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한국에서 옷장이 없는 방은 거의 없습니다. 기껏해야 사람이 지내지 않는 창고 정도?
‘이도건’ 작가님의 단편 소설 작품 <틈>이 잘 만든 호러물인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옷장에 숨긴 일기’를 제시어 삼은 소일장에서 자칫 식상할 수 있는 ‘괴한의 습격(혹은)’을 우리 주변에 있는 흔한 도구를 잘 결합해서 쓰셨습니다.
저도 그랬지만, 보통 호러물을 처음 쓰는 작가 분들께서는 영상 매체의 점프스케어(깜짝 놀래키는 장면)를 글로 옮기려고 하다가 작품을 망치곤 하는데, 이도건 작가님께서는 높은 내공을 드러내며, 스멀스멀 올라오는 공포를 잘 표현하셨습니다.
원인 모를 이물감과 함께 물건을 정렬하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주인공. 그러나 조금씩 열리는 옷장과 서랍의 틈새로 보이는 시커먼 심연. 그리고…
‘이젠 내 차례야’
그러나 두 번 세 번 읽다보면 과연 괴한은 존재하는 것일까? 아닐까? 의문이 듭니다.
결국 매우 찝찝한 기분이 들며,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읽었다는 포만감에 잠깁니다.
이도건 작가님의 건필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