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믿기 위한 모험의 시작 의뢰(감상) 브릿G추천

대상작품: 나는 너를 믿었다 (작가: 1648, 작품정보)
리뷰어: JIMOO, 8월 30일, 조회 71

1.

[ “린델 양에게는 자기 인생이 있는데, 언제까지 과거에 사로잡혀 살아갈 건가요?” ]

1648 작가님의 <나는 너를 믿었다>는 추리 스릴러와 로맨스, 판타지 장르에 마법이 나오는 이야기이다. 장르, 제목, 줄거리의 조합이 흥미로웠다. 추리 스릴러는 살인 사건 같은 범죄로부터 시작되어 범인이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전개가 많다. 이 이야기 역시 살인 사건의 희생자를 보여주며 시작된다. 수사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되지 않았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왕궁에서는 벌써부터 케인을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어떤 증거와 명확한 근거를 통해 추론하는 중이니 케인이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 케인을 찾아서 수사해라가 아니다. 다짜고짜 케인이 범인이라며 잡아 오라는 명령을 내린다. 이거 너무 이상하고 수상하지 않나.

예를 들어 대한민국에서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자. 그 사건은 과거의 연쇄 살인 사건을 연상시키는 방법이고 살인마는 죽었다. 모방범 소행이라면 앞으로 이 사건은 수많은 희생자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시급한 사건이다.

하지만 수사를 제대로 하기도 전에 범인이 누군지 안다? 이게 가능해지려면 범인은 ‘괴도 뤼팽’이나 ‘천사 소녀 네티’처럼 예고장을 친절하게 보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그 자체만으로는 범죄 행위를 입증할 순 없다. A가 B를 죽이겠다고 말하고 나서 B가 정말로 죽는다면 무조건 A가 범인일까? 다른 사람이 죽였을 수 있고, A는 말로만 죽이겠다 했을 수 있다. 어쨌든 애초에 소설에서는 케인이 살인 예고장을 보냈다는 이야기가 없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째서 케인이 범인이라 확신하는 걸까? 그 이유가 궁금하다. 케인이 평상시에 자신이 과거의 살인마를 존경했으며 모방 범죄를 일으키겠다는 말이라도 했나. 근거 없이 한번 해보는 내 추측이다. 평소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잔악무도한 성격이었나.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를 아는 사람들이 말하는 케인은 나쁜 사람보다는 좋은 사람에 가까웠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생각하는지 이해시키려 하지도 않고 대체 왜? 케인이 범인이니 케인을 잡아 오라고 하는 걸까?

아무래도 범인이든 범인이 아니든 중요하지 않고 케인이 무조건 이 사건의 범인이어야만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보다.

2. 

[ “세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지요. 조금만 지나면 마법이 절대적인 힘이 아닌 시대가 올 수도 있어요. 총기, 대포 같은 무기만 봐도 하나하나가 마력의 구현에 못지않으니.” ]

[ “세상에 절대적인 건 없지요. 나는 다가올 미래가 두렵기도 해요.” ]

[ “어쩌면 세상은 분기점에 도달했을지도 몰라요. 마력과 기술력,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하는.” ]

[ “장관은 메이지가 아니니까요. 우리와는 관점이 다르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너무 우리 나라를 한 방향으로만 끌고 가려는 것 같은…” ]

이 세계관에서는 재능이 있는 사람이 마법사가 된다. 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수료한 다음 메이지라는 이름으로 등록되어 마법사 길드와 국가로부터 관리가 되고 있다. 메이지가 아닌 사람이 마법을 사용하는 것은 불법이고 신고당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마법사들은 사건이 터지면 수색대로서 출동한다. 현대로 치면 과학 수사대 같은 역할과 강력계 형사 역할을 동시에 한다.

메이지들은 마법으로 일반인들을 돕고 마법은 일상 곳곳에 긴밀하게 쓰인다. 바다에서 배가 움직이는 동력에도 마법은 필요하다. 마법은 그만큼 중요하다. 마치 지금의 전기나 인터넷이 갑자기 멈춰버린다면 전 세계가 한순간에 마비 되어버릴 수 있는 것처럼. 마법은 곧 힘이다. 왕궁에서는 마법사 길드와 메이지를 관리함으로써 권력을 오래도록 안정적으로 유지해 온 것 같다.

그런 시대적 흐름과 달리, 과학과 산업의 새로운 힘을 도입하여 권력을 장악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었다. 그 세력의 주체에는 그레이엄 장관이 있다. 국민으로부터 인기와 신뢰와 지지를 받고 있는 장관은 세자에게 간섭할 정도의 큰 권력자로 보인다.

