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그림에 뭐가 있건 간에 비평 브릿G추천

대상작품: 더 도어 (작가: 우명희, 작품정보)
리뷰어: 리체르카, 17년 8월, 조회 135

이 글을 처음 읽었을 때는 유료가 아니었는데 유료가 되었네요. 작가님의 새 중단편을 읽고 마음에 드네, 하고 봤더니 이미 관심작가로 눌러놓으신 분이라 어떻게 된 거지 하고 유료작품을 결제했다가 단박에 이전 기억이 떠올랐던, 그만큼 인상적으로 남았던 글입니다.

그림에 관한 흥미로운 괴담들은 아주 많죠. 어떤 그림들은 살아 움직이고, 어떤 그림은 사람을 해칩니다. 이 소설 속 그림은 뭘 할까요? 작중 인물의 말에 따르자면,

사실 그림에 뭐가 있건간에 이 소설에서 중요한 건 그림이 아닙니다. 그림의 탄생 과정과 그림에 얽힌 일화, 그리고 소유주의 기이한 취향과 그간의 행적에 좀 더 관심을 두셔야해요.

이 글에는 단 두 사람만 등장합니다. 와타나베와 나. 저는 나름 철저한 지론을 갖고 있는데요. 공적인 관계와 사적인 관계가 구분되지 않으면 결국 누군가가 파탄에 이르게 된다는 이야깁니다. 작중의 이야긴데요. 두 사람이 공적인 관계로 만났지만 술자리를 같이 하고 집에 함께 가게 되면서, 둘 중 한 사람의 운명이 확실치는 않아도 불행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어떤 상황으로 끝나게 된다는 걸 보면 제법 그럴싸한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으시나요? 스포를 피하기 위한 아무말을 하고 있습니다만, 평소 안 하던 짓을 하면 위험과 고난을 만나게 된다는 사실은 공포소설 등장인물들에게는 꼭 숙지되어야 할 사실일 겁니다.

점잖고 친절하고 청렴한데다 몸도 좋은 훌륭한 50대 중년남성 와타나베씨의 집은 수상쩍습니다. 이렇게까지 인물의 장점에 특성을 몰아주었으니 취미와 거주지 정도는 조금 수상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한국어로 대화할지 일본어로 대화할지 스와힐리어로 대화할지를 조금 궁금해 하며 와타나베씨의 집을 거쳐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와타나베씨는 자기 집에 화자를 초대한 것이 처음이면서 자기 소장품을 본 적이 있냐고 묻습니다. 화자가 남의 집에 불쑥불쑥 들어가는 불한당이거나 그 집을 청소하러 주기적으로 들어오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이 질문은 뭐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릴 수도 있습니다. 드러내놓고 자랑하기에는 썩 좋은 취향의 취미가 아닌 그 그림들은 본격적으로 숨겨진 전설 같은 이야기를 늘어놓을 소재가 됩니다.

이후는 글을 읽으면서 어떤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갔는지 확인해보실 수 있겠습니다. 읽으며 제가 궁금했던 건

제 아무말을 읽으시며 조금이라도 호기심이 동하셨다면 한 번 둘러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골드코인 뿐 아니라 마일리지로도 결제가 가능한 글이고, 아직 브릿지에 세 편의 글만 올려두셨지만 술술 읽히는 범상치 않음으로 보아 필력으로는 세 손 안에 들지 않으실까 싶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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