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로 끝나는 이야기는 읽을 때마다 앗…! 하고 마는 것 같습니다. 반갑고, 기쁘고, 즐거운데 이 뒤로 이어지는 말과 행동과 세계를 저는 볼 수 없단 말이죠…. 그게 정말 아쉽지만, 한편으로는 이리저리 마음껏 상상해 볼 수 있어서, 그리고 적히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이든 될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 이제 막 땅 위로 올라온 새싹 같달까요! 작품의 내용과는 크게 관련 없지만, 이런 세상에서 새싹은 얼마나 귀하고 대견한 존재일지 상상하면 새싹이라 불리는 아이들은 얼마나 사랑받는 걸까 조금 뭉클해집니다.
냅다 결말부터 얘기했지만 다른 소재도 참 취향이라 즐겁게 읽었습니다. 하늘에서 일어나는 일은 왜 이렇게 매력적인 걸까요? 도시 거주자로서 비를 좋아하게 될 일은 그다지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이 작품을 읽고 나니 비가 얼마나 소중한지 미래를 살짝 엿보고 온 기분으로 호감을 갖게 됐습니다. 비록 가상이지만 오로라도 무척이나 좋아해서 반가웠습니다. 늘 녹색으로 찍힌 사진만 봐서 몰랐는데 노란색도 있었군요….
외출 시 냉각제가 없으면 사망할 수 있는, 비를 상품화한 세상은 분명 SF 장르인데도 현실감이 있어서 오싹한 맛이 있었습니다. 슬슬 여름인 현실에 이미 인공 강우 기술은 있으니 냉각제 개발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요. 현실 얘기를 마저 하자면 분명히 존재하는 것을 없는 것 취급하지 말란 얘기가 굉장히 아프게 다가왔는데, 그건 오늘도 제가 열심히 모르는 척, 안 보이는 척, 고개를 돌리고 눈을 감고 지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더는 빙하가 유지될 수 없을 만큼 붕괴되었고, 한계라는 1.5도씨도 넘어 버렸는데, 그래도 아직 마트에는 음식이 있고 집에는 전기가 들어오니까 괜찮은 것만 같습니다. 저도 이런 죄책감을 덜 목적으로 환경 단체에 기부하고 있어서 사정없이 찔렸네요!
20년 전 그때의 보은과 유나가 묻지 못한 질문과 하지 못한 대답을, 어른이 된 두 사람이 끝내 나눈 건 뭉클했습니다. 역시 오래 살고 봐야 한다는 걸까요? 어린 유나가 혼자서 오로라의 색을 바꿨듯이, 이번에는 보은이 냉각제를 쥐어주고 비를 내리게 한 것 같아 정말 이름 값 한다고도 생각했네요. 그리고 무엇보다 재회로 끝나는 이 결말! 이게 보은의 오랜 기다림에 대한 보답처럼 느껴져서 볼 때마다 이제 이 두 사람이 뭘 할지,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두근두근 설레더라고요….
제게도 소나기 같은 작품이었습니다. 이번 여름의 비는 조금 덜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