마법 없이 잘 돌아가는 세상이 된다면 메이지들이 가진 힘은 가치가 줄어든다. 그 힘에 의탁해 왔을 왕궁에서는 탐탁지 않을 일이었다.

이 시대 배경에서 케인은 메이지 최고의 재능을 가진 마법사이기도 했다. 마법이 중요한 시대에 강력한 힘을 가진 마법사란 본인이 사악하든 사악하지 않든 존재만으로도 위험한 핵 버튼 같은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 왕궁 파이든 반대파이든 케인을 자기편으로 만들 계획이 있었을 것이다. 그게 안 된다면 없애버려야 한다는 계획까지 생각하지 않았을까? 그래야만 잠재적 위협을 제거할 수 있다.

팽팽한 긴장감을 가지고 마법과 과학이 대립하고 있는 시대 상황에서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 보자. 3년 전에 일어난 사고로 케인은 지아와 다른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사람을 죽였고 쫓기는 몸이 되어 소식을 알 수 없게 된다. 이쯤 되면 3년 전 사건도 수상하다. 케인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한 연극적 장치가 아니었을지 하는 의심이 든다.

그 주체자가 왕궁 파인지. 장관 파인지. 아니면 마법의 힘을 지지하고 과학에게 힘을 넘기고 싶지 않았던 사람들. 메이지에 소속되지 않았고 어느 편도 아닌 또 다른 마법사들의 세력인지가 궁금해진다.

3.

지아는 목숨 건 도박을 시작한 셈이다. 케인의 연인이었다는 것을 모두가 아는데, 케인은 그럴 사람이 아니라며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겠다고 수사권을 달라고 세자에게 말한다. 지아는 결국 수색대의 총책임자가 되었지만 사람을 믿고 싶다고 누구라도 쉽게 할 수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일이 잘못되어 케인이 범인이 맞다고 증명된다면 지아는 앞으로의 직업 생활을 포함하여 그녀의 주변 사람들의 생활과 생존권 또한 위협당할 수 있다. 세자가 케인이 범인이라고 확신하는 상황에서 그런 말을 꺼낸다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될 수 있었다.

지아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따라가 보면 왜 그렇게까지 하는지 납득이 가긴 했다. 케인이 아니었다면 지아는 이미 죽었을 것이다. 그때의 사건으로 쫓기게 되지 않았더라면 앞날이 창창한 케인이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빠질 리가 없다고 그녀는 믿기 때문이다. 케인에게 일어난 일은 자신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고 지아는 생각한다. 어릴 적부터 알아 왔던 소꿉친구이자 전 연인이었던 사랑하는 사람으로서도 케인은 좋은 사람이었다.

<나는 너를 믿었다>의 이야기가 정말 흥미로운 지점은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세상에는 많은 이야기들이 넘쳐난다. 대부분은 사람이 사람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죽이고 복수하고 어디까지 더 잔인하고 끔찍할 수 있는지 경쟁하듯이 보여주는 자극적인 이야기들이었다. 누가 누구에게 거짓말하고 사기를 치고 속고 당하는 그런 이야기들은 사실 돈을 주고 굳이 시간 들여서 찾아보지 않아도 우리가 자주 듣고 경험하게 되는 현실이다. 신뢰하고 사랑하다 뒤통수 맞고 인류애 던져버리게 만드는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누군가를 믿기 위해서 범인을 찾는 이야기라니.

하지만 불안 요소는 있다. 제목이 <나는 너를 믿는다>, <나는 너를 믿어>도 아닌 <나는 너를 믿(었)다>이기 때문이다. 과거형의 제목이 암시하고 있는 결말의 방향은 어디로 달려가게 될지 아직은 예측할 수 없다.

“아무도 널 안 믿던데. 야, 나는 끝까지 믿었다? 내 맘 알지? 고마우면 밥이라도 사라.”

“믿어줘서 고마워. 너밖에 없다.”로 끝나게 되는 해피엔딩일지.

“나는 너를 믿었었는데, 이 배신자!! 거짓말쟁이!! 나를 속이다니 믿을 수 없어!! 이 나쁜 XX야!!”

“거짓말에 속은 너가 잘못이지.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살려둘 수 없다. 미안하지만 너도 죽어라.”의 복장 터지는 비극적 결말일지.

4. 

본래 수사를 할 때에는 사건과 밀접하게 관련된 핵심 관계자를 절대 수사팀에 넣지 않는다. 객관적이기 어렵고 감정이 앞서 팀원들을 위험에 빠뜨리고 범죄자에게 협조하여 도주를 도울 가능성도 있다.

