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설치한 앱이 켤 때마다 매번 업데이트를 종용해도 꿋꿋이 취소를 누르는 사람으로서, 모든 게 너무나도 세련되고 가벼워진 세상에서 현금을 들고 다니는 주인공이 남 같지가 않았습니다. 아직도 그런 걸 써? 놀라움과 어이없음이 뒤섞인 말도, 그런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귀찮음과 안타까움이 비치는 듯한 눈빛도요. 어느 시대든 시대에 뒤쳐지는 사람은 꼭 있을 텐데요.
안드로이드는 존재부터가 인간을 모방해서 외형을 갖추고 동작하니 모방심리가 오류라는 말은 쉽사리 와닿지 않았지만, 그로 인해 예상 불가능한 습관이 붙어서 능률이 떨어지거나 승객의 안전을 위협하면 확실히 오류라고밖에 볼 수 없겠죠. 그렇지만 미레이는 인간으로 치자면 성실히 일했습니다. 승객이 동면할 때는 동면했고, 업무 외에 불필요한 행동도 하지 않았는데, 단지 학습 버그를 제거할 수 없는 모델이기 때문에 폐기한다는 건 사고 발생 시 뒷처리 비용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싼 결정일 수도 있겠군요… 어떻게든 미레이의 폐기는 불필요하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한 문장이 채 끝나기 전에 반박당하고 맙니다.
미레이도 이걸 알았겠고, 저와 다르게 부당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았겠죠. 그런 점은 로봇이 맞는데, 그래서 보내는 불필요한 시간은 정말 인간다웠습니다. 비록 검은 우주를 보면서 아름다움이 아니라 있음과 없음밖에 느낄 수 없지만, 이런 시대에는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수동 원두 분쇄기를 직접 조작해 보며 눈을 빛내는 걸 보면 이런 모습이 자연 생명체의, 인간의 모습이 아니면 뭐냐고 묻고 싶어집니다. 네, 물론 모방심리라는 학습 버그가 있는 구식 모델의 안드로이드라고 하겠죠…
모순과 거짓의 차이는, 우연과 운명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 싶습니다. 각자 있을 때 맞는 걸 여러 개 모았는데 서로 안 맞는 것과 일어날 일들이 모두 일어나 결과적으로는 아무 상관 없는 일들이 되는 게, 그리고 진실을 숨기는 고의성과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 비슷한 것 같아서요.
그러니 미레이가 거짓말을 한 것처럼, 테이가 1년이 지나고 나서야 미레이의 마지막 말을 들은 것도 운명인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