가지치기되고 있네… 거의 퇴고 없이 올릴 예정이라 이쯤에서 줄여야겠다. )
소원의 플러팅
필자는 작가라는 생물에게 정말로 중요한 감각이 ‘균형감’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 속엔 분량 상 제법 할애가 되어버린 ‘소원의 플러팅’ 부분이 있는데, 결론적으로 적절치 않았다 생각한다. 그 시점에 저 내용이 꼭 필요한 것이었을까? 혹은 다르게 묘사할 수는 없었을까?
이 작품은 단편이다. 이후 확장될 여지가 상당하다고 느끼지만 일단의 이 작품은 그렇다. 판타지 액션에 로맨스적인 요소를 넣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적절한 때 잘 쓰면 그게 그렇게 효과적일 수 없다. 드라마에 개그적 요소를 더하는 경우 또한 그렇다. 그러나 ‘짧은’ 단편에 욱넣은 것 같은 느낌을 줄 때 난감하다는 거다. 만약 이 작품이 이 정도 분량의 10회차 짜리 중편이었다면- 첫 편엔 서사와 액션에 집중하고 이후 중반 정도에 로맨스가 살짝살짝 가미되었다면 어땠을까… 또한 (개인적인 의견) 필자는 대놓고 입을 맞추고 살을 섞는 연예물보다 은근히 감정에 집중하고 함께 하지 못함을 안타까워하는 식의 드라마가 더 ‘섹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소원이 적극적으로 준기에게 플러팅을 시전 하며 밀당하는 듯한 상황과 대화들이 꽤 긴 분량을 차지하는데, 이게 두 사람?의 관계 혹은 심리의 변화를 설명하는가? 이후 주인공 준기가 소원을 지키기 위해 펜던트 속 악마를 봉인 해제 하는데, 그렇게 하기 싫던 마음을 돌리게 된 트리거 내지는 감정변화를 위한 묘사로는 빈약하고, 다소 별로 매력적이지 않은 꽁냥 대사들이었다고 혹평해 본다.
총평하자면, 필자는 사실 이 작품에 꽤 매력을 느꼈다. 일단 필력이 좋다. 스무스하게 읽힌다. 묘사들이 간결하고 세련돼 보이기까지 하다. 그 와중에 살짝 거슬렸던 것 두 개만 억지로 파내 개인적 딴지를 건 것일 뿐임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1. 매매/계약 관계의 모호성과 소재로서 풀어갈 지점에 대한 매력 여부를 한번 고민해 보시길 권한다.
2. ‘감정’에 대한 묘사가 준수한 듯하면서도 아직은 약간 덜 세련되어 보인다. 로맨스 외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분위기, 톤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요소를 어떤 시점에, 어떻게 가미하고 풀어낼 것인가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보시길 권한다.
필자는 이 작품이 중편 혹은 장편으로 확장될 여지가 많다고 생각한다. 다소 진부해 보이는 캐릭터들과 소재일 수 있지만 작가님의 필력으로 커버되는 측면이 크다. 어떻게 비틀고 작품 속 사건들을 어떻게 버무리느냐, 그리고 액션과 감정선의 균형을 어떻게 하느냐가 관건일 테다. 이 단편은 단편으로서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기보다 이후 개작 및 확장 여지가 큰 실험작 같은 느낌이다. 물론 필자의 느낌은 이렇게 보일 수도 있다는 참고로만 하셔도 좋겠다. 이후 작가님의 행보를 기대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