이들은 어떻게 될까? 케인을 찾으러 가는 수색대의 총책임자는 전 여친이자 절친. 나머지 수색대원들은 케인의 소꿉친구들이다. 당장 뜯어말리고 싶은 아찔한 조합이다. 사고가 안 나면 그게 더 신기할 것 같다.

흔들리지 않고 친구의 마음을 버리지 않고 철저하게 범인이냐 아니냐를 가릴 수 있을까. 찝찝하지만 왕궁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굴복하게 될까. 대립 중인 위험한 정치 구도와 상관없이 오로지 케인의 편에 서서 그를 지켜낼 수 있을지.

이 소설의 최대 단점이자 아쉬운 점은, 연재 분량이 미완결이라는 점이다. (마음의 비명이 들리십니까?) 12월(!!!!!) 중에 리디북스에서 전자책 단행본으로 출간 예정이라고 하니 애타는 마음으로 기다려야겠다.

5.

기존의 로맨스 판타지 소설을 기대하고 보면 안 될 것 같다. 가장 눈에 띄는 차별점은 보통의 로맨스 소설과 달리 감정적인 서술이 크게 부각되지 않고 1648 작가님 특유의 감정을 덜어낸 듯한 덤덤하고 담백한 서술 덕분에 소설의 분위기가 개성 있게 느껴졌다.

로맨스가 한두 스푼 곁들어져 있지만 로맨스에만 주력하는 독자들보다는 자오시즈 작가님의 <밤 여행자> 같은 로맨스를 좋아하는 독자들과 노 로맨스를 좋아하는 독자들이 보더라도 괜찮을, 서사 중심의 드라마 카테고리가 어울리는 이야기였다.

“왼손은 거들 뿐.”이라던 <슬램 덩크> 강백호의 명대사처럼 로맨스가 있지만 로맨스는 후추일 뿐이다. 물론 공개된 내용에 한해서 그렇게 느껴졌고 예상으로는 다음 분량부터 로맨스 함유량이 더해질 것 같다. 그래도 전체 균형을 10이라고 할 때 로맨스 퍼센티지가 1-3을 넘지는 않을 것 같았다.

<나는 너를 믿었다>는 줄거리 소개 글이 엄청나게 흥미로웠다. 줄거리 소개 글, 소설 예고편 공모전 같은 게 있었다면 Best에 뽑히지 않을까 싶을 정도였다. 연재할 때 표지로 쓰셨다는 용의자 수배 사진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흥미 유발 요소이다.

다만 줄거리 소개와 본편 초반까지는 로맨스 판타지 틀에 잘 맞는 느낌으로 서술되어 있어서 세자와 케인, 글렌, 이 3명의 남자가 지아와 러브 라인을 형성하지 않을까 기대감을 품는 독자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세자와 케인은 사건의 구도와 긴장을 유지하게 만드는 수상한 인물로서 기능하는 것 같고, 작가님께 여쭈어보니 글렌이 남주가 맞다는 답변을 받았다.

사실 줄거리 소개만 보고 케인이 남주일 거라고 생각했다. 30화까지도 케인은 별로 등장 하지를 않길래. 요즘 독자들은 잘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에 케인이 남주라면 로맨스 소설로서 이거 큰일이지 않나 싶었다. 그 지점에서 엉뚱한 상상을 해버렸다. 마법이 나오는 세계관이고-> 케인이 남주가 맞는 것 같은데 나오지 않으니까-> 글렌이 마법으로 변신한 케인(?)이 아닐까 생각했다.

3화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로맨스 기류가 나오는 건 글렌이었기 때문이다.

JIMOO 뇌피셜: 케인은 글렌이고 글렌은 케인인데-> 사정상 함께할 수 없어서 마법으로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이중생활을 하면서 여주의 곁을 지키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이렇게 머릿속으로 한편의 황당한 독자 소설을 써버리고 말았는데, 한편으로는 내가 잡은 최애가 글렌이라 글렌이 남주가 아니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도 살짝 있었던 것 같다.

케인은 잘 나오지도 않고 어떤 사람인지 파악할 수가 없는데 내내 옆을 지키고 힘들 때 돕던 사람이 그냥 서브 남주라면 너무 불쌍하지 않나 싶어서였다.

6.

작가님이 어떻게 펼쳐나가든지 그 이야기를 흥미롭게 따라가게 되겠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로 나는 이 이야기가 신뢰의 결실을 맺는 이야기였으면 좋겠다. 꽉꽉 닫힌 해피엔딩이라면 좋겠다. ‘나는 작가님을 믿었습니다. 흑흑’이 아니라 ‘데헷’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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